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할미새는 왜 쉬지 않고 꼬리를 깝죽거릴까

윤순영 2019. 08. 22
조회수 9588 추천수 0

수련 연못 독차지한 여름 철새…곤충 내몰기, 포식자에 과시 등 논란


크기변환_YSY_2540.jpg » 노랑할미새 수컷. 물가를 즐겨 찾는 여름 철새다.


지난달 경기도 포천의 광릉숲(국립수목원) 연못이 수련으로 뒤덮였다. 이곳에는 해마다 찾아오는 터줏대감 노랑할미새가 있다. 오늘도 쉬지 않고 사냥에 열중한다. 번식 시기다. 이미 둥지를 떠난 새끼들까지 모두 모여 분주하다. 물가를 좋아하는 노랑할미새가 수련 잎을 발판 삼아 날고 걸으며 수련 잎에 붙은 애벌레와 곤충을 사냥한다.


크기변환_DSC_9127.jpg » 광릉 국립수목원 연못.


크기변환_DSC_9121.jpg » 관람객이 연못가의 수련을 보고 있다.


빈번하게 오가는 관람객들 때문에 방해를 받으면 눈치를 살피며 다른 곳으로 재빨리 날아갔다 다시 오기를 반복한다.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수련이 가득 찬 연못은 노랑할미새의 앞마당이자 잔칫상이다. 예전엔 개울에 나가면 할미새를 흔히 만날 수 있었다. 친숙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할미새 과의 새들은 꼬리를 아래위로 쉬지 않고 흔들어 아주 번잡하게 보이기도 한다. 노랑할미새도 마찬가지다.


크기변환_DSC_3760.jpg » 개울가 바위에 앉아 있는 노랑할미새 수컷.


크기변환_YSY_4025.jpg » 땅바닥에 주로 앉지만 그렇다고 나뭇가지를 피하는 것도 아니다. 암컷이다.


크기변환_YSY_3710.jpg » 위 아래로 꼬리를 흔들어 대는 노랑할미새 수컷.


노랑할미새는 산과 들의 물이 흐르는 개울을 좋아하고, 개울 근처의 인공 석축 구멍이나 인가의 지붕 틈, 암벽 사이를 이용해 둥지를 튼다. 둥지는 이끼, 마른 풀잎, 가는 나무뿌리 등으로 만들고 안에 동물의 털을 깐다. 필자가 어릴 때 쉬지 않고 꼬리를 흔들며 바쁘게 돌아다니는 할미새를 보고 깝죽대며 걸어 다니는 모양이라 동네 아이들과 함께 ‘깝죽새’라고 불렀던 기억이 난다. 땅바닥에 둥지를 틀기 때문에 관찰할 기회가 많았다.


크기변환_YSY_2536.jpg » 사냥감을 노리는 노랑할미새.


크기변환_YSY_2590.jpg » 다른 사냥감을 찾아 자리를 옮기는 노랑할미새 수컷.

크기변환_YSY_2588.jpg » 얇은 수련 잎에 묘기를 부리듯이 앉는 노랑할미새.


하루하루 늘어나는 알들을 보았고 알을 품을 때는 가까이 가서 봐도 웬만하면 날지 않고 오히려 우리를 빤히 쳐다보곤 하였다. 알을 포기하기 싫었던 모양이다. 4~6개의 알을 낳고 13일이면 부화한다. 13~14일이 지나면 자라서 둥지 밖으로 날아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때까치나 어치, 맹금류처럼 할미새도 꺼내다 길러보기도 했지만 기르기가 힘들고 까다로웠다.


크기변환_YSY_2809.jpg » 수련 사이를 헤치고 다니며 사냥감을 찾는 노랑할미새 암컷.


크기변환_YSY_2896.jpg » 짧은 거리를 자주 날아다닌다. 사냥감을 찾기도 하지만 곤충을 움직이게 만드는 사냥기술이다.


크기변환_YSY_2930.jpg » 수련 잎 위를 걸어 다니며 사냥을 하기도 한다. 노랑할미새 암컷.


할미새들은 땅에서 많이 걷고 생활하는 습성이 있다. 빠른 걸음으로 쉴 새 없이 꼬리를 흔들어 대며 날개 깃을 가끔 펼친다. 불필요한 동작을 할 리가 없으니 무언가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작은 곤충들이 빠른 걸음과 꼬리 흔들림에 놀라서 움직일 때 사냥을 하려는 수단일 수도 있다. 


조류학자들도 이런 행동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벌레를 쫓는 행동이라는 설이 가장 인기 있지만 그 밖에도 복종의 표시라는 주장, 포식자에게 자신이 활기 차다는(그러니까 일찌감치 포기하고 다른 먹잇감을 찾는 게 좋을 거라고 과시하는) 행동이라는 가설도 있다. 독일에서 할미새를 대상으로 한 최근의 연구에서는 깃털을 고를 때도 꼬리를 흔들고, 먹이를 쪼는 횟수와 꼬리 흔들기가 관련이 없다며 먹이를 모는 행동이 아니라 포식자에게 보내는 과시 행동이라는 결론이 나온 바 있다. 아직 논란은 계속되고, 더구나 노랑할미새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없다.


크기변환_YSY_5095.jpg » 노랑할미새 수컷이 암컷보다 깃털색이 진하고 멱이 검다.


크기변환_YSY_5055.jpg » 수련 잎은 노랑할미새 앞마당이다.


