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기준 미달” 지정 유보
정부, 북한협조 못얻어 실패 자초

통일된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비무장지대(DMZ) 생물권을 둘로 분단시켜서라도 현 정부 임기 안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려던 정부의 무리수가 국제사회에서 거부됐다.


12일 새벽(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 프로그램’ 국제조정이사회는 한국 정부가 지난해 9월 제출한 비무장지대 남쪽 절반을 핵심지역으로 한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신청에 대해 “(설정)기준을 완성하지 못했다”며 지정을 유보했다.


유네스코의 ‘세계생물권보전지역 네트워크 규약’은 생물권보전지역을 핵심지역, 완충지역, 전이지역으로 나누고, 핵심지역에 인접하거나 둘러싸고 있는 완충지역을 설정하는 것을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규약에 따르면 북한의 협조를 얻지 못해 핵심지역 북쪽에 대한 완충지역 계획을 포함시키지 못한 채 남쪽의 완충지역 계획만 제시한 한국의 반쪽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신청은 애초부터 문제가 있었던 셈이다.


비무장지대를 남북한이 함께 국제적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상징성이 커 과거 정부에서도 적극 모색했지만 북한과 협의가 안 돼 뒤로 미뤄온 사업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비무장지대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올해 말까지 끝내야 하는 국정과제의 하나로 설정한 뒤,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지 않고 비무장지대 생물권을 절반으로 가른 지정 신청서를 냈다가 실패를 자초했다.


환경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북한과의 협의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철원 지역이 생물권보전지역이 갖춰야 할 완충·전이구역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점이 검토과정에서 문제로 지적됐다”며 “앞으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해당 지자체 및 지역주민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녹색연합은 “비무장지대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은 생태계 보전 측면에서 중요할 뿐 아니라 남북이 분단의 아픔을 함께 치유하는 평화협력 모델인데 정부가 성과에 급급해 단독으로 추진하면서 의미가 퇴색됐다”며 “그런데도 이번 지정 유보를 특정 지자체의 반대에 따른 것으로 치부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479 <한스푼>에 동반하는 영상과 음향 파일 링크입니다. 고충녕 2012-07-20 10427
478 [동영상] 우리 동네 '물바람숲'입니다ㅎㅎ [7] naeboki 2012-07-20 11367
477 사이언스온 |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물바람숲 2012-07-18 15420
476 [포토에세이] 거미 동료식 imagefile 고충녕 2012-07-17 28879
475 "무안갯벌을 걸으며 체험하는 탄소Zero학교" imagefile 조홍섭 2012-07-16 13743
474 에너지분야 연구개발 전략 토론회 imagefile 조홍섭 2012-07-15 11271
473 경인아라뱃길, 한강주운사업의 허구와 남아있는 과제 토론회 imagefile 조홍섭 2012-07-13 10900
472 청년생태학교 참가자 모집 조홍섭 2012-07-13 11273
» DMZ 생물권보전지역 단독추진 ‘무산’ 물바람숲 2012-07-13 15399
470 [포토에세이] 색 빛 생명력의 삼중주 imagefile 고충녕 2012-07-08 11504
469 인간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새로운 伏복날 선언, 카라 생명평화음악회 개최 조홍섭 2012-07-06 12685
468 일본 원자로 전문가 이노교수 초청 토론회-고리1호기 안전성, 가동에 문제없나? imagefile 조홍섭 2012-07-06 12978
467 안양 생태하천에 버들치 등 1급수 어종 뛰논다 imagefile 물바람숲 2012-07-05 20821
466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특별한 만남 imagefile 조홍섭 2012-07-03 11171
465 오대산 국립공원 ‘6번 국도의 저주’ image jjang84 2012-07-03 11809
464 여러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imagefile 윤주옥 2012-07-02 13336
463 반가운 단비 imagefile 물바람숲 2012-07-02 10961
462 [수필] 방랑예찬 고충녕 2012-06-30 11567
461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비전과 전략, 19대 국회의 역할 토론회 imagefile 조홍섭 2012-06-27 19717
460 "바람직한 전기요금 체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imagefile 조홍섭 2012-06-27 11595

인기글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