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동토서 발굴 4만6천년 전 종다리의 비밀

조홍섭 2020. 03. 05
조회수 10357 추천수 0
매머드 멸종 당시 두 아종으로 나뉘어 기후변화 살아남아

la1.jpg » 매머드와 함께 빙하기 초원에서 살던 종다리의 사체가 시베리아 영구동토에서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다. 로베 달렌 제공.

북유럽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북아메리카까지 북반구 전역에서 매머드가 어슬렁거리던 빙하기 생태계를 증언해 줄 새로운 동물이 시베리아 영구동토에서 발견됐다. 이제까지는 털매머드, 털코뿔소, 말, 들소 등 포유동물의 사체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번에 발굴된 동물은 처음으로 조류이다.

스웨덴 스톡홀름대 고유전학 센터와 미국 메인대 등 국제 연구진은 2018년 시베리아 북동부 인디기르카 강변 동토대에서 고대 종다리 사체 한 구를 확보했다. 당국의 허가를 받은 화석 사냥꾼들이 지하 7m 동굴 속에서 찾아낸 완벽하게 보존된 새였다.

la2.jpg » 빙하기 종다리 사체가 발굴된 시베리아 동북부(붉은 점) 위치. 뒤섹스 외 (2020)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 제공.

연구자들은 이 새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를 과학저널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 21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새의 사체를 탄소 연대 측정한 결과 4만6000년 된 것으로 나타났다. 11만5000년 전 시작해 1만1700년 전까지 지속한 마지막 빙기의 중후반 무렵에 살았던 새였다.

이 새와 거의 같은 종다리가 현재도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 북부에 살고 있다. 툭 터진 지형이 있는 농경지, 해변, 공항 등을 좋아해 ‘해변종다리’로 불리는 새이다. 

la3.jpg » 빙하기 종다리의 직계 후손인 해변종다리는 현재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에 널리 분포한다. 안드레아스 트렙테,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흥미롭게도 동토에서 발견된 종다리는 해변종다리와 비슷했지만 유전적으로 약간 차이가 났다. 주 저자인 니콜라스 뒤섹스 스톡홀름대 연구자는 “유전자 분석 결과 이 새는 현생 해변종다리의 두 아종인 시베리아 종다리와 몽골 종다리의 공통 조상으로 나타났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무언가의 이유로 동토에서 발견된 종다리가 시베리아 아종과 몽골 아종으로 갈라져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무얼까. 연구에 참여한 로베 달렌 고유전학 센터 교수는 “빙하기 말에 접어들면서 매머드가 살던 초원은 나뉘어 요즘 우리가 보는 것처럼 북쪽엔 툰드라, 중간엔 침엽수림대, 남쪽엔 초원 지대가 됐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초원에서 매머드가 사라지던 같은 시기에 종다리의 종 분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털매머드와 털코뿔소 같은 거대 초식동물은 빙하기가 저물면서 멸종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 종다리는 기후변화로 달라진 생태계에 적응해 두 아종으로 나뉘면서 살아남은 셈이다.

Sergey Fedorov_NEFU2.jpg » 빙하기 종다리와 같은 지역에서 발굴된 1만8000년 전 강아지(개 또는 늑대) 사체. 세르게이 페도로프 제공.

이번에 종다리가 발굴된 인디기르카 강변에서는 다양한 시대의 빙하기 고생물 사체가 발견돼 당시의 생태계를 이해하고 동물진화의 역사를 밝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2018년 1만8000년 전 ‘개’를 비롯해 5만년 전 동굴 사자, 3만2000년 전 초원 늑대, 3만4000년 전 털코뿔소, 9000년 전 들소 사체 등이 이 지역에서 발견됐다.

특히 2018년 발견된 사체는 머리, 코, 수염, 눈썹, 입 등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인 2개월 된 수컷 강아지였는데, 고유전학 센터가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개인지 늑대인지 알 수 없는 것으로 밝혀져 더욱 관심을 끌었다. 초창기 개 또는 늑대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개와 늑대의 조상은 1만5000∼4만년 전에 갈라져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용 저널: Communications Biology, DOI: 10.1038/s42003-020-0806-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개구리 사냥하는 거미, 나뭇잎 엮어 덫으로 사용개구리 사냥하는 거미, 나뭇잎 엮어 덫으로 사용

    조홍섭 | 2021. 01. 11

    농발거미 나뭇잎 2장 엮어 은신처 겸 덫으로…세계적으로도 개구리는 거미 단골 먹이 푹푹 찌는 열대우림에서 나뭇잎이 드리운 그늘은 나무 개구리에게 더위와 포식자를 피해 한숨 돌릴 매력적인 장소이다. 그러나 마다가스카르에서 크고 빠른 사냥꾼인...

  • 개 가축화, ‘단백질 중독’ 피하려 남는 살코기 주다 시작?개 가축화, ‘단백질 중독’ 피하려 남는 살코기 주다 시작?

    조홍섭 | 2021. 01. 08

    사냥감 살코기의 45%는 남아돌아…데려온 애완용 새끼 늑대 먹였을 것 .개는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일찍 가축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어떻게 늑대가 가축이 됐는지는 오랜 논란거리다.개의 골격이 발견된 가장 오랜 구석기 유적은 1만4...

  • 새를 닮은 포유류, 오리너구리의 비밀새를 닮은 포유류, 오리너구리의 비밀

    조홍섭 | 2021. 01. 08

    젖샘 있으면서 알 노른자도 만들어…지금은 사라진 고대 포유류 흔적 1799년 영국 박물관 학예사 조지 쇼는 식민지였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보내온 이상한 동물 표본을 받았다. 오리 주둥이에 비버 꼬리와 수달의 발을 지닌 이 동물을 쇼는 진기한 ...

  • 말의 몸통 지닌 ‘키작은’ 기린 발견, 유전 다양성 감소 탓?말의 몸통 지닌 ‘키작은’ 기린 발견, 유전 다양성 감소 탓?

    조홍섭 | 2021. 01. 07

    우간다와 나미비아서 각 1마리 확인…동물원, 가축선 흔해도 야생 드물어 .아프리카 우간다와 나미비아에서 돌연변이로 인한 골격발육 이상으로 추정되는 왜소증 기린이 발견됐다. 일반적으로 왜소증은 근친교배가 이뤄지는 가축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야생...

  • 스타 동물 자이언트판다 그늘서 반달곰 운다스타 동물 자이언트판다 그늘서 반달곰 운다

    조홍섭 | 2021. 01. 06

    판다 좋아하는 고산 중심 보호구역…반달곰, 사향노루 보호 못 받아 급감 자이언트판다나 호랑이처럼 카리스마 있고 넓은 영역에서 사는 동물을 우산종 또는 깃대종이라고 한다. 이 동물만 보전하면 그 지역에 함께 사는 다른 많은 동물도 보전되는 ...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