크기변환_YSY_5088.jpg » 꼬리를 펼쳐 여유롭게 깃털 손질을 하는 노랑할미새.


번식기가 지나면 호수나 물이 많은 개울에서 노랑할미새가 서식하는 것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물가에는 노랑할미새 먹이인 수생곤충이 많기 때문이다. 국립수목원 주변은 노랑할미새가 서식하고 번식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췄다. 노랑할미새가 그냥 지나칠 일이 없는 곳이다.


크기변환_YSY_4807.jpg » 애벌레를 사냥한 노랑할미새 암컷.


크기변환_크기변환_YSY_4313.jpg » 하늘을 맴도는 맹금류 새호리기.


크기변환_YSY_3782.jpg » 놀라 물끄러미 새호리기를 쳐다보는 노랑할미새.


이따금 새호리기가 하늘 위를 맴돌면 노랑할미새들은 기겁을 하며 나무숲으로 재빨리 숨는다. 긴장감이 돈다. 노랑할미새들은 새호리기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연못으로 나와 다시 사냥을 시작한다. 


노랑할미새는 전국에 걸쳐 흔하게 번식하는 여름철새이며, 흔히 통과하는 나그네새다. 적은 수가 한반도 중부, 남부, 제주도에서 월동하기도 한다. 3월 중순부터 도래해, 전국에서 번식한다.


크기변환_크기변환_YSY_5115.jpg » 노랑할미새가 수련 잎 위를 여유롭게 걸어다 인다.


크기변환_YSY_2910.jpg » 수련 잎 위를 바쁘게 돌아다니는 노랑할미새 암컷.


노랑할미새의 몸길이는 약 18㎝다. 몸 윗면은 회색이다. 날갯깃은 전체적으로 검은색이며, 셋째 날갯깃 가장자리가 흰색이다. 다리는 연한 주황색으로 다른 할미새류의 검은색과 차이가 있다. 수컷의 여름 깃 눈썹 선과 턱선은 흰색으로 뚜렷하다.


크기변환_YSY_2977.jpg » 노랑할미새가 깝죽대는 것은 사냥을 위한 행동일까. 궁금하지만 이런 연구를 하는 이는 드물다.


크기변환_YSY_2978.jpg » 번식을 마치고 월동을 위해 이동하는 시기까지 수련 연못은 노랑할미새의 독차지다.


멱은 검은색, 몸 아랫면은 노란색이며 옆구리는 흰색이다. 암컷은 수컷과 비슷하지만 멱이 흰색이며 몸 아랫면의 노란색이 더 흐리다. 드물게 멱이 수컷과 비슷한 검은색 바탕에 흰색 깃이 섞여 있는 개체도 있다. 수컷의 겨울 깃은 암컷과 같이 멱이 흰색으로 변해 겨울에는 암수 구별이 어렵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참매미의 마지막 합창, 여름이 간다참매미의 마지막 합창, 여름이 간다

    윤순영 | 2020. 09. 01

    늦여름 말매미에 넘기고 ‘안녕’…긴 장마와 태풍 피해 짝짓기아침저녁으로 귀가 따갑게 울던 참매미 소리가 부쩍 힘을 잃었다. 50일이 넘은 장마에 이어 태풍을 겪으며 한 달도 안 되는 지상에서의 마지막 번식기는 엉망이 됐다.적당한 비는 땅을...

  • ‘100만분의 1 확률’ 흰 참새 형제는 당당했다‘100만분의 1 확률’ 흰 참새 형제는 당당했다

    윤순영 | 2020. 08. 04

    백색증 아닌 돌연변이 일종 ‘루시즘’, 동료와 잘 어울려…춘천시민 사랑 듬뿍7월 21일 지인으로부터 강원도 춘천시 약사고개길 인근에 흰 참새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파트로 둘러싸여 몇 채 남지 않은 기와집의 ...

  • 100마리 남은 토종 ‘양비둘기’를 만나다100마리 남은 토종 ‘양비둘기’를 만나다

    윤순영 | 2020. 07. 22

     집비둘기 등쌀과 잡종화로 위기…원앙도 울고 갈 오글오글 사랑꾼양비둘기(낭비둘기, 굴비둘기)는 국내에 100여 마리밖에 남지 않는 것으로 추정하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이다. 7월 4일 전남 구례군 마산면 화엄사에서 이들을 만났다. 천년 고찰 화엄사...

  • 제비가 둥지재료로 논흙을 고집하는 이유제비가 둥지재료로 논흙을 고집하는 이유

    윤순영 | 2020. 07. 03

    윤순영의 자연 관찰 일기지푸라기와 섞으면 최상의 건축 재료…논흙 못 구해 황토와 풀잎으로 대체 제비는 해마다 봄을 물고 온다. 음력 3월 초사흘, 삼월 삼짇날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이라 하여 제비집을 손질하고 꽃잎을 따서 전을 부...

  • 서해 외딴섬에 희귀 찌르레기 다 모였네서해 외딴섬에 희귀 찌르레기 다 모였네

    윤순영 | 2020. 06. 05

    어청도서 잿빛쇠찌르레기와 북방쇠찌르레기 만난 행운 5월 12일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에서 해마다 기록되지 않는 희귀한 나그네새 잿빛찌르레기와 북방쇠찌르레기를 만났다. 군집성이 강한 찌르레기 울음소리를 듣고 살펴보았는데, 희귀한 찌르레기들이 섞...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