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앞유리 보니, 과연 곤충 줄었네

조홍섭 2020. 0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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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서 21년 측정 80% 줄어…농약, 서식지 파괴, 기후변화 때문

i1.jpg » 자동차 앞유리에 부닥쳐 들러붙은 곤충 사체들. 얼마나 많은 곤충과 충돌하는지 장기간 측정하면 곤충의 양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옛날엔 장거리 운전 도중 멈추고 앞유리에 철퍼덕 들러붙은 곤충 사체를 닦아내고 갔지.”

이런 기억을 되살리는 사람은 나이 먹은 티를 내는 것이 아니라 곤충 개체수 감소가 부르는 생태계 붕괴를 이야기하는 것일지 모른다.

농약과 비료의 남용, 자연 서식지 감소로 곤충의 절대적 수가 줄어들고 있다. 누구나 짐작하는 내용이지만 곤충의 감소 추세를 구체적으로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 자동차 앞유리와 번호판은 그 추세를 알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다.

회원 수가 100만을 넘는 영국 왕립조류보호협회(RSPB)는 2004년 자동차 번호판에 플라스틱 막을 붙여 운전 중 충돌해 들러붙은 곤충의 수를 측정하는 시민 과학을 제안했다. 곤충이 새의 주요 먹이어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이에 따라 영국 동남부 켄트 지역의 야생동물 트러스트가 2004년부터 2019년까지 15년 동안 측정한 결과 자동차에 부닥쳐 죽은 곤충의 수는 2004년 8㎞ 주행당 1마리꼴에서 2019년 16㎞ 주행당 1마리꼴로 줄었다. 곤충의 양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내용이다.

i2.jpg » 자동차 번호판에 덧대 부닥치는 곤충의 수를 재는 시민 과학자들의 측정 장치. 켄트 야생동물 트러스트 제공.

더 긴 기간의 측정결과도 최근 나왔다. 안더스 파페 몰러 프랑스 파리 사클레이대 생태학자는 1997년부터 2017년까지 해마다 해마다 여름이면 덴마크 교외에서 렌터카 2∼3대를 동원해 1.2㎞ 구간을 시속 60㎞로 주행하면서 앞유리에 부닥쳐 들러붙은 곤충을 조사했다.

과학저널 ‘생태와 진화’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몰러는 “21년 동안 이 지역 곤충의 양은 80%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자동차 앞유리의 곤충 사체를 조사했을 뿐 아니라 포충망과 끈끈이를 이용해 곤충을 채집하는 한편 곤충을 먹이로 하는 제비가 물어오는 곤충의 양도 함께 조사했는데, 비슷한 양상을 확인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곤충 감소의 원인은 토지이용의 변화, 농약 사용, 외래종 침입 등으로 알려졌다”며 “그러나 조사대상인 덴마크 농촌 지역은 밀과 감자밭 사이에 농가가 드문드문 자리 잡은 곳으로 조사 기간 동안 거의 변화하지 않아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자동차 앞유리에 들러붙은 곤충을 조사하는 것은 곤충 풍부도를 측정하는 생물학적 방법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i3.jpg » 꽃가루를 나르는 꿀벌. 곤충은 인류가 재배하는 농작물 4분의 3의 꽃가루받이를 해 준다. 무하마드 마디 카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곤충과 거미 등 절지동물은 지구 전체 생물종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유기물 분해, 식물의 꽃가루받이, 다른 동물의 먹이원 제공 등 생태계의 핵심 구실을 한다. 따라서 곤충의 절대적 감소는 지구의 생물다양성 위기와 직결돼 최근 큰 관심거리다.

2017년 발표된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독일 보호구역 63곳에서 1989∼2016년 사이에 포획한 곤충이 75% 줄었다고 보고해 충격을 주었다. 또 이듬해 푸에르토리코의 열대 원시림에서 1976년과 2012년을 비교한 조사에서도 곤충과 거미의 양이 4분의 1∼8분의 1로 줄어든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관련 기사: 벌레가 사라진다, 기후변화의 새 재앙인가).

인용 저널: Ecology and Evolution, DOI: 10.1002/ece3.523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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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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