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은 엉성한 ‘내비' 의존해 대양섬 찾는다

조홍섭 2020. 0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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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아닌가 벼”…때론 수백㎞ 지나쳤다 방향 돌리기도


t1.jpg » 전 세계 열대와 아열대 바다에 분포하는 바다거북은 장거리 이동으로 유명하다. 위성추적장치를 이용해 그 비밀이 밝혀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아무런 지형지물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바다거북이 어떻게 자신이 태어난 해변과 종종 수천㎞ 떨어진 먹이터를 이동하는지는 찰스 다윈 이래 오랜 수수께끼였다.


위성추적장치를 이용한 연구 결과 바다거북은 목표지점의 위치를 가르쳐 주는 일종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정교하지 않은 이 ‘내비’가 때로는 제 방향에서 수백㎞나 벗어난 곳으로 안내해 바다거북이 방향을 수정하느라 애를 먹는 것으로 밝혀졌다.


t2.jpg »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서 태어난 바다거북 35마리가 먹이터를 향해 아프리카 해안까지 이동한 연도별 궤적. 곧장 목표 지역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헤이스 외 (2020)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그렘 헤이스 오스트레일리아 디킨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 섬 해변에서 번식하는 바다거북 33마리에 위성추적장치를 달아 먹이터인 대양의 외딴섬이나 대양에서 주변보다 얕아 생물이 풍부한 퇴를 어떻게 찾아가는지 조사했다.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16일 치에 실린 이들의 논문을 보면, 바다거북은 지자기를 이용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이용해 때로는 왕복 8000㎞에 이르는 대양 이동을 거뜬히 해냈다.


t3.jpg » 바다거북은 노처럼 길게 발달한 앞발을 이용해 먼 거리를 이동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헤이스는 “일부 바다거북의 이동 거리는 놀라웠는데, 위치를 추적한 6마리는 아프리카 해안까지 4000㎞ 이상을 이동해 번식지인 차고스 제도와 왕복 이동 거리는 8000㎞가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장거리 이동이 가능한 것은 “과거 실험실 연구에서 제안했듯이 바다거북이 지자기를 이용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활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바다거북이 의존하는 내비가 그리 정교하지 않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로 분명해졌다. 추적 조사한 33마리 가운데 28마리가 매일 목표지점과 현 위치를 고려해 방향을 수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 바다거북은 종종 목표지점으로 향하는 직선 경로로부터 수백㎞ 벗어난 곳으로 헤엄쳤고, 엉뚱한 섬에 닿은 뒤에야 경로를 수정해 이동을 계속하곤 했다. 헤이스는 “대양의 작은 목표지점을 찾느라 바다거북이 그토록 애를 먹는지 몰랐다”며 “목표지점을 훨씬 지나쳐 갔다가 돌아오기도 하고, 외딴 섬을 찾느라 몇 주일을 보내곤 했다”고 말했다.


t4.jpg » 작은 외딴 대양섬에 접근하는 바다거북의 경로. 때로는 100㎞가 넘는 거리를 지나쳤다 되돌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시계 모양의 검은 바늘은 풍향, 흰 바늘은 조류 방향을 가리킨다. 헤이스 외 (2020)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이번 연구에서 바다거북 이동시간의 96.3%는 수심 100m 이상의 깊이에서 이뤄졌다. 거북의 최대 잠수 깊이는 50m이기 때문에 거북은 해저지형 등에서 단서를 얻지 못하고 오로지 내비에 의존해 헤엄칠 수밖에 없다. 또 이동 중간에 만나는 대양섬 등을 거들떠보지 않고 지나쳐, 애초 최종 목적지를 정해 놓고 이동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바다거북은 최종 목적지에 곧바로 접근하지 못하는 행태도 보였다. 내비의 해상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종종 목표지점인 작은 대양섬을 지나쳐 갔다가 수심의 변화 등을 단서로 방향을 틀어 목표지점에 접근하곤 했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에서 거북이 작은 외딴 섬을 정확히 찾아낼 능력은 없지만, 그렇더라도 망당대해에서도 방향을 수정해 나갈 수 있음이 드러났다”고 논문에 적었다.


t5.jpg » 바다 밑바닥에서 먹이를 찾는 바다거북. 바다거북을 보전하려면 이제까지 알았던 것보다 훨씬 넓은 대양에서 보호조처가 나와야 한다. 알렉산더 바세닌,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번 연구는 바다거북 보전과 관련해서도 의미가 있다. 헤이스는 “번식기가 끝나면 바다거북은 대양으로 넓게 퍼져 나간다”며 “보전 조처가 폭넓은 공간과 많은 국가에 걸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용 저널: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0.05.08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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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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