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는 개개비 알 개수 세며 탁란한다

조홍섭 2020. 07.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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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에 알 1개 있을 때 노려…비교 대상 없어 제거 회피


co1.jpg » 뻐꾸기는 탁란할 때 둥지에 알이 하나 있을 상태를 선호한다. 뻐꾸기가 탁란하기 위해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의 둥지에 내려앉았다. 한겨레 자료 사진

여름이 되면 다른 새의 둥지에 슬쩍 자신의 알을 낳아 육아의 부담을 떠넘기려는 뻐꾸기와 그 희생양이 될 개개비 사이의 ‘전쟁’이 시작된다. 세 마리 가운데 한둘은 탁란을 당하는 개개비로서는 그해 번식의 성패를 가르는 순간이다.


개개비 둥지에서 먼저 부화한 새끼 뻐꾸기는 개개비의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 떨어뜨린다. 개개비는 둥지를 차지한 제 몸보다 큰 새끼 뻐꾸기를 먹여 기름으로써 제 자식을 죽이고 나아가 앞으로 동족을 해칠 천적을 정성껏 기르는 이중의 타격을 보게 된다.


co2.jpg »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둥지의 뱁새 알을 등짐으로 밀어 땅에 떨어뜨리는 뻐꾸기 새끼. 조용철, 환경부 제공.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번식기 개개비는 둥지에 접근하는 뻐꾸기를 격렬하게 쫓아낸다. 둥지에 낯선 알이 있으면 제거하기도 한다. 알의 크기와 색깔을 바꾸면 곧 이를 흉내 내는 등 개개비와 뻐꾸기 사이의 진화 군비경쟁은 오늘도 진행 중이다.


뻐꾸기 탁란에서 핵심은 몰래 알을 낳는 일이다. 암컷 뻐꾸기는 개개비 번식지인 갈대밭 나뭇가지에 앉아 개개비가 둥지를 짓고 있는지, 둥지에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주변에 다른 암컷 뻐꾸기는 없는지, 개개비가 산란을 시작했다면 둥지 안에는 알이 몇 개나 있는지 등을 면밀히 관찰하며 기회를 노린다.

 

뻐꾸기는 몸길이 33㎝의 큰 새이지만 개개비의 알과 비슷한 길이 2.2㎝의 작은 알을 낳는다. 탁란에 가장 적합한 둥지를 골라 개개비 알 하나를 둥지 밖으로 내버리고 자신의 알을 낳는 데 10초도 걸리지 않는다.


co3.jpg » 자기보다 큰 뻐꾸기 새끼를 정성껏 기르는 개개비 어미.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때 탁란한 뻐꾸기 알에서 새끼가 개개비 알보다 먼저 깨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개개비 새끼가 깨어나기 전에 제거하고 개개비 어미의 육아를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늦게 깨어나 개개비 새끼와 함께 자란 뻐꾸기 새끼는 생존율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암컷 뻐꾸기는 어떤 단서를 바탕으로 탁란할 시점을 결정할까. 중국과 프랑스 연구자들은 장기간의 현장 연구와 실험을 통해 “뻐꾸기는 개개비 둥지에 알이 하나 또는 두 개일 때를 노린다”며 “아마도 뻐꾸기는 알의 수를 셀 수 있는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연구자들은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 성에 있는 짜룽 자연보호구의 갈대 습지에서 2012∼2019년 동안 뻐꾸기의 개개비 탁란을 연구했다. 8년 동안 모두 245건의 탁란을 관찰했는데, 개개비 둥지 43개에는 뻐꾸기가 2차례에 걸쳐 탁란해 뻐꾸기 알이 2개나 됐다.


co4.jpg » 뻐꾸기 탁란 장기 연구가 이뤄진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 성에 있는 짜룽 자연보호구의 갈대 습지. 두루미의 번식지로도 유명하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탁란율이 매우 높아 신경이 날카로워진 개개비 부부는 둥지에 접근하는 뻐꾸기를 매우 집요하고 공격적으로 쫓아냈다. 연구자들은 “2014년 번식기엔 탁란하러 접근하던 뻐꾸기가 개개비에 쫓기다 물에 빠져 익사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관찰 결과 뻐꾸기는 개개비 둥지에 알이 하나 있을 때 탁란하는 비율이 전체의 절반에 가까웠다. 알이 1개 있을 때와 2개 있을 때의 비율을 합치면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뻐꾸기는 개개비가 알을 하나 낳고 잠시 둥지를 비웠을 때를 주로 노렸다. 연구자들은 “둥지에 하나 있는 알을 제거하고 자신의 알을 낳으면 개개비는 누구 알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알이 여러 개 있을 때 낯선 알이 들어서면 알아채기 쉽지만 알 하나만 있을 때 바꿔치기하면 비교 대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co5.jpg » 뻐꾸기가 탁란한 개개비 둥지 4개. 약간 큰 것이 뻐꾸기 알이다. 뻐꾸기는 이처럼 비교가 되지 않도록 개개비 알이 하나만 있는 둥지를 선호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개개비 둥지가 비어있을 때 탁란하기가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그런 예는 적었다. 연구자들은 “빈 둥지는 개개비가 번식을 포기하고 버린 것일 수도 있고 아직 낳지도 않은 알을 발견한 개개비 어미가 내다 버릴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개개비는 낳은 알이 늘어날수록 방어 행동도 강해지는 점도 작용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뻐꾸기는 개개비의 경계가 느슨한 때 탁란하도록 적응했다는 얘기다.


연구자들은 뻐꾸기가 개개비 둥지의 알 개수를 단서로 탁란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개개비 둥지 1m 옆에 인공둥지를 설치하는 실험을 5년 동안 했다. 인공둥지 한 조에는 모형 알이 0, 1, 3, 5개 들어있는 둥지를 나란히 배치했다. 뻐꾸기가 알의 개수만 다른 둥지 어느 곳에 탁란하는지 보는 실험이었다.


인공둥지 42조 가운데 32조에서 탁란이 일어났다. 탁란한 대부분(25개)의 둥지는 알을 1개 넣은 것이었다. 자연 관찰과 마찬가지로 실험에서도 뻐꾸기가 가장 선호하는 상태는 알이 1개 있는 둥지였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로 뻐꾸기는 둥지 속 알의 개수를 구별할 수 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탁란 결정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왕립학회보 비’ 최근호에 실렸다.


co6.jpg » 뻐꾸기는 크기나 깃털 무늬가 맹금류인 새매와 닮아 개개비 등 작은 새가 놀라 피할 때 탁란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인용 저널: Proc. R. Soc. B, DOI: 10.1098/rspb.2020.034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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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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