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고대 개' 뉴기니서 야생종 발견

조홍섭 2020. 09. 17
조회수 17114 추천수 0
`늑대+고래’ 독특한 울음 특징…4천m 고원지대 서식, ‘멸종’ 50년 만에 확인

d1.jpg » 세계에서 가장 오랜 개, 가장 희귀한 개로 꼽히는 뉴기니 고원 야생 개의 모습. 노래하는 개의 야생 원종임이 밝혀졌다. 뉴기니 고산 야생 개 재단 제공.

오래전부터 호주 북쪽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 뉴기니에는 독특한 울음소리의 야생 개가 살았다. 얼핏 늑대의 긴 울음 같지만 훨씬 음색이 풍부하고 듣기 좋아 ‘늑대 울음과 혹등고래 노래를 합친’ 것 같았다. 수천 년 동안 이 개와 살아온 원주민들은 ‘고원 야생 개’로 불렀지만 유럽인들이 ‘노래하는 개’로 부른 이유였다.
 

노래하는 개는 사촌뻘인 오스트레일리아의 야생 개 딩고와 비슷하다. 딩고는 3500∼1만2000년 전 사이 원주민이 데리고 간 개가 야생화한 것이다. 뉴기니와 호주는 빙하기 때 해수위가 낮아지면서 육지로 연결됐다. 가장 오랜 개인 노래하는 개와 딩고는 동아시아에서 기원해 오세아니아로 퍼져 나간 개의 가축화 과정에 관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노래하는 개는 야생에서 자취를 감췄다. 붙잡아 기르던 8마리가 미국으로 보내져 현재 근친교배로 불어난 200∼300마리가 동물원 등에서 보호받고 있을 뿐이다.

d2.jpg »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보호센터에 있는 노래하는 개.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뉴기니의 고원지대에서 수수께끼의 야생 개를 보았다는 이야기가 원주민들 사이에 전해졌다. 해발 4000m 이상의 고산지대 초원에 살며 극도로 사람을 피하는 데다 영리해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2016년 본격 탐사가 이뤄지기 전 이 고원 야생 개를 찍은 사진은 단 2장에 지나지 않을 정도였다.

이 고원 야생 개가 노래하는 개의 조상인지 같은 종인지, 또는 마을에서 도망친 개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2016년 파푸아 대와 뉴기니 고원 야생 개 재단이 주도한 탐사대는 뉴기니 서쪽 인도네시아 쪽 푼카크 자야 산에서 15마리의 고원 야생 개 사진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2018년 후속 탐사에서는 야생 개 3마리로부터 혈액을 채취해 유전자 분석이 가능해졌다.

d2-1.jpg » 2018년 탐사대가 발견한 고원 야생 개 3마리의 모습. 극도로 수줍음을 타고 영리해 좀처럼 보기 힘들다. 수르바크티 외 (2020) PNAS 제공.

수리아니 수르바크티 인도네시아 센데라와시 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1일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유전자 분석 결과 고원 야생 개는 노래하는 개의 야생 원종으로 밝혀졌다”며 “50년 동안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뉴기니의 노래하는 개는 야생에서 멸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원 야생 개는 동물원 등에서 기르는 노래하는 개보다 유전적 다양성이 훨씬 풍부했다. 동물원의 개들은 수십 년 동안의 근친교배로 유전적으로 단순해졌고, 장기적으로 멸종이 우려됐다. 

연구에 참여한 헤이디 파커 미 국립게놈연구소 박사는 “고원 야생 개와 뉴기니 노래하는 개는 유전체 염기서열이 매우 비슷해 사실상 하나의 품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이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d3.jpg » 이번에 원종으로 확인된 고원 야생 개(연두색 화살표)와 다른 고대개 품종 사이의 유전적 거리. 수르바크티 외 (2020) PNAS 제공.

