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때 돈 내고, 버릴 때 돈 내고…아깝다면, 폐기물 예방!

이동수 2020. 0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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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은 우리보다 20년 앞서 폐기물 예방을 최우선 정책으로 채택
GettyImages-1002076040-1.jpg » 폐기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재활용에 앞서 폐기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생활폐기물 재활용을 위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할 높은 수준의 분리수거를 매일 몸소 실천하고 있다. 그러나 폐기물 재활용도 필요하지만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더 중요한 것은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 즉 예방이다. '폐기물 예방'(waste prevention)이란 제품이 폐기물로 바뀌는 것 자체를 미리 막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일단 폐기물로 바뀐 후 재활용을 하고 태우거나 묻거나 하는 것은 예방이라 할 수 없다. 폐기물 예방의 핵심 목표는 1) 폐기물의 발생을 줄이고 2) 나중에 폐기물이 될지 모르는 제품의 생산과 유통과정에 사용되는 유해물질을 줄이며 3) 자원 사용의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폐기물의 예방이 왜 중요한가? 우선, 당연하게도 예방은 폐기물로 인한 환경의 오염과 건강위협을 원천적으로 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귀중한 자원이 폐기물로 바뀌는 것을 막기 때문에 자원의 소비를 줄이고 사용효율을 높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상품의 생산 유통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큰 폭으로 절약한다. 사실 대부분의 제품은 자원을 채취하고 생산하는 단계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품이 폐기물로 변하는 것을 예방하면 에너지가 크게 절약되며 그만큼 기후변화의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더불어 매립장으로 보낼 폐기물이 줄어든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인구밀도가 높고 땅값이 비싸 매립이 곤란한 환경에서는 이미 확보한 매립장을 가능한 한 오래 사용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에도 수도권 매립지의 조기 포화로 자칫 쓰레기 대란이 걱정되기도 하고1) 그 대응책으로 우선 매립지 반입총량을 2020년부터 2018년 대비 10% 줄이기로 한 바 있다2). 우리나라처럼 인구와 자원의 밀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폐기물 재활용이 아니라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이유 덕분에 돈이 크게 절약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제품을 살 때 돈을 내고 폐기할 때 또 돈을 낸다. 폐기물 예방은 덜 사고 덜 버리게 하니 이중으로 돈이 절약된다.  

06206177_P_0.jpg »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리에 있는 17만t 규모의 ‘쓰레기산’(지난해 6월 모습). 류우종 기자

그런데 재활용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폐기물 예방 성적표는 가히 최악이라 할 만하다. 오랫동안 실효성 있는 예방 목표와 노력도 부족했고 발생량은 빠르게 늘어만 갔다. 정부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 2018년이 돼서야 예방을 통한 구체적인 감량목표를 세운 바 있다.3) 대조적으로 유럽연합(EU)에서는 이미 1997년에 공식적으로 폐기물 예방을 폐기물관리 전략에서 가장 높은 우선순위에 두고, 2008년에 그 실행을 위해 회원국들에게 늦어도 2013년 12월까지 예방프로그램을 세우도록 했다.4) 

