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먹는 상어, 북극에선 무슨 일이…

조홍섭 2012. 0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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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바다 거대 그린란드상어 최상위 포식자 등극 가능성

길이 6m, 수명 100살 넘게 살아…뱃속에서 북극곰 잔해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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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북극 생태계의 새로운 최상위 포식자로 등장할 것으로 추정되는 그린란드상어. 사진=제프리 갤런트, 캐나다 그린란드상어 교육 연구 그룹(GEERG). 

 
호랑이나 범고래 같은 최상위 포식자는 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구실을 한다. 그래서 그 포식자가 사라지거나 새로 나타났을 때 생태계는 휘청이게 된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를 복원한 것은 그 유명한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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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1995년 복원한 늑대.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예상치 못한 변화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대형 사슴인 엘크가 줄어들자 그들이 어린나무를 즐겨 뜯어먹던 강변에 버드나무 등이 자라기 시작했다. 강변 숲이 무성해지자 비버가 댐을 쌓기 시작했고, 하천 생태계는 전혀 다른 모습을 띠게 됐다. 늑대가 비버를 불러들일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늑대가 남긴 사냥 찌꺼기를 먹을 수 있게 되면서 회색곰을 비롯한 청소동물도 늘었다. 최상위 포식자인 늑대가 나타나면서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끼치는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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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에 가까운 캐나다 마니토바 주의 야생 북극곰. 사진=안스가르 워크, 위키미디어 코먼스.

 

북극의 최강자는 누가 뭐래도 북극곰이다. 사냥목록에는 물범과 순록, 흰돌고래 등 대형 포유류들이 들어 있다. 그런데 기후변화와 함께 북극곰의 지위가 흔들리는 게 아니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08년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서 물개의 천적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특별한 발견을 했다. 그린란드상어 뱃속에서 북극곰 턱뼈가 나왔던 것이다. 그린란드상어가 물개를 잡아먹는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제 북극곰까지 먹는단 말인가.
 

많은 전문가들은 다른 이유로 죽은 북극곰의 주검을 상어가 먹었을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다른 견해도 나왔다. 보통 바다에서 죽은 동물의 주검에는 수많은 갑각류가 들러붙는데 상어의 위장에서는 그런 갑각류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긴 날쌘 물개도 잡는 그린란드상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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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상어에게 물어뜯긴 흰돌고래(왼쪽), 그린란드상어의 위장 속에서 발견된 북극곰의 가죽(가운데), 외뿔고래의 주검을 먹고 있는 그린란드상어. 사진=M. C. 맥네일 등, <Journal of Fish Biology>.

 

그린란드상어는 수수께끼의 동물이다. 어두운 얼음 바다 밑에서 유령처럼 먹이에 접근하는 거대한 포식자이다. 이 상어의 주 서식지가 기후변화의 최전선인 북극해라는 사실 때문에 연구자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호주, 캐나다, 노르웨이 등의 어류학자들은 최근 지난 반세기 동안의 그린란드상어에 관한 연구 결과를 검토한 리뷰논문을 통해 “그린란드상어가 북극곰이 해 오던 (최상위) 포식자의 지위를 넘겨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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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고 깊은 북극해포식자 그린란드상어. 그림=N. N. 콘다코프, 러시아 연방 어류 및 해양연구소.

 

그린란드상어는 두터운 얼음이 바다 표면을 뒤덮는 북극해와 북대서양의 깊은 바다에 사는 상어로 다 자라면 길이 6m에 무게는 1t을 넘는다. 보통이라도 길이가 3~5m인 북극해 최대의 물고기로 따뜻한 바다의 백상아리에 버금가는 몸집이다. 추운 바다에서 느리게 자라기 때문에 100살 이상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연어, 광어, 오징어, 게는 물론이고 물개, 흰돌고래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으며 밍크고래의 사체를 먹기도 한다. 북극 얼음에 난 숨구멍에서 호흡을 하려고 올라오는 흰돌고래 가운데는 둥그런 큰 상처가 있는 개체가 있는데, 이런 크기의 상처를 입힐 동물은 그린란드상어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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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상어의 눈에 들러붙은 기생충의 모습. 상어 대다수는 각막을 갉아먹는 이 기생충에 감염돼 시력이 크게 감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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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상어의 윗니. 사진=캐나다 상어 연구소.

 

이 상어는 수온이 5도 이하인 수심 1200m 이하의 깊은 바다에 주로 살지만 얕은 해안에 출몰하기도 한다. 특이하게도 이 상어의 눈에는 각막을 갉아먹는 커다란 기생충이 살아 시력이 형편없지만 예민한 후각으로 먹이를 잡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앞으로 한 세대 안에 북극해에는 여름 동안 얼음이 모두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얼음 없는 바다에서 북극곰이 더는 왕좌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북극 생태계에는 일파만파의 변화가 일어나겠지만, 그 내막은 누구도 모른다. 얼음 밑의 거대 포식자에 대해 우리가 잘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린란드상어를 사냥하는 이누이트(<BBC>)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Biology of the Greenland shark Somniosus microcephalus
M. A. MacNeil, B. C. McMeans, N. E. Hussey, P. Vecsei, J. Svavarsson, K. M. Kovacs, C. Lydersen, M. A. Treble, G. B. Skomal, M. Ramsey and A. T. Fisk

Journal of Fish Biology (2012) 80, 991–1018
doi:10.1111/j.1095-8649.2012.03257.x,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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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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