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장 송어도 ‘잘 놀아야’ 병에 안 걸린다

조홍섭 2019. 09.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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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 자연성 높이면 저항력 향상…실험으로 확인

n1.jpg » 비록 양식장 수조이지만 바닥에 자갈을 깔고 은신할 덮개를 하고 물흐름을 바꾸는 식으로 환경을 풍부하게 한 것만으로 어린 물고기의 사망률은 현저하게 줄었다. 핀란드 자연자원연구소(LUKE)의 양식장 풍부화 실험 수조 모습. 빌레 라이하 제공.

“어린 송어 수조에 자갈 몇 개 깔아줬을 뿐인데 치명적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수십 분의 1로 줄었다.”

송어와 연어 양식에서 간단한 환경 풍부화로 세균 감염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돼지나 닭을 공장식 축산이 아닌 자연성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기르면, 동물의 저항력이 향상돼 병에 덜 걸리게 된다는 교훈과 같은 맥락이다. 

요즘 소비되는 어류는 넙치든 송어든 대부분 양식산이다. 콘크리트 수조에 갇힌 물고기들은 단조로운 환경 속에서 주기적으로 제공되는 사료를 먹으며 자란다.

밀식 사육 수조는 기생충과 감염병의 온상이 되고, 떼죽음을 막기 위해 다량의 항생제가 투입된다. 내성을 얻은 세균을 잡기 위해 더 많은 항생제가 필요하다.

n2.jpg » 단조로운 콘크리트 수조에서 밀식해 광어를 양식하는 모습. 잦은 감염병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자주 친다. 한겨레 자료 사진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는 ‘생태적 해법’이 눈길을 끈다. 사육 수조의 자연성을 높여 물고기의 병균 저항력을 기른다는 발상이다.

빌레 라이하 핀란드 유바스큘라대 박사과정생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대서양연어와 브라운송어를 대상으로 사육환경을 달리했을 때 플라보박테리아에 얼마나 감염되는지 조사했다. 이 세균은 물고기의 피부를 손상해 상품성을 떨어뜨리고 사망에 이르게 하는 활주세균증의 원인으로, 항생제 사용이 불가피해 세계적으로 양식업계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의 하나다.

수조의 구조를 복잡하게 해 자연의 조건과 비슷하게 만들자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라이하는 “수조환경 풍부화의 효과는 불과 며칠 만에 나타났다”며 “자연적으로 질병이 번졌을 때 물고기의 생존율은 환경을 풍부화한 수조에서 현저하게 높았고, 10개 집단 가운데 8개 집단에서 이런 현상이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n3.jpg » 돌 틈에 숨어 먹이를 기다리는 어린 연어. 어릴 때 배양장에서 자연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하면 나중에 자연에 방류했을 때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미 어류 및 야생동물국,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 실험에서 환경 풍부화는 수조에 자갈을 깔고 덮개를 하며 물흐름의 방향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물고기는 수조가 좁고 단조로우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질병에 취약하게 된다(▶관련 기사: 화분 속, 어항 속 그들은 행복할까).

연구자들은 또 양식장과 비슷한 실험실 조건에서 인위적으로 플라보박테리아에 감염시킨 뒤 환경 풍부화의 영향을 6개월 동안 장기 관찰했다. 이 실험에서 환경 풍부화는 수조 바닥에 작은 자갈을 몇 개 뿌려놓는 단순한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놀라웠다. 연구자들은 “탱크에 자갈을 집어넣는 단순한 공간 변화만으로도 물고기 사망률이 뚜렷하게 낮아졌다”며 “풍부화한 수조의 송어는 그렇지 않은 수조보다 사망률이 37배 낮아지기도 했다”고 밝혔다.

n4.jpg » 연구자들의 실험에서 바닥에 자갈을 뿌려놓은(오른쪽) 간단한 풍부화만으로도 어린 송어의 사망률이 극적으로 줄었다. 빌레 라이하 외 (2019) ‘응용 생태학 저널’ 제공.

그렇다면 왜 환경 풍부화가 사망률 저하로 이어질까. 연구자들은 부분적으로 스트레스 감소 등으로 물고기의 병원체 저항력이 향상된 덕분도 있지만, 물고기가 사는 환경 자체에 원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테면, 자갈 몇 개를 깐 것으로 세균 억제 효과가 난 이유는 자갈 표면에 유익한 세균이 생겨 병원체를 억제했을 가능성과, 자갈이 은신처를 제공해 물고기끼리 접촉이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

이 실험에서는 또 어릴 때 얼마나 풍부한 환경에서 자랐나에 무관하게 현재의 환경이 얼마나 풍부한가에 따라 생존율에 직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릴 때 풍부한 환경에서 자란 물고기를 풍부한 환경에서 기를 때 가장 사망률이 낮았지만, 흥미롭게도 보통 환경의 수조에서는 어릴 때 풍부한 환경에서 자란 물고기가 보통 환경 출신 물고기보다 사망률이 높았다. 

이런 실험 결과는 물고기 양식에 실질적인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연구자들은 “짧은 기간이라도 물고기를 풍부한 환경에서 기르면 질병의 확산을 현저하게 막을 수 있으며, 풍부한 환경에서 어릴 때 기른 물고기는 환경변화에 쉽게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보통 환경의 수조로 옮길 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n5.jpg » 연구자들은 “양식장에서는 어린 물고기를 풍부화한 환경에서 기르기를 강력하게 권고한다”고 밝혔다. 돌 등으로 자연에 가깝게 구조를 복잡하게 한 수조의 모습. 핀란드 자연자원연구소(LUKE) 제공.

연구자들은 “풍부화 환경에서 물고기를 기르면 질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항생제 사용이 줄어들어 결국 양식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며 “인공증식해 야생에 방류하는 물고기도 풍부화 환경에서 기르면 학습능력, 포식자 회피 능력, 질병과 기생충 저항성이 늘어 야생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 연구는 ‘응용 생태학 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Ville Räihä et al, Rearing background and exposure environment together explain higher survival of aquaculture fish during a bacterial outbreak, Journal of Applied Ecology 56, 2019: 1741-1750. DOI: 10.1111/1365-2664.1339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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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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