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막을 최선의 실천은 '채식'

이수경 2019. 11. 29
조회수 2012 추천수 0
채식 위주 식사와 음식물쓰레기 줄이기가 가장 효과적

v1.jpg » 개인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실천은 채식 위주의 식단과 음식쓰레기 줄이기이다. 박미향 기자

기후변화로 인한 파국을 막아내기 위해서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라는 미래세대의 요구는 기성세대에게는 매우 아프다. 내가 저질러놓은 일 때문에 이름도 듣지 못한 먼 나라가 사라진다는 소식도 안타깝지만, 우리는 누렸던 미래와 희망을 돌려달라는 자식들의 항의는 더 아프다. 

당장 기후변화 해결에 발 벗고 나서고 싶다. 하지만 걷고, 자전거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전등을 갈고 스위치를 열심히 끄는 것 외에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막막하기만 하다..

기후변화의 해결책으로 전기사용을 줄이거나 교통수단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은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이 화석연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의 실천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 화석연료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주체가 개인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알고 보면 개인의 삶에서 기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부문이 에너지 사용인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v2.jpg » 화석연료 사용이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개인이 실천으로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난 9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기후파업 행사 모습. 마르쿠스 코블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지구 전체 온실가스 15%는 가축에서

의외로 매일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통해서 개인은 가장 많이 기후에 영향을 끼친다. 식생활이 직접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식량을 생산하고 수송하고 가공하는 모든 과정에서 쓰이는 화석연료의 양과 산림훼손도 만만치 않다. 

화학비료에서 나오는 아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보다 질량 당 310배나 더 많이 기후변화를 일으킨다. 퇴비와 축산에서도 온실가스인 메탄이 대기 중으로 배출된다. 

식량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고 큰 만큼 기후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음식이 개인의 생활 중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된 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식생활이 변했기 때문이다. 

국가를 막론하고 점점 더 식탁에서 육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 가정의 식탁은 물론이지만, 푸아그라나 와규와 같은 최고급 음식부터 싼값에 높은 칼로리를 공급하는 패스트푸드까지 외식 식단은 대부분 육식 식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육식의 비중이 늘면서 음식이 기후변화에 끼치는 영향이 급격히 늘게 되었다.

v3.jpg » 소 등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가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가축을 기르는 과정에서 매년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 배출량의 약 15%를 차지한다. 2009년 에스토니아에서는 소 방귀와 트림에 방귀 세를 매기겠다는 농담 같은 정책이 시도될 정도이니, 축산으로 인한 폐해가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할 수 있다. 

소와 같은 반추동물이 소화과정에서 배출하는 메탄만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가축을 기르기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을 불태우는 것과 같은 산지 훼손, 가축 사료를 재배하는 과정과 소를 기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뇨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까지 최대한 포괄적으로 헤아리면 축산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50%에 육박한다는 보고도 있다.

2016년 세계 자원연구소 보고서는 “2006년에 비해 2050년엔 70% 더 많은 식량, 거의 80% 더 많은 육식, 95% 더 많은 소고기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렇게 전 지구적으로 축산이 늘면 지구 온난화뿐 아니라 건조기후와 물 부족 현상으로 아시아 지역에서만 1억 명 이상이 식량부족의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한다. 육류 소비 습관을 바꾸는 것은 직접적인 기후변화뿐 아니라 기아, 건강한 삶, 물 관리, 육지 생태계 보전 등 기후변화와 관련된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답을 줄 수 있다.

v4-1.jpg » 동물과 관련된 어떤 것도 먹지 않는 비건이 아니라도 다양한 채식 위주 식단을 꾸릴 수 있다. 한겨레 디비

그렇다고 식탁에서 당장 육식을 모조리 몰아내는 어려운 고행으로만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2016년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에서 비건 식단을 채택하면 식생활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70%나 줄일 수 있고, 직접적인 육식만 피하고 치즈나 우유, 달걀 등은 선택적으로 섭취하는 채식 식단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온실가스 배출을 63%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주말에만 채식하거나, 생선은 허용하고, 육식을 줄이는 것 등 다양한 채식 위주의 식사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더불어 이런 식단은 세계 사망률을 6~10%까지 줄일 수 있고, 이로 인한 의료비 절감액과 생산성 향상으로 인해 매년 1조 달러를 절감할 수 있다고도 한다. 

육식을 포기하지 못하겠다면 단지 소를 현재와 같은 집중시설에서 키우지 말고 목초지에 방목해 기르는 것처럼 축산 방식만 바꿔도 집중시설에서 키우는 것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40% 줄일 수 있고 에너지 역시 85%까지 적게 소모된다.

음식쓰레기, 열대림 파괴보다 더 나빠

v4.jpg » 버려지는 음식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아 전 세계 배출량의 약 8%에 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식탁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또 있다. 바로 음식쓰레기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전 세계 기아인구가 8억2000만 명이나 되는데도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음식은 생산된 식량의 3분의 1에 달한다. 세계 인구 9명 중 1명이 배고픈 상태에 놓여있는데 버려지는 식량으로 매년 44억톤의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고 있다. 이렇게 배출되는 양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에 달한다. 한쪽에선 식량이 부족해서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한쪽에선 음식물을 버리면서 지구를 데우고 있다. 

개발국가에서는 개인이 구매하거나 조리된 음식을 다 소비하지 못하고 버리는 낭비도 큰 문제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보이지 않게 음식쓰레기를 만드는 유통구조다. 식품이 상품화되면서 못생기거나 규격에 맞지 않는 수많은 음식물이 소비자에게 보이기도 전에 쓰레기로 전락한다. 또한 ‘유통 기한’ ‘소비 기한’과 같이 최종 소비날짜를 혼동하게 하는 잘못된 날짜 표기로 안전성과는 무관하게 버려지는 음식도 적지 않다. 

저개발국에서도 개발국과는 다른 이유지만 음식쓰레기가 생긴다. 저장, 냉동시설의 부족으로 음식이 부족한 사람에게 음식이 제대로 전달되기도 전에 폐기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버려지는 음식쓰레기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만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로 추정된다.(▶관련 기사: 음식물 한 해 4000억 달러어치 버려진다).

식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물과 비료, 연료가 소비되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의 증가는 경제적으로 낭비일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고 직접적인 환경오염의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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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일상화된 전염병으로 매해 도살되는 가축의 문제와 개발국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가 전 세계 빈곤 인구를 먹여 살리고도 남는다는 보도에까지 이르면, 산업화한 식생활로 인한 폐해는 단지 환경이나 경제적 문제일 뿐 아니라 도덕과 윤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식생활을 바꾸는 것,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음식물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기후변화대책이다(표 참조). 더 나아가 기아에 허덕이는 지구의 다른 이들에게 최소한의 염치를 차리고 식량이 되는 다른 동물에게 최소한의 삶의 조건을 만들어주는 지구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자격을 얻는 일이기도 하다.

참고 문헌

1. 폴 호건, ‘플랜 드로다운’, 글항아리, 2019
2. ‘축산과 기후변화’, 국가과학기술정보센터

이수경/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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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환경과 공해 연구회 운영위원장
전 환경과 공해연구회 회장. 1980년대부터 환경운동을 했으며 에너지 문제와 지역균형발전에 특히 관심이 많다.
이메일 : eprgsoo@gmail.com      
블로그 : https://blog.naver.com/sooep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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