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고래 조련사 바비인형은 팔다리를 뗄 수 있어야 한다?

남종영 2012. 05. 02
조회수 21664 추천수 0

동물복지단체 페타, 시월드 모델로 만든 바비인형 출시에 문제제기

스트레스 시달린 범고래 사람 3명 해쳐, 범고래 쇼 동물학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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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장난감 제조업체 마텔이 내놓은 '시월드 조련사 바비'. 범고래가 조련사를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진 미국 플로리다 주의 수족관 '시월드'를 배경으로 만든 인형이어서 동물보호단체의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마텔. 


큰 키와 긴 팔다리 그리고 잘록한 허리. 1959년 미국에서 탄생한 바비인형은 미국적 가치를 대변한다. 바비인형을 창조한 장난감 제조업체 마텔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고 요즘엔 다양한 직업군의 바비인형을 내놓고 있다.

 

최근 바비인형이 동물복지 논란에 휩싸였다. 마텔이 미국 플로리다 주의 대형 워터파크 '시월드 올란도'에서 팔 용도로 '시월드 조련사 바비'를 내놓으면서부터다. 

 

웨트수트를 입은 범고래 조련사 바비가 주인공인 이 인형세트에는 수족관 안에서 헤엄치는 범고래와 먹이인 죽은 생선이 담긴 양동이, 바다사자 등이 들어 있다. 시월드로부터 저작권 협정을 맺고 내놓은  '돌고래 조련사 바비 인형세트'는 아마존 등에서 25달러에 팔리고 있다. 

 

그런데 미국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을 윤리적로 대하려는 사람들'(PETA)이 마텔에 이 인형세트의 생산을 중단하거나 실제 상황에 맞게 내용을 바꾸라고 요구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 단체는 "범고래 틸리컴이 2010년 한 조련사를 수족관 안으로 끌어당긴 뒤 벽으로 내쳐, 조련사의 머리 가죽이 벗겨지고 팔이 떨어져나간 사건이 벌어졌다"며 "범고래 틸리컴은 그렇게 세 번째로 인간을 죽였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어  "바비인형을 만들려면 이런 상황을 반영해 현실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만약 바비인형을 계속 생산하려면 팔다리를 탈부착이 가능한 형태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콘크리트 풀장에 갇혀 쇼를 하는 범고래는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과도한 폭력성과 이상행동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2010년 2월 시월드 올란도에서 벌어진 범고래의 조련사 공격 사건은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시월드의 베테랑 여성 조련사 돈 브랜초우는 그가 관리하던 범고래 틸리컴의 공격을 받아 숨졌다.

 

범고래는 이빨고래 가운데 가장 큰 고래로 길이 7~8m, 무게 5~6t을 헤아린다. 보통 돌고래 쇼는 이보다 훨씬 작은 큰돌고래를 이용하는데, 워터파크가 발달한 미국 남부의 대형 수족관에서는 큰 덩치 자체가 볼거리인 범고래를 돌고래 쇼에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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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워터파크인 미국 플로리다 주 시월드 올란도에서 공연 중인 틸리컴. 조련사를 공격해 숨지게 한 사건이 벌어진 뒤, 미국 사회에 돌고래 전시공연 폐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사진=위키피디어 코먼스.


틸리컴은 두 살 때 아이슬란드 앞바다에서 잡혀, 캐나다와 미국의 수족관을 전전했다. 그는 악명이 높았다.

 

1991년 밴쿠버섬 시랜드 아쿠아리움에서 풀장에 미끄러진 여성 조련사 한 명을 숨지게 했고, 1999년 시월드 올란도에서도 폐장 시간 이후 남았다가 이튿날 아침 사체로 발견된 관객의 죽음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직업안전위생관리국(OSHA)은 세 번째 일어난 이번 사건에서, 시월드 측이 안전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7만 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범고래는 바다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다. 특유의 협동 사냥으로 지구에서 가장 큰 생명체인 대왕고래도 잡아먹는다. 하루에 약 160㎞를 헤엄치며 몇 마리씩 모여 무리생활을 한다. 하지만 야생 상태의 범고래가 인간을 공격했다는 보고는 없다. 오직 수족관에서만 이런 일이 심심찮게 발생하는 것이다.

 

범고래는 큰돌고래를 잇는 돌고래쇼의 주인공으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고래 및 돌고래 보존협회(WDCS)는 1951년 이래 최소 134마리의 범고래가 전시 공연용으로 포획됐다고 추정한다. 영화 <프리윌리>의 주인공으로 세계적 야생방사 운동으로 고향 아이슬란드로 돌아간 '케이코'도 바로 범고래다. 

 

틸리컴의 사고 직후 미국에서는 돌고래 쇼 폐지 여부가 본격적인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올해 초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려는 사람들'은 수족관에 돌고래를 감금하는 것이 노예제도를 금지한 미국 수정헌법을 위반했다는 소송을 내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돌고래 전시 공연이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영국에서는 환경단체의 강력한 반대운동과 이에 따른 정부의 규제 강화로 1993년 수족관 전시 공연이 사라졌고, 지난해 한 테마파크에서 돌고래 3마리가 죽은 스위스에서도 지난 3월 전시 공연이 법적으로 금지됐다. 현재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가운데 13개국이 돌고래 수족관을 없앴거나 원래부터 없었던 상태다. 

 

남종용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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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영 한겨레신문 기자
2001년부터 한겨레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다. 《한겨레》와 《한겨레21》에서 환경 기사를 주로 썼고, 북극과 적도, 남극을 오가며 기후변화 문제를 취재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구 종단 환경 에세이인 『북극곰은 걷고 싶다』를 지었고 『탄소다이어트-30일 만에 탄소를 2톤 줄이는 24가지 방법』을 번역했다. 북극곰과 고래 등 동물에 관심이 많고 여행도 좋아한다. 여행책 『어디에도 없는 그곳 노웨어』와 『Esc 일상 탈출을 위한 이색 제안』을 함께 냈다.
이메일 :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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