이에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프로그램을 수립하면서 저마다 예방목적을 다양하게 표방하고 그 구체적 목표를 세웠다. 예를 들어, 독일은 경제성장과 그로 인한 인간 · 환경영향을 분리시키는 것을 전체 목적으로 내세웠다. 즉, 악영향이 경제성장에 비례해 온 그동안의 경험에서 벗어나 경제는 성장해도 악영향은 줄이겠다는 것이다. 구체적 목표로서 단위 국내총생산(GDP)이나 피고용인, 인구 당 폐기물 발생이 감소되도록 하고, 재료물질을 사업장 내에서 폐쇄적으로 순환하도록 하였다. 또한 내구성이 크고 폐기물이 덜 발생하는 제품을 설계하고 재사용이 쉬운 제품에 대해 지원하는 정책 등을 도입하였다. 다른 나라들도 예방 대상 품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기도 하고, 재사용을 강조하기도 하며, 정부, 사업자, 소비자, 학교 등 주요 주체의 역할에 대한 계획을 포함하는 등 다양한 내용을 프로그램에 담았다(여러 유럽국가의 구체적 폐기물감량 목표를 표 1에 요약했다). 이 국가 프로그램에 따르면 나라마다 구체적 목표와 계획 기간이 다르지만 폐기물 예방 방침에 따라 구체적인 감량목표를 세우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BaullXsh_400x400.jpg » 지난해 유럽연합의 '쓰레기 예방 주간' 행사 포스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쉽게 느껴지는 면도 있다. 대체로 음식폐기물의 감량목표가 매년 5% 정도로 상대적으로 높고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한 포장폐기물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반면, 총폐기물이나 그 밖의 폐기물 항목의 감량은 대략 연 1% 전후 정도로 조심스런 수준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목표(10년간 생산액 10억원 당 폐기물발생량 톤 20% 감소)와 비슷하게 단위 국내총생산 당 발생량을 기준으로 폐기물 감량 목표를 세운 나라도 있다. 경제성장은 계속 유지하는 한편, 이 과정에 수반되는 자원의 사용과 제품의 소비 증가는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재사용과 같은 제품소비방식의 변화로 막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내총생산당 폐기물 발생량이 줄어도 경제성장으로 국내총생산 자체가 커지면 결과적으로 폐기물 감량 효과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폐기물 문제가 아니어도 경제성장이 꼭 필요한 것인지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실적인 수준에서 아무리 자원의 효율이 높아져도 계속 팽창하는 경제와 지구의 지속가능성이 장기적으로 양립할 수 있을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예를 들어 엘이디(LED) 조명은 그 이전보다 훨씬 적은 전기를 소비하면서도 같은 밝기를 제공할 수 있지만 바로 그 때문에 사람들은 안심하고 전보다 더 여러 곳을 더 밝게 밝히려 하여 결과적으로 총 전기 사용량은 많아진다. 높아진 효율로 절약할 수 있는 양이 그로 인한 소비욕구의 증가를 당해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 그동안의 경험에 무지하거나 매우 낙관적이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기술발전으로 효율이 높아지는 속도는 빠를지 모르지만 경제성장을 당연하게 여기는 환경에서 사람의 소비욕구가 질적으로 바뀌고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은 대단히 느릴 수밖에 없다. 높은 효율도 좋지만 경제성장이라는 전제를 없애야 폐기물의 예방 효과도 커질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충분히 부유하면서도 감량목표를 국내총생산 당 배출량 기준으로 세우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쫒고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개발국의 변화가 특히 필요하다. 

표 1. 유럽국가의 주요폐기물 감량목표5)

국가 

 목표

 벨기에(브뤼셀):2020년까지

 가정:

음식폐기물감량: 5 kg/인/년
종이폐기물감량: 7 kg/인/년
포장폐기물감량: 10 kg/인/년
재사용품목 반환: 6 kg/인/년
사업장:
음식폐기물감량: 6 kg/인/년
종이폐기물감량: 30 kg/인/년
포장폐기물감량: 1 kg/인/년
학교:
음식폐기물감량: 3 kg/학생/년
종이폐기물감량: 2.5 kg/학생/년
포장폐기물감량: 1 kg/학생/년

 잉글랜드

생활폐기물: 2015년까지 2009/10년 대비 25% 감량

음식폐기물: 2015년까지 2012년 대비 5% 감량

 이탈리아

가정폐기물: 2020년까지 2010년 대비 폐기물량/GDP 5% 감소

유해폐기물: 2020년까지 2010년 대비 폐기물량/GDP 10% 감소

 라트비아

총폐기물: 2020년까지 400 kg/인/년 이하

총생활폐기물: 2020년까지 650000 톤/년 이하
유해폐기물: 2020년까지 50000 톤/년 이하
총폐기물: 2020년까지 400 kg/인/년 이하
총생활폐기물: 2020년까지 650000 톤/년 이하
유해폐기물: 2020년까지 50000 톤/년 이하
 몰타

 

음식폐기물: 5년 동안 15%~22% 감량

 네덜란드

총폐기물: 2015년까지 68,000,000톤 이하, 

           2021년까지 73,000,000톤 이하
음식폐기물: 2009년 대비 2015년까지 20% 감량
섬유폐기물: 2011년 대비 2015년까지 50% 감량

 포르투갈

총폐기물: 2007년 대비 2016년까지 10% 감량

 스코틀랜드

총폐기물: 2011년 대비 2017년까지 7%, 2025년까지 15% 감량 

 스페인

총폐기물: 2010년 대비 2020년까지 10% 감량

가전폐기물: 2017년 1월부터 2018년 8월 15일까지 2% 감량
             2018년 8월 15일부터 2020년까지 3% 감량
인터넷/통신기기: 2017년 1월부터 2018년 8월까지 3% 감량
                   2018년 8월 15일부터 2020년까지 4% 감량

 웨일스

총폐기물: 2007년 대비 2025년까지 27%, 2050년까지 65% 감량

생활폐기물: 2006/7 대비 2050년까지 연 1.2% 감량
상업폐기물: 2006/7 대비 2050년까지 연 1.4% 감량
건축폐기물: 2006/7 대비 2050년까지 연 1.2% 감량

 에스토니아

생활폐기물: GDP당 발생량 2020년까지 50% 감량

 프랑스

생활/사업장 폐기물: 2010년 대비 2020년까지 1인당 발생량 10% 감량

음식폐기물: 2010년 대비 2025년까지 50% 감량

이동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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