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도심 출몰 ‘전갈 공포’, 두꺼비로 잠재울까

조홍섭 2020. 03. 20
조회수 15519 추천수 1
전갈 10마리 독에도 끄떡없는 천적 드러나…한 해 15만명 전갈에 쏘여

to1.jpg » 브라질 대도시에서 많은 쏘임 사고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노랑 전갈을 브라질 토종 두꺼비가 즐겨 잡아먹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헤지 외 (2020) ‘톡시콘’ 제공.

상파울루 등 브라질 남부 대도시에서 요즘 가장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의 하나는 한 해에 15만명 이상이 전갈 독침으로 쏘이는 것이다. 강력한 독성을 지닌 이 절지동물을 두꺼비가 즐겨 잡아먹는다는 사실이 밝혀져, 전갈 퇴치에 청신호가 켜졌다.

대도시 주택의 부엌과 주차장 등에 출몰하는 전갈은 손가락만 한 브라질 고유종인 노랑 전갈로,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위험한 독충으로 꼽힌다. 숲이 사라지고 도시화가 진행하면서 이들은 도시에서 삶터를 찾았다. 도시에는 야행성인 전갈이 낮 동안 숨을 어둡고 비좁으며 건조한 곳이 많고, 무엇보다 쓰레기 처리가 제대로 안 돼 들끓는 바퀴가 손쉬운 먹이가 됐다.

브라질 보건부의 집계를 보면, 전갈에 쏘인 사람 수는 2000년 1만2000명에서 2018년 15만6000명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이 문제가 특히 심각한 남부의 대도시 상파울루에서는 전갈에 쏘인 사람이 1988년 738명이던 것이 2017년 2만명, 2018년에는 3만명으로 급증했다.

to3.jpg » 노랑 전갈. 남아메리카 전갈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하고 수컷 없이도 암컷 홀로 단성생식으로 번식할 수 있다. 조제 호베르토, 플리커스 크리에이티브 코먼스 제공.

비록 아이와 노인을 중심으로 쏘인 사람의 1% 이하만 사망하지만, 쏘인 뒤 30분∼1시간 안에 해독제를 맞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 밤중에 쏘인 뒤 황급히 병원을 찾았는데, 하필 해독제가 떨어져 아이가 사망한 사례가 잇따른다.

당국에선 대대적인 살충제 살포로 맞서지만, 위 통계에서 보듯 효과는 없다. 이런 가운데 도시화가 이뤄지기 전 브라질에 흔했던 노랑 두꺼비가 노랑 전갈의 천적이란 연구결과가 나왔다.

카를로스 자헤지 브라질 부탄탄 연구소 생물학자 등 브라질과 미국 연구자들은 국제독소학회가 발간하는 과학저널 ‘톡시콘’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노랑 두꺼비가 노랑 전갈을 잡아먹는지, 또 두꺼비가 전갈의 독침에 쏘여도 무사한지 등을 실험한 결과를 보고했다. 부탄탄 연구소는 노랑 전갈을 대량으로 포획해 그 독소로 해독제를 만드는 곳이다.

연구자들이 두꺼비 앞에 전갈을 놓자 5초 안에 냉큼 잡아먹었다. 전갈이 달아나면 쫓아가 혀를 내밀어 붙잡았고, 전갈이 꼼짝하지 않으면 살금살금 다가가 혀를 내쏘았다.

실험한 두꺼비 10마리 가운데 7마리는 5분 간격으로 제공한 전갈 2마리를 모두 먹어치웠다. 2마리는 전갈 한 마리만 먹었고, 첫 시도에서 실패한 두꺼비 한 마리만 포식하지 않았다.

to2.jpg » 노랑 두꺼비는 노랑 전갈 10마리의 독을 주입해도 끄떡없었다. 자헤지 외 (2020) ‘톡시콘’ 제공.

전갈 몸의 중앙부를 문 두꺼비는 삼키기 전 앞다리와 입으로 전갈의 자세를 바꾸었고, 이 과정에서 독침에 쏘이기도 했지만 아무런 증상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 실험 뒤에는 일종의 후식으로 보통 때 먹이로 주는 바퀴 5마리를 주었는데 모두 먹어치웠다.

연구자들은 두꺼비가 전갈 독에 내성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전갈의 독액을 추출해 두꺼비의 몸에 주입해 보았다. 전갈 2마리에서 추출해 쥐의 치사량에 해당하는 독을 주입한 무리와 전갈 10마리 분량의 독을 주입한 집단 모두가 두꺼비는 독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후 제공한 바퀴 5마리를 맛있게 먹었다.

연구자들은 “노랑 두꺼비가 노랑 전갈을 아주 좋아해 재빨리 잡아먹어, 이 두꺼비가 전갈의 자연 천적임이 드러났다”며 “이 실험 결과가 사람의 건강피해는 물론 두꺼비 보전에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두꺼비와 전갈 모두 야행성이고 여름철에 활발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두꺼비를 이용한 전갈 방제 가능성은 충분하다. 노랑 전갈은 수컷을 만나지 못해도 단성생식으로 한 번에 30마리씩 1년에 여러 차례 번식한다.

연구자들은 “노랑 두꺼비는 도시화 과정에서 알을 낳을 습지 등 서식지가 사라진 데다 ‘지저분하고 못생긴 동물’이란 일반인의 편견 때문에 마구 죽여 개체수가 많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to4.jpg » 인구 880만인 상파울루 전경. 급격한 도시 팽창을 따라가지 못하는 비위생적인 쓰레기 처리가 바퀴, 전갈의 번성을 불러왔다는 지적을 받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인용 저널: Toxicon, DOI: 10.1016/j.toxicon.2020.02.01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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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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