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물로 발견한 열대 아시아 신종원숭이 2종

조홍섭 2020. 07.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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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분석 결과 띠잎원숭이 실제론 3종


p0.jpg »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동남아열대림의 띠잎원숭이가 실제로는 3종이라는 사실이 배설물 연구로 밝혀졌다. 싱가포르의 띠잎원숭이. 앤디 앙,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동남아열대림에 사는 띠잎원숭이는 숲의 은둔자이다. 검은 털로 뒤덮인 50㎝ 크기의 몸집에다 나무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과일, 씨앗, 어린잎 등을 먹는데, 인기척을 느끼면 황급히 사라지기 때문이다.


1세기도 전에 학계에 보고된 이 원숭이는 미얀마부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걸쳐 분포하는 단일 종으로 알려졌다. 단지 가슴에서 허벅지까지 난 흰 띠의 미묘한 차이로 3개 아종으로 구분했다.


관찰도 어렵지만 마취시켜 조직 시료를 채취하기는 더 힘든 이 원숭이를 연구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배설물 수집에 나섰다. 직장을 통과하면서 점막 세포를 포함하는 배설물에서 디엔에이(DNA)를 얻기 위해서였다.


분석 결과 100년 넘게 한 종으로 알았던 이 원숭이 세 아종이 놀랍게도 수백만년 전에 분화한 서로 다른 종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2종은 당장 멸종을 걱정해야 하는 ‘위급 종’이란 판정을 받았다.


p1.jpg » 수마트라 리아우에 분포하는 띠잎원숭이. 바다 건너 말레이 반도 원숭이와 별개 종으로 밝혀졌다. 앤디 앙 외 (2020) ‘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앤디 앙 야생동물 보호구역 싱가포르 보전 재단 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발견 사실을 보고하면서 “배설물 디엔에이 분석 방법을 멸종위기 포유류의 종 경계를 분명히 하는 데 더 널리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연구자들은 띠잎원숭이들이 머무는 숲을 멀리서 지켜보다 이들이 떠난 뒤 숲 바닥에서 신선한 배설물을 확보했다. 연구자들은 “열대림에서 띠잎원숭이의 배설물을 수집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며 “몇 시간씩 머문 자리에 배설을 전혀 하지 않거나, 배설물을 소똥구리나 파리에게 선점당하기도 했다”고 ‘내셔널지오그래픽’ 인터넷판에서 밝혔다.


띠잎원숭이에는 세 아종이 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반도 남쪽 끝에 서식하는 라플 띠잎원숭이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동쪽 리아우 주에 사는 아종, 그리고 미얀마 남부에서 타이를 거쳐 말레이반도 북쪽에 분포하는 로빈슨 띠잎원숭이가 그들이다(지도 참고).


p2.jpg » 띠잎원숭이 3종의 분포 지역. 앤디 앙 외 (2020) ‘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연구자들이 배설물에서 얻은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를 분석한 결과 수마트라 아종과 싱가포르·말레이반도 아종은 오랜 격리로 완전히 다른 종으로 진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두 지역은 좁은 싱가포르해협 양쪽에 자리 잡아 빙하기 해수면이 얕았을 때 서식지가 연결됐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실제로 두 집단의 교잡은 일어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두 아종이 유전자 염기서열의 5% 이상이 달라 전혀 다른 종”이라며 “260만년 전 두 종이 분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빙하기에 말레이반도와 수마트라 섬이 육지로 이어지긴 했지만, 원숭이가 서식할 열대림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로빈슨 띠잎원숭이와 라플 띠잎원숭이는 더 오래전인 450만년 전 분화한 별개 종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한 종이던 띠잎원숭이를 3종으로 나눈 이번 연구는 종 보전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독립된 종이 된 싱가포르·말레이반도 아종은 다 합쳐야 300∼400마리밖에 없다. 말레이반도 쪽 서식지는 급속히 기름야자 농장으로 바뀌고 있다.


개별 종이 된 수마트라 아종의 처지도 비슷하다. 서식지인 리아우는 수마트라에서 열대림 벌채 속도가 가장 빠른 데다, 토탄층 화재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곳의 띠잎원숭이 개체 수는 1989년 이후 80% 이상 줄었다.


p3.jpg » 로빈슨 띠잎원숭이. 서식지는 비교적 넓지만,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곧 멸종위기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앤디 앙 외 (2020) ‘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연구자들은 “이들 두 종은 서식지가 좁고 개체 수가 적어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에서 멸종 직전인 ‘위급’ 단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로빈슨 띠잎원숭이도 분포 영역은 가장 넓지만 열대림 파괴와 애완동물로 팔기 위한 밀렵이 성행해 조만간 위기에 놓일 것으로 연구자들은 내다봤다.


연구자들은 “겁이 많고 개체수가 많지 않은 포유류 연구에 배설물의 유전자 연구는 특히 유용하다”며 “계통분류뿐 아니라 집단유전학, 먹이 분석, 장내 세균총, 기생충 등을 연구하는 데도 쓸모가 있다”고 밝혔다.


인용 저널: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0-66007-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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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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