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매머드는 외딴섬서 어떻게 멸종했나

조홍섭 2019. 10. 22
조회수 5491 추천수 1
식수 오염에 ‘아이싱’ 이상기상으로 굶어 죽었을 가능성

m1.jpg » 기상이변이 없었다면 매머드는 북극해 브란겔 섬에서 살아남았을 수도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집트 고대왕조가 피라미드를 한창 건설하던 약 4000년 전, 북극해에 있는 러시아 브란겔 섬(랭글섬)에서는 선사시대 대형 포유류인 털매머드가 마지막 숨을 몰아쉬었다. 

가장 최근 빙하기였던 10만∼1만5000년 전 사이 스페인에서 알래스카까지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에 걸쳐 분포하던 매머드는 최후의 피난처인 브란겔 섬에서 수천 년을 더 버티다 갑자기 멸종했다. 그 원인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듭됐지만, 기상이변과 식수 오염이 멸종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새로운 가설이 나왔다.

로라 아르페 핀란드 헬싱키대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제4기 과학 리뷰’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77개 매머드 표본의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m2.jpg » 빙하기 때 유라시아 대륙과 연결됐다가 간빙기와 함께 섬이 된 브란겔 섬은 털매머드의 마지막 피난처였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브란겔섬은 시베리아와 140㎞ 떨어진 북극해에 있는 제주도 4배 면적의 섬이다. 빙하기 동안 해수면이 낮아지자 동시베리아와 알래스카는 육지로 연결됐고 브란겔 섬도 육지의 일부분이었다. 그러나 간빙기와 함께 기온이 상승하고 해수면이 높아지자 브란겔 섬은 마지막 매머드 무리와 함께 고립됐다.

그동안 매머드 멸종 원인을 놓고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를 강조하는 환경설과 사람의 진출로 인한 남획을 중시하는 인위설이 맞서왔다. 그러나 대륙의 매머드가 시베리아 북부에서 1만1000년 전, 북아메리카 북동부에서 1만3000년 전 멸종한 뒤에도 브란겔 섬에서 7000년을 더 살아남은 이유는 수수께끼였다.

m3.jpg » 브란겔 섬에서 발견된 털매머드의 이. 여기서 채취한 콜라겐을 화학 분석해 당시 생태를 추정했다. 유하 카르쿠 제공.

연구자들이 매머드 뼈와 이의 콜라겐 속 탄소와 질소 동위원소의 조성을 분석한 결과 이 섬의 생태계는 매머드에게 충분한 양과 질의 먹이를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잔존 매머드가 기후변화와 (고립으로 인한) 유전 다양성 감소를 겪었지만, 꽤 살기 좋은 여건에서 갑자기 사라졌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이 제기한 가능성은 단기간의 먹이 조달이 끊기는 사태이다. 일반적으로 북극의 동물은 겨울이 힘들다. 먹이는 부족한데 체온유지를 위해 칼로리는 더 필요하다.

따라서 겨울 동안 눈을 파헤쳐 마른 풀을 먹었는데, 눈 위에 비가 내려 두껍게 얼어붙는다면 먹이를 구할 길이 없어진다. 이런 이상기상은 현재도 종종 벌어져, 2003년 캐나다 북극의 방크스섬에서는 사향소 2만 마리가 굶어 죽었고, 브란겔 섬에서도 수천 마리의 순록이 죽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기후모델 분석 결과 5500∼4000년 전 동안 브란겔 섬의 겨울 기온이 상승하고 강수량이 늘어 이런 ‘아이싱’ 기상 재앙이 자주 벌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m4.jpg » 암석으로 이뤄진 브란겔 섬의 전경. 섬 중앙의 산악지대의 암반이 침식되면서 수질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보리스 솔로비예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또 다른 요인은 온난화와 강수량 증가로 기반암에서 중금속 등이 다량 녹아나, 오염된 하천수를 장기간 먹은 매머드에 악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다. 브란겔 섬에는 14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하천이 있는데, 현재도 가축의 안전기준을 웃도는 카드뮴 등이 검출된다. 연구자들은 매머드 뼈에서 기반암과 석고를 포함한 암석에서 녹아 나온 황과 스트론튬을 다량 검출했다.

교신저자인 헤르베 보케렌스 독일 튀빙겐대 지구과학자는 “이미 유전적 퇴화와 식수 오염으로 약해진 매머드 집단이기에 극단적인 이상기상 앞에 무릎을 꿇는 일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고 헬싱키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동안 브란겔 섬 매머드의 유력한 멸종 원인설인 유전 다양성 감소와 근친교배의 악영향에 대해 로마 아르페 박사는 “브란겔 섬의 매머드에서 사라진 유전자의 상당수는 비축한 지방을 대사하는 유전자”라며 “이는 이 섬의 기후가 훨씬 온화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결정적인 멸종 원인이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선사시대 사람들의 사냥 원인설에 대해서도 연구자들은 “마지막 매머드 골격이 발견된 지 200년 뒤에야 첫 선사시대 유적지가 나타나고 주 사냥대상은 해양 포유류와 조류”라며 직접적 원인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본토 주민이 매머드 사냥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m5.jpg » 기후 조건 상 매머드가 살 수 있는 확률. 붉은 색에 가까울수록 확률이 높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4만2000년 전, 3만년 전, 2만1000년 전, 6000년 전. 마지막 지도에서 오른쪽 끄트머리가 브란겔 섬이다. 다비드 노게스트라보,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홀로세를 넘어 현재까지도 브란겔 섬의 환경조건은 매머드가 살기에 적합하다”며 “홀로세 때 매머드가 살아남은 유일한 또 다른 섬인 캐나다의 세인트 폴 섬에서 일찌감치 매머드가 절종한 것은 섬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사람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라고 논문에 적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rppe, L., Karhu, J.A., Vartanyan, S., Etu-Sihvola, H., Drucker, D.G., Bocherens, H., 2019. Thriving or surviving? The isotopic record of the Wrangel Island woolly mammoth population. Quaternary Science Reviews 222, 105884. https://doi.org/10.1016/j.quascirev.2019.10588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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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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