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년 뒤 땅 속에선 어떤 동물 화석이 나올까

조홍섭 2019. 12. 31
조회수 4501 추천수 1
야생동물 거의 없고, 가축과 애완동물 그리고 인류가 화석 주인공

The Blue Marble photograph of Earth, taken by the Apollo 17 mission-3.jpg » 먼 훗날 인류세를 탐구하는 지질학자는 지구에서 무엇을 그 증거로 삼을까. 아폴로 17호 승무원이 촬영한 지구 '블루 마블'. 미 항공우주국(나사) 제공.

먼 미래의 고생물학자 또는 다른 지적 생물이 지구의 현재에 해당하는 지층을 발굴 조사하면 이전 시대와 뚜렷이 구별되는 양상을 발견할 것이다. 대형 포유동물 화석이 유난히 많은 이 지층엔 다른 야생동물은 거의 없고 떼죽음의 흔적이 많을 것이다. 화석의 주인공은 소, 돼지, 닭, 개, 고양이 그리고 사람이다.

로이 플로트니크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 등은 대형 포유동물이 어떻게 화석이 되는지에 관한 기존 연구를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인류세’에 실린 리뷰 논문에서 “미래 척추동물 고생물학자는 광범하고 이전 시대와는 분명하게 구별되는 생물 층서학적 단위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며 “이 시대의 포유류 화석은 ‘인류세’의 명백한 표지”라고 주장했다.

인류세란 인류가 자연 시스템을 지배하게 된 새로운 지질시대를 가리키며, 지질학계의 공감을 바탕으로 언제부터 어떤 지표를 인류세의 시작으로 삼을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의 지구는 전례 없이 많은 양의 대형 포유류(50㎏ 이상)의 화석을 남길 것이다. 무엇보다 인류는 1800년께 10억 명에 다다른 이래 가파르게 증가해 2018년 77억 명에 이르렀고, 앞으로 30년 안에 100억을 돌파할 전망이다.

20세기 중반부터 공장식 축산이 확산하면서 가축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지구 육지의 4분의 1이 가축 사육에 쓰인다. 그곳에 육우 15억 마리, 젖소 2억7000만 마리, 돼지 9억7000만 마리가 산다. 

a1.jpg » 자연 상태에서 분해되고 있는 돼지 사체. 가축은 현재 지구에 사는 야생동물의 수를 압도한다. 그만큼 화석으로 남을 가능성도 크다. 카렌 코이, 미주리 웨스턴 대 제공.

여기에 애완동물도 급증했다. 세계에는 9억 마리의 개가 있고 미국에만 9400만 마리의 고양이가 있다. 연구자들은 미국 미시간 주에는 사람과 가축이 전체 동물 무게의 96%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플로트니크 교수는 “(이런 개체수로 볼 때) 야생 포유류가 화석 기록으로 남을 가능성이 매우 작다”며 “대신 미래의 포유류 기록은 대부분 소, 돼지, 양, 염소, 개, 고양이 그리고 사람일 것”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동물이 땅에 묻혀 화석이 되는 과정도 다르다. 자연 상태에선 동굴에서 사체가 보존되는 것이 아니면 주로 사체가 물살에 쓸려 퇴적층에 묻힐 수 있는 강변, 호숫가, 습지 등에서 화석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죽은 가축과 사람의 사체는 대규모 매립지나 묘지에 묻히는데, 그곳은 대개 물가에서 떨어진 사람 주거지 근처이다.

a2.jpg » 구제역 사태 때 살처분되는 돼지. 질병이나 자연재해로 떼죽음하는 포유류의 사체도 이 시대 생물상의 특징이 될 것이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자연 상태에서는 동물의 이나 뼈 한두 개가 청소동물을 피해 화석으로 남는다. 그러나 “농장에선 동물이 질병으로 종종 떼죽음해 사체가 통째로 물가에서 먼 구덩이나 매립지에 묻힌다”고 플로트니크 교수는 말했다. 미래의 고생물학자는 묘지에서 수많은 가지런하고 완전한 상태로 놓인 인골을 발견할 것이다. 그들에겐 매립지와 묘지가 화석 발굴의 보고가 된다.

연구자들은 또 사람과 동물의 재앙적 떼죽음 사태가 빈발한 흔적이 화석으로 남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 가뭄, 폭풍이 증가하고 사람들의 분쟁과 대규모 감염병이 잦아진 결과이다. 

이 때문에 “후세의 고생물학자들은 현재의 지층에서 인류 역사에서 처음 나타나는 독특한 화석기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Plotnick RE, Koy KA, The Anthropocene Fossil Record of Terrestrial Mammals, Anthropocene (2019), doi: https://doi.org/10.1016/j.ancene.2019.10023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초록으로 바뀌는 히말라야 만년설초록으로 바뀌는 히말라야 만년설

    조홍섭 | 2020. 01. 22

    만년설 녹은 곳에 고산식물 확장…14억 물 공급원 영향 주목기후변화로 에베레스트 산 자락 등 히말라야 산맥의 만년설이 녹으면서 그 자리에 식물이 자라는 면적이 넓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빙설대의 식생대 확장이 히말라야의 물 공급 ...

  • ‘천년 나무’ 은행나무의 장수 비결‘천년 나무’ 은행나무의 장수 비결

    조홍섭 | 2020. 01. 20

    나이 먹어도 노화현상 없어…20대 저항력 천살까지 유지은행나무는 2억년 전 쥐라기 공룡시대부터 지구에 분포해 온 ‘살아있는 화석’이다. 한때 지구 전역에 살았지만, 현재 중국 동부와 서남부에 극소수만 자생한다(사람이 인공증식한 가로수 은행나...

  • 인제서 ‘야생 반달곰’ 발자국 발견…“3~8마리 서식”인제서 ‘야생 반달곰’ 발자국 발견…“3~8마리 서식”

    조홍섭 | 2020. 01. 17

    눈길에 새끼 데리고 있는 어미 흔적…지리산 곰과는 별개 야생 가족 가능성강원도 인제군 서화면 대암산·향로봉 일대에서 새끼를 데리고 있는 어미 반달가슴곰의 발자국이 발견됐다. 이들은 지리산에서 이동했을 가능성이 거의 없어, 지난해 비무장지...

  • 그을린 코알라, 미리 본 야생동물의 '기후 종말’그을린 코알라, 미리 본 야생동물의 '기후 종말’

    조홍섭 | 2020. 01. 14

    허겁지겁 물 얻어 마시는 화상 코알라서식지와 산불 발생지 80% 겹쳐환경 당국 개체수 30% 사망 추정“야생동물 피해는 10억 마리 이를 듯”피해 규모, 면적, 속도 “재앙적 수준”시민단체 뜨개질로 주머니, 벙어리장갑 만들기 나서기록적 가뭄, ...

  • 탄자니아 표범은 왜 원숭이가 주식일까탄자니아 표범은 왜 원숭이가 주식일까

    조홍섭 | 2020. 01. 13

    놀라운 융통성…중형 발굽 동물 없자 소형 포유류로 먹이 대체표범은 세계에서 가장 널리 분포하는 고양잇과 맹수이다. 특히 아프리카표범은 열대우림부터 사막까지 다양한 곳에 살며 쥐, 새, 영양, 원숭이, 가축 등 92종의 동물을 먹이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