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장 밑 계류서 6달 ‘포접’, 물두꺼비 수수께끼

조홍섭 2020. 02.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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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솟은 뒤 고산 환경 적응…빙하기 때 지리산 ‘피난처’

m1.jpg » 암수가 포접한 상태로 계류속에서 겨울을 나는 물두꺼비. 육상에서 다시 물속으로 서식지를 옮긴 배경은 백두대간의 탄생이다. 국립공원연구원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양서류 가운데 두꺼비는 육상생활에 가장 잘 적응한 종류다. 마르고 가죽질인 피부와 짧은 다리, 천적에 대비한 뒷머리 독샘 등이 그 증거다.

그러나 같은 두꺼비이면서 물두꺼비는 주로 고산지대 계곡에 살며 1년에 3∼6달 동안 물속에 머무는 독특한 생태를 보인다. 세계에서 남·북한과 중국 북동부에만 분포하는 물두꺼비가 왜 물속에 살게 됐으며, 어떻게 두꺼비 조상에서 갈려 나오게 됐는지 등 자연사의 수수께끼를 설명하는 연구가 나왔다.

민미숙 서울대 수의대 박사 등 우리나라와 중국 연구자들은 지리산, 치악산, 태백산, 화악산 등 우리나라 4곳과 중국 랴오닝 성의 치안 등 5곳에 사는 물두꺼비의 유전자를 확보해 계통 유전학적으로 분석했다.과학저널 ‘생태와 진화 최전선’ 22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물두꺼비는 한반도에 백두대간이 형성된 뒤 출현했으며, 이후 빙하기 때 한반도 남쪽 산악지대에 피난했던 물두꺼비가 간빙기 때 중국 북동부로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흐르는 물은 얼지 않는다

물두꺼비는 몸길이가 4∼6㎝로 작고 고막이 없으며 뒷다리의 물갈퀴가 발달하는 등 고산 계류 환경에 적응한 형태를 지닌다. 두꺼비가 고인 물에 알을 낳는 것과 달리 물두꺼비는 흐르는 물에 알을 낳는데, 알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알집에 돌과 모래를 섞는다.

무엇보다 물두꺼비가 겨울을 나는 방식이 독특하다. 11∼1월 고산의 추위로 개울이 얼어붙으면 물이 흐르는 바닥에서 월동하는데, 이듬해 3∼4월 산란기까지 수컷이 앞발로 암컷을 뒤에서 끌어안는 포접 자세로 3∼6개월 동안 흐르는 물속 바위 밑에서 보낸다. 일반적인 양서류의 포접 시간이 몇 분에서 길어야 몇 시간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박대식 강원대 교수팀은 강원도 춘천과 월악산에서 월동 중인 물두꺼비 684마리를 조사했는데, 모든 암컷이 수컷과 포접 상태였다고 2009년 과학저널 ‘동물학 연구’에 밝힌 바 있다.

m2.jpg » 물두꺼비는 세계에서 남·북한과 중국 동북부에만 서식하는 동북아 고유종이다. 환경부 제공.

그렇다면 두꺼비가 애써 육상생활에 적응한 다음 다시 물속 생활에 접어든 이유는 뭘까. 민미숙 박사팀은 두꺼비속 가운데 우리나라의 물두꺼비와 함께 일본의 개울두꺼비와 중국 서부의 앤드류두꺼비 등 3종 만이 물속 생활로 돌아간 사실에 주목했다.

이들이 공통의 조상에서 분화했는지 유전자를 통해 알아봤다. 그 결과 이들 3종이 유전적으로 가깝고 생태와 번식방법이 비슷하지만, 각각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이들 3종이 비슷한 환경에 각각 적응한 ‘수렴 진화’를 나타냈다”며 “중국과 일본 종이 알을 낳기 전 잠깐 포접하고 개울가 웅덩이에 알을 낳는 등 육상 두꺼비와 유사하지만, 물두꺼비는 장기간 포접과 급류 하천에 산란하는 등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반도는 빙하기 ‘피난처’

연구자들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물두꺼비 종이 탄생한 시점을 430만년 전으로 계산했다. 이후 홍적세에 들어와 적어도 6번의 빙하기와 간빙기가 닥치며 물두꺼비의 서식지가 남하와 북상을 되풀이했다.

흥미롭게도 이런 변동 과정에서 지리산은 빙하기 때 안전하게 피신했다가 간빙기에 확산해 나갈 거점이 되는 피난처 구실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리산 물두꺼비의 유전자는 가장 오랜 유형이었고 중국 랴오닝 성 물두꺼비는 가장 나중에 분화된 유형이었다. 연구자들은 “두 지역의 샘플 수를 늘려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면 지리산은 이 양서류의 유일한 빙하기 피난처 구실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m3.jpg » 동북아 물두꺼비의 고향은 백두대간의 종착지인 지리산일 가능성이 있다. 국립공원연구원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최근 분자유전학 발달에 힘입어 한반도가 빙하기 때 다양한 동·식물의 피난처 구실을 했음이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관련 기사: 시베리아서 낙동강까지, 열목어 대이동의 비밀, 개구리는 어떻게 바다를 건너뛰어 퍼져 나갔나, '고대 나무'의 세계 5대 피난처, 한반도 숲 위기에, 한반도는 빙하기 야생동물의 피난처였다). 물두꺼비는 여기에 새로운 사례를 추가한 셈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육지에 살던 두꺼비를 반수생동물로 변신하게끔 한 지질학적 배경으로 신생대 마이오세부터 플라이오세에 걸친(2300만년∼300만년 전) 동북아의 지질학적 대격변을 꼽았다. 이때 일본이 한반도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동해가 생겼고, 그 여파로 한반도의 척추인 백두대간이 솟았다.

연구자들은 “당시 기후는 따뜻하고 안정적이었지만 주요 산맥이 형성되고 동해가 열리는 지질학적 격변을 맞아 두꺼비와 개구리를 포함한 다양한 동물의 종 분화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물두꺼비가 두꺼비의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시기를 730만년 전으로 추정했다. 높은 산맥에 고립된 두꺼비의 일부가 얼어붙는 날씨를 물속에서 견디는 적응을 하면서 물두꺼비로 진화했고, 이들은 빙하기와 간빙기 때 백두대간과 장백산맥을 통해 한반도와 중국 동북부를 오가며 살아남았다.

인용 저널: 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 DOI: 10.3389/fevo.2019.0052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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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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