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 챙 챙…우는 개구리를 보셨나요, 수원청개구리 탐사 현장

조홍섭 2012. 06. 22
조회수 20089 추천수 1

세계에서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 사는 1급 멸종위기종…벼 붙잡고 금속성 소리로 울어

주민들이 스마트폰 무장하고 조사 나서, 환경부는 서식지 복원사업 시작

 

 

suwon1.jpg » 우리나라를 대표할 개구리 보존에 시민들이 나섰다. 지난 9일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의 아파트 단지와 도로에 둘러싸인 자투리 논으로 수원청개구리 탐사대가 조사에 나섰다.

 
아이들은 신바람이 났다. 남들은 방구석에서 엄마한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들을 한밤중에 들판으로 개구리 소리를 들으러 나오다니. 게다가 매주 엄마와 함께 한 조사 결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희귀한 개구리 연구에 기초자료로 쓰인다.
 

지난 16일 저녁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의 아파트 단지와 도로에 둘러싸인 자투리 논으로 초등학생 4명과 엄마 3명으로 구성된 수원청개구리 탐사대가 조사에 나섰다. 한 달째 해온 조사단이어서 헤드랜턴, 기록지, 카메라, 그리고 잠자리채에 비닐을 단 간이 풍속계까지 장비가 든든하다.
 

“2분간 노래를 듣습니다.” 단장의 지시와 함께 논둑에 선 아이들의 떠들던 소리가 뚝 그치고 청개구리 소리가 자동차 소음과 경쟁하듯 점점 크게 들려왔다.
 

청취가 끝나자 조사기록지 작성에 들어간다. 울음소리가 들린 개구리 종과 지피에스 지점, 바람·구름·주변 소음의 정도를 적어 넣는다. 개구리 수와 바람 세기 등은 아이들의 투표로 결정한다.
 

suwon3.jpg » 개구리 소리 청취가 끝난 뒤 조사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투표로 정하고 있다.

 

예상보다 개구리 소리가 적자 조사단은 개구리의 합창을 유도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내 녹음된 청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 울음소리를 틀었다. 청개구리는 낮고 빠른 톤으로 “꽥 꽥 꽥 꽥~’ 하고 운 반면 수원청개구리는 이보다 느리지만 금속성 톤으로 “챙, 챙, 챙~” 울었다.
 

스마트폰은 유력한 조사도구이다. 이 탐사단은 지난 2일 이곳에서 이상한 청개구리 울음소리를 듣고 동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녹음해 카카오톡에 올렸다. 연구책임자인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한테서 “수원청개구리가 맞다”는 답장을 받자, 조사단은 서로 얼싸안고 환호했다. 조사단의 홍승표(수원 잠원초교 4년)군은 “수원에서 처음 발견돼 이름이 붙은 개구리를 직접 확인해 기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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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교수의 수원청개구리 조사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 조사단은 경기·충청·인천·서울에서 모두 30팀으로 이 가운데 20여개 팀이 꾸준히 조사기록을 보내오고 있다.

 

장 교수는 “수원청개구리가 워낙 희귀해 2~3개 팀 정도가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적어도 7개팀에서 확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다음달까지 계속되며, 해마다 기초자료를 차곡차곡 모으면 수원청개구리 집단의 분포와 증감을 파악하는 유력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민미숙 서울대 수의대 연구교수는 “우리나라에 양서·파충류 전문연구자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밖에 없기 때문에 전문가와 힘을 합친 지역주민의 참여는 수원청개구리의 분포조사에 매우 중요하다”며 “조사 과정에서 멸종위기종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교육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110706-105_KT.jpg » 벼 잎을 네발로 붙잡고 노래하는 수원청개구리의 독특한 모습. 사진=장이권 교수

 

수원청_파주환경련.jpg » 나무 위의 수원청개구리. 번식은 논에서 하지만 이후 은신한 주변 숲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사진=파주환경운동연합.

 

이번에 조사 대상이 된 수원청개구리는 외형만으론 청개구리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하다. 1980년 수원청개구리가 신종으로 학계에 보고되기 전까지는 한 종으로 여겼을 정도다. 그런데도 시민 참여 조사가 가능한 것은 두 개구리 사이의 울음소리가 조금만 신경 써서 들으면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사실 일본의 양서류학자 구라모토 미쓰루가 1977년 6월11일 수원 농촌진흥청 앞 논에서 채집한 수컷 청개구리를 신종으로 판단한 근거도 다른 청개구리와 구별되는 울음소리였다.

