헤드뱅잉하는 앵무새 스노볼, 음악 맞춰 14개 즉흥 댄스까지

조홍섭 2019. 07. 12
조회수 13939 추천수 0

춤추는 앵무 ‘스노볼’ 고개 까닥이고 발 들고, 헤드뱅잉까지 창의적 춤 동작 개발

 

3500-1.jpg » 창의적으로 춤추는 앵무 스노볼. 이레나 슐츠 제공.

 

앵무새는 까마귀와 함께 새들 가운데는 물론 영장류와 견줄 만큼 똑똑하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앵무새가 다른 비인간 동물을 제치고 사람과 비슷한 능력을 보이는 분야가 발견됐다. 바로 즉흥 댄스다.

 

‘스노볼’이란 이름의 큰유황앵무는 10여년 전 고개를 까닥거리고 발을 들어 올리며 음악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유튜브에서 화제를 불렀다.


 

아니루드 파텔 미국 터프츠대 심리학 교수는 “이 새가 자신의 움직임을 음악의 박자에 맞추는 능력을 보여 주었는데, 이는 인간 이외의 동물에서는 처음 드러난 것”이라고 2009년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밝혔다. 음악의 빠르기를 인위적으로 조절했더니, 놀랍게도 앵무새는 바뀐 속도에 맞춰 동작했음이 실험으로 드러났다.


파텔 교수는 이제 12살이 된 수컷 앵무새를 다시 실험실로 불러들였다. 누가 가르쳐 주거나 먹이로 유인하지 않아도 스스로 음악에 맞춰 새로운 동작을 만들어 낸다는 제보를 주인으로부터 받았기 때문이었다.


앵무새 스노볼이 음악에 맞춰 즉흥 춤을 추는 모습



스노볼의 춤 동작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그와 연구진은 8일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을 통해 이 앵무새가 음악에 따라 다양한 춤 동작을 만드는 창의성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그는 이 앵무새가 음악에 맞춰 고개를 까닥거리고, 발을 들어 올리는 것은 물론, 머리를 위아래로 격렬하게 흔드는 헤드뱅잉, 머리 깃털을 세우고 빙빙 돌리기 등 14가지 춤 동작과 2가지 복합 동작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새 주인은 스노볼에게 퀸의 ’또 누군가가 한 줌 흙이 되네’(Another One Bites the Dust)와 신디 로퍼의 ‘여자들은 그저 재밌게 지내고 싶은 거야’(Girls Just Wanna Have Fun) 등 1980년대 대중가요 두 곡을 3번씩 들려주고 스노볼의 춤을 촬영해 프레임별로 분석했다.


스노볼은 곡에 자신이 아는 동작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았다. 계속 새로운 동작으로 개선해, 같은 곡을 다시 들을 때는 조금씩 다른 동작을 선보였다. 또 두 노래에 상당히 다른 춤 동작을 사용했다.


앵무새 스노볼이 개발한 다양한 춤 동작



연구자들은 “이 앵무새의 춤은 먹이를 얻거나 짝짓기를 위한 행동이 아니라 자신을 돌봐주는 (무리를 대신한) 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사회적 행동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또 스노볼의 이런 행동이 이 개체 만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앵무새의 전체적인 특징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음악에 따라 즉흥적이고 다양한 춤을 추는 행동을 앵무새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얼까. 연구자들은 음성을 배워 흉내 내는 능력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흉내를 통해 앵무새의 뇌에 듣기와 동작을 잇는 강한 연결 부위가 발달했고, 그 결과 정교한 청각-동작 처리 능력 생겼다는 것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R. Joanne Jao Keehn et al, Spontaneity and diversity of movement to music are not uniquely human, Current Biology 29, R603–R622, July 8, 2019, DOI: https://doi.org/10.1016/j.cub.2019.05.03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초록으로 바뀌는 히말라야 만년설초록으로 바뀌는 히말라야 만년설

    조홍섭 | 2020. 01. 22

    만년설 녹은 곳에 고산식물 확장…14억 물 공급원 영향 주목기후변화로 에베레스트 산 자락 등 히말라야 산맥의 만년설이 녹으면서 그 자리에 식물이 자라는 면적이 넓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빙설대의 식생대 확장이 히말라야의 물 공급 ...

  • ‘천년 나무’ 은행나무의 장수 비결‘천년 나무’ 은행나무의 장수 비결

    조홍섭 | 2020. 01. 20

    나이 먹어도 노화현상 없어…20대 저항력 천살까지 유지은행나무는 2억년 전 쥐라기 공룡시대부터 지구에 분포해 온 ‘살아있는 화석’이다. 한때 지구 전역에 살았지만, 현재 중국 동부와 서남부에 극소수만 자생한다(사람이 인공증식한 가로수 은행나...

  • 인제서 ‘야생 반달곰’ 발자국 발견…“3~8마리 서식”인제서 ‘야생 반달곰’ 발자국 발견…“3~8마리 서식”

    조홍섭 | 2020. 01. 17

    눈길에 새끼 데리고 있는 어미 흔적…지리산 곰과는 별개 야생 가족 가능성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대암산·향로봉 일대에서 새끼를 데리고 있는 어미 반달가슴곰의 발자국이 발견됐다. 이들은 지리산에서 이동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어, 지난해 비무장지...

  • 그을린 코알라, 미리 본 야생동물의 '기후 종말’그을린 코알라, 미리 본 야생동물의 '기후 종말’

    조홍섭 | 2020. 01. 14

    허겁지겁 물 얻어 마시는 화상 코알라서식지와 산불 발생지 80% 겹쳐환경 당국 개체수 30% 사망 추정“야생동물 피해는 10억 마리 이를 듯”피해 규모, 면적, 속도 “재앙적 수준”시민단체 뜨개질로 주머니, 벙어리장갑 만들기 나서기록적 가뭄, ...

  • 탄자니아 표범은 왜 원숭이가 주식일까탄자니아 표범은 왜 원숭이가 주식일까

    조홍섭 | 2020. 01. 13

    놀라운 융통성…중형 발굽 동물 없자 소형 포유류로 먹이 대체표범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는 고양잇과 맹수이다. 특히 아프리카표범은 열대우림부터 사막까지 다양한 곳에 살며 쥐, 새, 영양, 원숭이, 가축 등 92종의 동물을 먹이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