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달 사라지자 ‘해저 숲’ 토대가 무너졌다

조홍섭 2020. 10.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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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 폭발 증식 해조류 이어 그 기반까지 먹어치워…기후변화가 상승작용

o1.jpg » 해조류 숲의 최고 포식자인 해달은 해조류를 먹는 성게를 조절하는 구실을 한다. 기후변화가 이 관계를 허물고 있다. 조 토모레오니 제공.

포식자 해달이 사라지자 해조류를 먹는 성게가 천문학적으로 늘었다. 해조류가 떨어지자 성게는 수백 년 동안 해조 숲의 기반을 이루던 석회 조류를 먹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로 약해진 석회질을 성게는 더욱 왕성하게 갉아먹었다. 해조 암초 생태계가 뿌리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다. 

사람에 의해 포식동물이 줄고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사실은 개별적으로 잘 알려졌다. 그러나 두 요인이 상호작용해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현장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더글러스 래셔 미국 비질로 해양학 연구소 연구원 등은  9월 11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2014∼2017년 동안 알류샨 열도에 대한 현장조사와 실험실 연구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열대바다의 산호처럼 수백 년을 살아온 해조 암초가 우리 눈앞에서 사라지고 있다. 수십 년 안에 붕괴를 볼지 모른다”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Kelp_forest.jpg » 해조류 숲(켈트 숲). 킵 에번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성게 하루 천 마리 먹는 해달

알래스카에서 베링 해를 향해 뻗은 알류샨 열도의 수많은 섬 주변에는 거대한 해조 숲이 있다. 다시마 같은 키 큰 해조류가 빽빽하게 우거져 물고기 등 다양한 동물이 번식하고 살아가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이다.

해조 숲의 포식자는 바다 수달인 해달이다. 해달은 하루에 성게를 1000마리나 잡아먹는 해조 숲의 포식자다. 그러나 북극 근처의 찬 바다에서 체온을 지키기 위해 털이 빽빽한 모피 때문에 수난을 당했다. 

1700∼1800년대 동안 모피상의 남획으로 이 해역의 해달은 멸종 직전에 몰렸다. 이후 보호 조처로 복원한 해달 집단은 1990년대 또다시 거의 사라졌다. 이번엔 사람의 포경으로 고래가 줄자 먹이를 찾지 못한 범고래 무리가 해달을 대체 먹이로 삼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o3.jpg » 지금은 사라진 알류샨 열도의 해달 무리. 해안 ㎞당 6마리가 있어야 최소한의 생태적 기능을 한다. 더글러스 래셔 제공

앞서 해달이 감소했을 때도 성게가 늘어 해조를 마구 먹었지만 해조 숲 자체가 타격을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해조 숲을 지탱하는 해조 암초가 과거와 달리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석회 ‘방패’ 약화

알류샨 열도 얕은 바다 밑바닥은 대부분 석회질로 덮여있다. 수명이 긴 해조의 일종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석회질을 분비해 얇은 껍질을 만들기 때문이다. 열대의 산호초처럼 북극 찬 바다의 해조 암초도 살아있으며 두께가 연간 0.35㎜씩 느리게 자라 겹겹이 쌓인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성게가 이제는 해조류의 토대인 해조 암초까지 건드리게 됐다는 사실이다. 연구자들은 “1990년대 들어 해달이 기능적으로 멸종하자 폭발적으로 늘어난 성게가 처음엔 해조류를 뜯어 먹었지만 먹을 게 사라지자 이번엔 해조류의 토대인 석회 암초를 갉아 그 속의 조류를 먹어치우고 있다”고 밝혔다.

o4.jpg » 해달이 사라지자 폭발적으로 늘어난 성게가 석회 해조류가 수백 년 동안 쌓아온 기반을 갉아먹고 있다. 더글러스 래셔 제공

그것이 가능해진 배경은 기후변화다. 래셔는 “(기후변화로) 바다 수온이 높고 산성도가 커지자 석회 해조가 석회질 보호골격을 만드는 능력이 점점 떨어졌고, 이 때문에 석회 해조가 이제는 성게의 포식에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였다. 연구자들은 “성게가 한입에 갉아먹는 석회층 두께가 2.5㎜인데, 이는 석회 조류가 7년 동안 축적해야 하는 두께”라고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지난 3년 동안 조사한 6개 섬에서 석회 암초의 평균 24%, 심한 곳은 64%를 잃어버렸다고 밝혔다. 

해조 석회층은 나이테처럼 해마다 조금씩 자라기 때문에 단면을 조사하면 과거의 변화 추세를 알 수 있다. 나이테 조사 결과 최근 들어 수온 상승과 함께 성게가 갉아먹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o5.jpg » 나무의 나이테처럼 해마다 조금씩 쌓이는 석회 조류층. 성게는 기후변화로 약해진 석회층을 한입에 7년 치를 갉아 먹는다. 더글러스 래셔 제공.

실험실에서 석 달 동안 여러 조건에서 석회 조류와 성게를 기르면서 얻은 결론은 현재 성게가 석회층을 갉아먹는 속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35∼60% 빠르고 금세기 말이 되면 여기에 다시 20∼40%가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연구자들은 “해달 감소가 방아쇠를 당겼고 기후변화가 가속한 석회 암초 생태계의 붕괴는 티핑포인트를 향해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생태계 붕괴를 막으려면 기후변화를 억제해야 하지만 지역적으로 가능한 대책도 있다. 래셔는 “해달의 복원은 기후변화가 자연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속도를 늦출 것”이라며 “해달을 복원한다면 알류샨 해조 숲은 많은 생태적 혜택을 제공할 뿐 아니라 해조 암초를 잃기 전에 탄소 방출을 줄일 시간을 벌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인용 논문: Science, DOI: 10.1126/science.aav751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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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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