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식력 여왕’인 대어를 잡지 말아야 하는 이유

조홍섭 2020. 04. 14
조회수 12982 추천수 0

중간 크기만 잡아도 생산량 비슷…나이 들수록 양질의 알 많이 낳아


fe1.jpg » 크로아티아의 한 호수에서 낚시꾼이 낚은 대형 강꼬치고기. 나이 든 대형 암컷은 집단을 유지할 핵심 번식력을 보유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낚시꾼의 꿈은 대어를 낚는 것이다. 어선도 잡지 못하는 작은 물고기 기준은 있어도 큰 물고기는 제한 없이 잡는다. 그러나 물고기 집단을 유지하고 지속가능하게 잡으려면 작은 물고기뿐 아니라 번식력이 탁월한 나이 든 대형 암컷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직 번식하지 않은 작은 물고기를 잡지 못하게 하는 것은 수산업의 오랜 관행이다. 적어도 한 번은 번식에 참여한 물고기만을 지속해서 솎아내는 방식으로 어획량을 극대화한다.


일정한 기준을 정해 그 길이까지 자라지 못한 물고기를 잡지 못하게 하는 ‘포획 금지 체장’은 그런 예다.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공고한 기준은 넙치·고등어 21㎝, 대구·방어 30㎝, 갈치 18㎝(머리에서 항문까지), 감성돔 20㎝ 등이다.


그러나 어획량이 아니라 바다 생태계 전체를 보면, 번식력이 왕성한 큰 물고기의 포획도 어린 물고기처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커지고 있다. 물고기가 커질수록 번식력이 비례해서 커지는 게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질적으로도 뛰어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디에고 바르네체 오스트레일리아 모나쉬대 생물학자 등은 2010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해산어 342종을 대상으로 몸 크기별 번식능력의 차이를 조사한 연구는 그런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연구에서 이제까지의 통념과 달리 몸무게 2㎏짜리 암컷 1마리의 번식력은 1㎏짜리 2마리를 합친 것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30㎏짜리 대서양대구 암컷은 2㎏짜리 암컷 15마리가 아니라 28마리가 낳는 양의 알을 낳았다. 게다가 알 하나하나의 부피와 에너지양도 튼실해, 30㎏짜리 대구 암컷이 한 번에 낳은 알의 에너지 함량은 1㎏짜리 암컷 37마리의 알에 해당했다.


fe2.jpg » 30㎏짜리 대형 대서양대구 암컷은 2㎏짜리 암컷 15마리가 아니라 28마리가 낳는 양의 알을 낳았다(A). 게다가 알 하나하나의 부피와 에너지양도 튼실해, 30㎏짜리 대구 암컷이 한 번에 낳은 알의 에너지 함량은 1㎏짜리 암컷 37마리의 알에 해당했다(B). 바르네체 외 ‘사이언스’ (2010) 제공.


그렇다면 크고 성숙한 암컷을 잡지 않으면 어획량에 어떤 영향이 끼칠까. 로버트 아렌스 미국 플로리다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어류 및 수산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미성숙 어린 물고기와 아주 큰 물고기를 모두 포획하지 않더라도 어린 물고기만 제한하는 기존 어업과 비슷한 어획고를 올릴 수 있으며, 잡는 물고기의 평균 크기를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밥상에 오르기 적당한 중간 크기 물고기만 잡자’는 주장이다.


