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어미 곁 막내딸 코끼리의 ‘눈물’

조홍섭 2020. 0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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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 무리 떠난 뒤 한동안 자리 지키다 관자놀이 샘 분비

el1.jpg » 마지막까지 죽은 어미 곁은 지키던 막내딸 누르의 관자놀이 샘에서 분비물이 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감정이 북받친 증거로 본다. 골드버그 외 (2019) ‘영장류’ 제공.

자연사한 55살 난 어미 코끼리 빅토리아를 남기고 무리는 하나둘 자리를 떴다.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던 10살짜리 막내딸 누르는 주검 주변에서 무심하게 풀을 뜯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순간 누르의 관자놀이 분비샘에서 무언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얼마 뒤 누르도 머리를 돌려 무리 쪽으로 이동했다. 가장 영리한 포유동물의 하나인 코끼리가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애도한 걸까.

죽은 동료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사람뿐 아니라 복잡한 사회생활을 꾸려나가고 인지능력이 뛰어난 영장류, 고래, 코끼리의 특징이다. 특히 코끼리는 사체에 쏟는 관심이 유별나 갓 죽은 개체는 물론 백골이 된 다음까지 유지되며, 친족을 넘어 전체 무리까지가 관심 대상이다.

케냐 삼부루 자연보호구역에서 아프리카코끼리를 장기 관찰하며 연구하던 쉬프라 골든버그 미국 스미스소니언 보전생물 연구소 박사 등 미국과 케냐 연구자들은 2013년 6월 12일 일상적인 코끼리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다. 각각 우두머리 암컷(가모장)이 이끄는 5개의 무리와 독립생활을 하는 수컷 5마리를 포함해 모두 36마리의 코끼리가 모여 있었다.

el2.jpg » 빅토리아가 죽은 이튿날 다른 무리의 가모장 마거릿(왼쪽)과 빅토리아의 독립한 아들 말라쏘가 사체를 주변에 와 있다. 골드버그 외 (2019) ‘영장류’ 제공.

나무 그늘에서 쉬던 무리가 떠나기 시작했을 때 빅토리아란 이름의 가모장 코끼리가 바닥에 쓰러져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독립해 떠났던 14살짜리 아들 말라쏘가 무리 대부분이 떠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마침내 홀로 남은 막내딸 누르가 어미를 ‘애도’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

골드버그는 “젊은 암컷이 어미의 사체가 있는 곳에서 관자놀이 샘을 분비한 것은 고양된 감정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눈과 귀 사이에 있는 관자놀이 샘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번식기 때 분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 연구자인 조지 위테마이어 케냐 ‘세이브 더 엘리펀트’ 박사는 “코끼리의 행동에서 (애도)의 느낌이 너무나 분명하게 드러나 충격을 받았다”며 “이것은 우리가 관찰한 코끼리의 수많은 장엄하지만,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모습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튿날에도 ‘조문 행렬’은 이어졌고 7월 3일까지 여러 무리의 코끼리와 수컷들이 사체를 찾았다. 젖먹이부터 가모장까지 코끼리의 연령대는 다양했다.

사체에 이끌린 코끼리들은 관자놀이 샘 분비, 조용히 곁에 서 있기, 반복적 또는 조심스러운 접근, 이리저리 조사하기 등의 행동을 했다. 서로 사체 곁에 다가가려는 행동도 나타났다. 그늘, 물구덩이, 열매 달린 나무 등 값진 자원을 차지하다 상위 개체가 오면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비키는 행동이다. 골드버그 박사는 “코끼리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분명히 상황과 개체마다 달랐다”고 말했다.

el3.jpg » 빅토리아와 인척 관계가 없는 코끼리들이 두개골을 조사하고 있다. 밀렵꾼을 막기 위해 상아는 잘라냈고 청소동물이 사체를 대부분 먹은 뒤의 상태이다. 골드버그 외 (2019) ‘영장류’ 제공.

연구자들은 코끼리들이 사체에 보이는 관심을 “사회적 정보를 업데이트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 코끼리는 이합집산의 복잡한 사회관계를 형성한다. 잠시 떨어진 코끼리가 만나면 장시간 서로의 냄새를 맡고 접촉하는 ‘인사 의례’를 거친다. 집단 속 다른 개체에 관한 최신 정보를 얻는 과정이다.

따라서 한 개체가 죽었다면 그가 누군지, 집단에서 비게 된 지위가 무언지 등을 알아보려 한다. 사체 가운데 상아와 턱뼈, 두개골 등 상대의 신원을 알아보기 쉬운 부위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반복해서 사체를 찾는 행동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연구자들은 “죽은 개체가 누군지 알기 위해 거듭 찾아올 필요는 없다”며 “체류 시간의 차이에는 다른 동기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사체를 이리저리 만지며 탐색하지 않고 가만히 주변에서 코를 움직이지 않고 관자놀이 샘을 분비하는 행동은 “감정적 동기일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코끼리와 사회관계가 비슷한 침팬지가 사체 옆에서 불안하고 침울한 행동을 보이며, 이것이 슬픔과 관련 있다는 연구가 나온 바 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영장류’ 11월 11일 치에 실렸다.

인용 저널: Primates, DOI: 10.1007/s10329-019-00766-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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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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