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갑’ 두른 심해 고둥은 왜 멸종위기에 처했나

조홍섭 2019. 0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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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수분출구 뜨거운 물 철 비늘로 방어, ‘바다의 천산갑’

s1.jpg » 마치 갑옷을 두르듯 심해저 열수분출구에서 뿜어나온 황철광을 보호 수단으로 채용한 비늘발고둥. 심해저 채광의 첫 희생자가 될지 모른다. 천 총 제공.

심해저 열수분출구에 사는 상상을 넘어서는 동물 가운데 하나가 비늘발고둥이다. 이 연체동물은 해저화산의 활동에 따라 간헐적으로 분출하는 뜨겁고 광물질이 많은 열수 세례를 견디기 위해 몸 외부를 철 비늘로 감쌌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18일 멸종위기종 ‘적색 목록’을 갱신하면서 이 고둥(학명 Chrysomallon squamiferum)을 ‘위기’ 종으로 추가했다. 심해저 채광으로 인해 멸종위기종이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맹은 지정 이유로 “이 연체동물은 인도양 해저산맥의 열수분출구 3곳에 서식하는데, 2곳에는 이미 심해저 채광을 위한 탐사가 진행 중”이라며 “채광이 허용된다면 이 고둥의 서식지는 심각한 감소 또는 파괴될 가능성이 크다”고 누리집에서 밝혔다.

s2.jpg » 열수분출구의 모습. 해저 화산분출로 다량의 광물질을 포함한 100도 가까운 물이 뿜어 나와 심해저의 ‘오아시스’를 이룬다. 미 해양대기국(NOAA) 제공.

2003년 처음 학계에 보고된 이 연체동물은 열수분출구에 특화해 진화했다. 열수분출구는 차고 캄캄한 데다 엄청난 수압과 먹이가 부족한 환경에서 뜨거운 물과 풍부한 미네랄을 공급하는 ‘심해의 오아시스’이다. 매우 독특한 생물이 번성하는 열수분출구는 강당 크기로, 전 세계의 대양에서 600곳이 발견됐다.

이 고둥의 서식지는 수심 2400∼2900m 열수분출구 3곳의 0.02㎢로 다 합해야 축구장 3개 면적에 불과하다. 줄리아 시그워트 영국 벨파스트 퀸스대 연구자 등 국제 해양학자들은 과학저널 ‘네이처 생태와 진화’ 최근호에 실린 기고문에서 “이 고둥은 다른 열수분출구로 이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과학적 발견보다 인위적 교란이 훨씬 빠르게 진행되는 마당에, 불확실성을 이유로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일 때까지 ’두고 보자’는 접근은 현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심해저 환경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s3.jpg » 황철광으로 몸 바깥을 보호하는 비늘발고둥의 모습. 청 총 제공.

이 고둥은 몸 바깥에 열수와 함께 배출된 황화철로 이뤄진 갑옷 같은 비늘을 둘렀다. 또 몸에 견줘 심장이 매우 큰데, 이는 자신에게 영양분을 제공하는 공생 세균에게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사람도 이 고둥처럼 열수 속에 든 금속을 얻으려 한다는 점이다. 열수 속에 녹은 망간, 구리 등 금속은 주변의 찬 바닷물과 만나면 바다 밑바닥에 금속 황화물이 되어 퇴적한다.

최근 심해저 채광은 첨단산업의 소재인 코발트, 니켈, 구리, 망간, 회토류 등을 공급할 유력한 광물자원으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심해저의 생물 다양성이 점차 밝혀지면서 해저 채광에 따른 생태계 파괴가 새로운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s4.jpg » 동태평양 수심 4000m 심해평원 심해저 광물 지역(CCZ)에 펼쳐진 망간 단괴의 모습. 지오마르(GEOMAR) 제공.

심해저 광물 개발은 열수분출구 주변의 열수광상뿐 아니라 방대한 심해평원에서 수백만년에 걸쳐 물고기의 이나 뼈 등에 망간 등의 광물이 들러붙어 형성된 망간 단괴나 해저산맥 표면층의 코발트, 백금, 몰리브덴 등의 금속을 채취하는 것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 심해저 광물 지역인 클래리언-클리퍼튼 존(CCZ)은 하와이와 멕시코 사이 수심 4000m인 미국의 3분의 2 크기 심해저로 망간, 코발트, 구리가 풍부한 감자 크기의 단괴 수 조개가 깔린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심해저 광물 채굴과 환경 보전을 주관하는 유엔기구인 국제해저기구(ISA)와 서태평양 마젤란 해저산 망간각 탐사 계약을 체결하는 등 해저평원, 열수분출구, 해저산맥 등 3개 광종 모두에 관한 탐사권을 확보해 채광 준비를 하고 있다. 국제해저기구는 2020년까지 환경 영향을 고려한 심해저 광물 채굴에 관한 규정을 마련할 예정이다.

s5.jpg » 북태평양 심해저에서 채취한 금속 단괴에 정체불명의 해양생물이 붙어 있다. 심해저 채광은 경제적 계산은 분명하지만, 생태계 파괴의 영향은 미지수이다. 지오마르(GEOMAR) 제공.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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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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