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된 매머드는 왜 대부분 수컷일까

조홍섭 2019. 09. 17
조회수 9388 추천수 1
많이 돌아다니고 잘 죽는 ‘외로운 수컷’ 가설…빙하기 자연 함정 즐비해

ma1.jpg » 털매머드가 얼음이 꺼져 웅덩이에 빠진 모습을 그린 상상도. 경험 많은 암컷의 안내가 없고 넓은 영역을 돌아다닌 수컷이 이런 사고를 많이 당한 것으로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시베리아의 여름 햇볕이 온종일 내리쬐면 영구동토 표면이 녹아내리고, 급류에 씻긴 강변 충적토에선 종종 멸종한 매머드 사체가 모습을 드러낸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발견된 매머드 열에 일곱은 수컷이다. 가장 가까운 친척인 아시아코끼리의 성비가 1대 1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파트리샤 페크네로바 스웨덴 자연사박물관 학예사 등 국제 연구진은 매머드 98마리의 사체를 유전자 분석한 결과 69%가 수컷으로 드러났다고 2017년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이런 수컷 편향의 이유로 “수컷이 암컷보다 보존되기 좋은 자연 함정에 더 자주 빠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빙하기 시베리아에는 매머드를 기다리는 크레바스, 싱크홀, 도랑 등 자연적 함정이 즐비했다. 무리를 떠나 넓은 영역을 돌아다니던 젊은 수컷은 여름에 얇아진 얼음층을 조심성 없이 지나다가 구덩이에 빠지거나 진흙탕 급류에 휩쓸리기도 했을 것이다. 이른바 ‘외로운 수컷’ 가설이다.

Matt Howry_Lyuba_2007.jpg » 2007년 시베리아에서 거의 온전한 상태로 발굴된 털매머드 새끼 류바.
 
연구자들은 매머드의 사회구조가 수컷이 주로 이런 함정에 빠지는 원인이 됐다고 보았다. 현재의 코끼리 사회를 보면, 암컷과 새끼들로 무리를 이루고 젊은 수컷은 무리를 떠나 짝짓기 때가 아니면 외톨이나 총각끼리 모여 산다. 

경험 많은 암컷의 보호와 안내를 받지 못한 젊은 수컷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무모한 행동을 하거나 위험한 곳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 핫스프링스에 있는 싱크홀에서 털매머드 14마리가 발굴됐는데, 암컷은 1마리였고 나머지 13마리는 모두 젊은 수컷이었다.

그렇다면 빙하기 때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에 널리 분포하면서 암컷 중심의 집단생활을 하던 아메리카들소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그래햄 가워 덴마크 코펜하겐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이런 의문을 갖고 영구동토의 충적 퇴적물에서 발굴한 들소 사체 188점의 유전자를 분석해 성별을 가렸다.

ma2.jpg » 아메리카들소는 털매머드처럼 암컷 중심의 집단생활을 한다. 빙하기 때 사체의 75%는 수컷이었다. 잭 다이킹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4일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털매머드와 비슷하게 약 75%의 들소가 수컷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나아가 연구자들은 비슷한 시기와 장소에서 살았던 불곰(큰곰) 75마리의 사체를 유전자 조사했더니 64%가 수컷으로 나타났다.

불곰은 암컷 기반의 사회구조를 이루지 않는다. 그런데 왜 매머드나 들소처럼 성별 편향이 나타났을까. 연구자들은 “사체가 준 화석으로 보존되는 과정에 뼈가 암컷보다 크고 조밀한 수컷 뼈가 더 잘 보전되기 때문”이라고 논문에서 설명했다. 여기에 ‘많이 돌아다니고 잘 죽는’ 수컷의 성향도 작용했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ma3.jpg » 유라시아불곰. 빙하기에 서식하던 불곰도 수컷의 표본이 훨씬 많다. 수컷의 뼈가 보존되기 쉬운 점도 작용했다. 프랜시스 프랭클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번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빙하기 포유류뿐 아니라 현생 포유류 표본에서도 수컷이 더 많은 편향이 존재한다는 것을 런던 자연사박물관, 뉴욕의 미국 자연사박물관, 워싱턴의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캐나다의 왕립 온타리오박물관 등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밝혔다.

박물관은 크고 인상적인 수컷의 표본을 선호하고, 이들 동물을 덫이나 사냥해 공급하는 사냥꾼은 법적 규제나 새끼를 고려해 암컷 사냥을 기피하는 경향이 이런 현상을 부추겼다고 논문은 밝혔다. 연구자들은 포유류 표본의 성적 편향이 광범위해 연구결과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자들은 “박물관 표본은 비교 해부학, 형태 변이, 개체발생, 기생충학, 안정 동위원소 화학, 위 내용물 분석 등 많은 생물학 연구의 기초”라며 “포유류 표본에서 수컷이 과잉 대표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Graham Gower et al, Widespread male sex bias in mammal fossil and museum collections, PNAS, www.pnas.org/cgi/doi/10.1073/pnas.190327511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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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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