고원 야생개 또는 뉴기니 노래하는 개와 유전적 거리가 가까운 개 품종은 차우차우, 아키타, 시바, 샤페이, 알래스카 말라뮤트, 그린란드 썰매 개, 시베리안 허스키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고대 품종의 개이다. 

연구에 참여한 얼레인 오스트란더 미 국립게놈연구소 박사는 “이들 고대 개, 원형 개에 관해 알게 되면 현대 개 품종과 개 가축화 역사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실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며 “나아가 개에 관한 지식은 결국 사람에 관한 지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장차 고원 야생 개를 ‘새 피’로 활용해 뉴기니 노래하는 개를 장기간 보전시설에서 증식하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유전적 다양성을 보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d4.jpg » 뉴기니 노래하는 개는 딩고보다 몸집이 약간 작지만 유연해 나무를 타고 외톨이 생활을 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뉴기니 노래하는 개는 딩고보다 몸집이 약간 작아 키 31∼46㎝에 몸무게 9∼14㎏이며 뾰족한 귀와 길고 북슬 한 꼬리를 지녔다. 몸이 유연해 나무를 탈 수 있고 무리를 짓지 않고 홀로 또는 짝을 지어 유대류, 쥐, 새 등을 사냥한다. 

인용 저널: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200724211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물고기도 체온 올려 바이러스와 싸운다물고기도 체온 올려 바이러스와 싸운다

    조홍섭 | 2020. 09. 25

    잉어 등 감염되면 수온 높은 곳 이동해 ‘자가 치료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되면 사람은 체온을 올려 면역반응을 강화하고 침입한 병원체를 억제하려 한다. 그러나 발열은 항온동물인 포유류뿐 아니라 변온동물에서도 발견된다.파충류인 사막 이구아나가...

  • 가을철 조개 안에 알 낳는 담수어 납지리의 비밀가을철 조개 안에 알 낳는 담수어 납지리의 비밀

    조홍섭 | 2020. 09. 23

    경쟁 피해 10월 산란, 조개 속 휴면 뒤 4월 나와납자루아과 물고기는 살아있는 조개껍데기 속에 알을 낳는 특이한 번식전략을 구사한다. 알에서 깬 새끼가 헤엄칠 만큼 충분히 자란 뒤 조개를 빠져나오기 때문에 적은 수의 알을 낳고도 번식 성...

  • 쓸모없다고? 코끼리 사회에서 늙은 수컷도 중요하다쓸모없다고? 코끼리 사회에서 늙은 수컷도 중요하다

    조홍섭 | 2020. 09. 22

    젊은 수컷에 역경 이길 지식과 경험 제공…‘불필요하다’며 트로피사냥, 밀렵 대상나이 든 아프리카코끼리 암컷의 생태적 지식과 경험이 무리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늙은 수컷 또한 암컷 못지않게 코끼리 사회에서 ...

  • 얼어붙은 설원의 다람쥐, ‘도토리 점심’만 먹을까?얼어붙은 설원의 다람쥐, ‘도토리 점심’만 먹을까?

    조홍섭 | 2020. 09. 18

    캐나다 북극토끼 사체 청소동물 24종, 4종의 다람쥐 포함 캐나다 북서부 유콘 준주의 방대한 침엽수림에서 눈덧신토끼는 스라소니 등 포식자들에게 일종의 기본 식량이다. 눈에 빠지지 않도록 덧신을 신은 것처럼 두툼한 발을 지닌 이 토끼는 ...

  • ‘겁 없는 야생닭’ 골라 10대 육종했더니 가축 닭 탄생‘겁 없는 야생닭’ 골라 10대 육종했더니 가축 닭 탄생

    조홍섭 | 2020. 09. 16

    1만년 전 가축화 재현 실험…온순해지면서 두뇌 감소 현상도동남아 정글에 사는 야생닭은 매우 겁이 많고 조심스러워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8000∼1만년 전 이들을 가축화하려던 사람들이 했던 첫 번째 일은 아마도 겁 없고 대범한 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