연구자들은 유라시아와 북미에 널리 분포해 상업용 및 레저용 어획 대상인 강꼬치고기를 대상으로 모델링 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 연구에 참여한 로버트 아를링하우스 독일 훔볼트대 교수는 “대형 산란어를 보호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수산업계에 뿌리 깊지만, 이번 연구로 볼 때 시대착오적이다. 큰 개체를 보호하면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고도 개체군을 안정시킬 뿐 아니라, 잡는 물고기의 평균 크기를 늘린다. 특히 강도 높은 어획 대상 종에서는 중간 크기만 잡는 방식이 기존 어획보다 생산량 측면에서도 낫다”고 베를린 연구협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어린 개체와 아주 큰 개체를 모두 잡지 않았을 때도 어린 개체만 규제할 때에 견줘 생산량의 95%를 어획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자들은 “나이 많은 큰 암컷은 이미 다음 세대를 배출했기 때문에 제 몫을 다 한 것이라고 이제까지 보았지만, 실제로는 나이가 들수록 성장 대신 번식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다산성으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또 “크기와 나이가 다른 물고기들은 산란하는 시기와 장소가 달라 환경사고가 나더라도 살아남을 확률이 커지며, 나이 든 물고기의 이동 경로와 먹이 확보 장소, 습성 등을 어린 물고기가 학습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f23.jpg » 1m가 넘는 초대형 대서양대구. 남획으로 집단이 붕괴하면서 절반 크기로 절반으로 줄었다. 가두스 모루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대형 물고기 남획은 어종의 왜소화를 낳고 있다. 남획으로 어장이 붕괴하기 전 포획된 대서양대구는 길이 120∼130㎝에 무게 20∼26㎏이 보통이었지만 요즘은 그 절반 크기가 대부분이다. 또 기후변화도 물고기를 작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지중해에서 바닷물 표층 온도가 1.5도 올라가면 물고기의 길이는 15%까지 줄어든다고 예측됐다.


인용 저널: Fish and Fisheries, DOI: 10.1111/faf.1244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3D 가짜 거북 알’로 불법 유통망 추적‘3D 가짜 거북 알’로 불법 유통망 추적

    조홍섭 | 2020. 10. 23

    코스타리카서 현장 시험 성공, 1시간마다 위치 정보 전송입체(3D) 프린터로 만들어 겉모습은 진짜와 똑같고 안에는 위성 위치추적 장치를 넣은 가짜 거북 알이 개발돼 불법 채취꾼을 잡고 유통망을 파악하는 데 쓰일 수 있게 됐다. 중미 코스...

  • 우리 몸엔 늦가을과 늦봄 두 계절만 있다우리 몸엔 늦가을과 늦봄 두 계절만 있다

    조홍섭 | 2020. 10. 22

    늦가을엔 바이러스 감염 대응…‘겨울잠’ 단백질도 많아져온대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면 4계절은 가장 분명한 환경 변화이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몸은 4계절이 아닌 2계절을 산다는 사실이 분자 차원의 추적 연구결과 밝혀졌다.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자...

  • 꽃샘추위 한 번에 어린 제비 사망률 곱절로꽃샘추위 한 번에 어린 제비 사망률 곱절로

    조홍섭 | 2020. 10. 21

    더워진 봄 산란 앞당기면 새끼 굶주릴 위험 커져, 30년 장기연구 결과기후변화는 평균으로 오지 않는다. 봄은 일찍 찾아오고 평균기온은 오르지만 꽃샘추위는 잦아진다. 동물이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장기 현장연구로 밝혀...

  • 한국인에는 비만과 당뇨 막는 ‘쌀밥 유전자’ 있다한국인에는 비만과 당뇨 막는 ‘쌀밥 유전자’ 있다

    조홍섭 | 2020. 10. 19

    인도보다 3천년 앞서 쌀 재배, 고혈당 막는 유전적 적응 일어나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은 오랜 벼농사 덕분에 고탄수화물 식사로 인한 비만과 당뇨병 등의 부작용을 막는 유전적 적응을 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오랜 목축 역사가 있는 유럽 ...

  • 냄새로 코로나 검사, 개 활용 연구 활발냄새로 코로나 검사, 개 활용 연구 활발

    조홍섭 | 2020. 10. 16

    헬싱키 공항 현장 배치…80∼90% 정확도 감염자 실시간 찾아요양원 식구들이 아침마다 돌아가며 개와 아침 인사를 나누는 것만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사람보다 10만배나 뛰어난 개의 후각을 이...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