 

그는 1980년 <미국 어류 및 양서류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런 울음소리의 차이뿐 아니라 청개구리가 주로 논바닥에서 우는 반면 수원청개구리는 어린 벼 잎을 네 다리로 움켜잡고 우는 모습이 특이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논문에서 한국의 청개구리는 일본의 청개구리보다 우는 소리의 간격과 길이가 짧은데 이는 한국에만 있는 수원청개구리와의 경쟁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map.jpg » 청개구리(왼쪽)와 수원청개구리의 분포지역. 청개구리는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도 분포하지만 수원청개구리는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산다.

 

이에 대해 장이권 교수는 “수원청개구리가 청개구리와 다른 종이 된 것은 약 200만년 전으로 꽤 오래 됐다”며 “노래(울음)의 차이는 가장 효율적인 생식격리 방법으로 두 종이 갈라져 나오는 직접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수원청개구리가 청개구리와의 경쟁 때문에 벼 잎을 붙잡고 울게 됐는지, 한국과 일본의 청개구리가 정말로 같은 종인지 등은 앞으로의 연구과제”라고 밝혔다.
 

수원청개구리의 분포 실태를 장기간 조사해 온 김현태 한국양서류보존네트워크 모니터링 위원장(서산고 교사)은 “최근 새로운 분포지역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지만 서식지 파괴의 단절화가 심해 개체수가 급속히 줄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수원청개구리가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된 곳은 경기도의 수원·평택·파주·김포·강화·안산·안성·이천·장호원과 충남 당진·예산·홍성·천안·아산, 충북의 음성·충주, 강원의 원주 그리고 표본을 입수한 북한의 개성 등이다.

 

분포도_김현태.jpg » 현재까지 확인된 수원청개구리의 분포지역(붉은 점, 김현태 교사 작성)

 

얼핏 분포지가 많아 보이지만 있더라도 논 하나에 한두마리의 소리가 들리는 정도이고 그나마 집단이 섬처럼 고립돼 있다는 것이다. 수원청개구리의 주 서식지인 수도권의 논 감소가 치명타였다. 김씨는 “대규모 서식지이던 평택호 주변 서식지가 미군부대가 들어오면서 거의 망가졌다”며 “이제 남은 곳이라곤 고압철탑이 지나가는 논이나 고속도로 주변의 논 등 개발이 되지 않은 곳뿐”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뒤늦게 수원청개구리를 가장 보존 등급이 높은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난달 지정했다. 이어 올해부터 3개년의 종 복원 사업에 착수했다. 올해 서식 실태를 파악하고 내년에 서식지 보호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인공증식에 나서 3년 뒤엔 옛 서식지를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suwon2.jpg » 수원청개구리가 발견되 수원 영통구 망포동의 논은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곧 개발될 곳이다.

 

“가물어서 그런가?” 망포동 조사단은 이날 밤 10시30분까지도 수원청개구리 소리를 듣지 못했다. 동행한 장이권 교수가 “수원청개구리가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도 소중한 정보”라고 달랬지만 조사단은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조사단의 문갑순(42)씨는 “처음엔 개구리 소리에만 집중했지만 점차 천적인 새, 개구리의 은신처인 논두렁과 인근 숲 등 주변 환경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런 것을 탐구하다 보니 아이들도 지루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게 바로 진정한 생태학 공부”라며 장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원/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비만 오면 왜 청개구리가 우나
 
개구리 가운데 ‘개굴개굴~’ 하고 우는 개구리는 없다. 요즘 밤중에 논이나 개울가에서 들리는 개구리 소리는 아마도 ‘꽥꽥~’에 가까울 것이다. 그 주인공은 작은 몸집의 청개구리이다.
 

청개구리가 우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어도 ‘말 안 듣는 청개구리’ 동화는 누구나 안다. 시냇가에 묻은 엄마 무덤이 걱정돼 비만 오면 청개구리가 운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동화가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등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동물 세포 및 시스템> 온라인판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북방산개구리와 참개구리, 청개구리가 어떤 환경에서 주로 우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청개구리가 다른 두 개구리에 비해 비가 오고 있거나 비 온 뒤 아주 활발하게 우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그 이유는 엄마의 무덤이 걱정돼서가 아니라 그런 조건에서 청개구리의 짝짓기 활동이 왕성하다는 것이다. 참개구리가 몸을 물에  반쯤 담근 채 우는 반면 청개구리는 완전히 물 밖에서 울어 공기에 많이 노출된다. 또 청개구리는 덩치가 작아 몸의 표면적이 상대적으로 넓기 때문에 습도 조건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이다.

조홍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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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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