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겨 끊어먹는 고라니, 부케를 좋아해

김영준 2012. 07. 24
조회수 16743 추천수 1

김영준의 야생동물 구조 24시

당겨 끊어먹기 때문에 풀 베어주면 못 먹어…풀을 묶은 먹이판에 고정시켜야

동물 뒤치닥꺼리 끝없어, 자원봉사자 환영합니다

 

1.jpg » 자원봉사자 여러분, 살짜기 윙크해 드립니다. 큰소쩍새 새끼랍니다. 

 

야생동물소모임(야소모) 회원분들이 주말을 이용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를 방문하셨습니다. 물론 정기 강좌와 겸해서 오셨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분들인지라 센터에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동물장 청소와, 고라니 먹이주기, 여기저기 청소와 정리, 동물들의 운동 등을 도와주셨지요. 물론 그동안 모아두신 신문까지 가지고 와 주셨습니다.

그 중 하이라이트는 역시 고라니의 먹이판입니다.


고라니는 먹이, 곧 풀을 뜯어먹을 때 위턱의 치판과 아래턱의 앞이빨을 이용하여 풀을 끊어먹지요. 이렇기에 풀을 당겨야 하는데 풀을 잘라서 가져다 주면 이러한 행동이 곤란해집니다. 당기면 뿌리가 박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풀이 따라와 버리니까요.


이러한 문제를 막고자 뜯어온 왕고들빼기, 씀바귀, 민들레 등을 한데 묶어 만들어둔 먹이판에 세워 묶어주는 것입니다. 어쨌든 야소모 회원들의 활동과 관심에 감사 드립니다. 한번 맺은 인연 꼭 붙들고 길게 갔으면 좋겠습니다.

 

2.jpg » 저어새를 촬영하고 있는 야소모 회원  

3.jpg » 동물의 진료를 도와 주기도 하고 약한 고라니에게 먹이도 주고…. 

4.jpg » 뜯어 온 풀을 한 데 엮고 있습니다. 저 검은 포대는 100ℓ 들이 큰 포대지요.  

5.jpg » 고라니들의 생일잔치입니다. '씀바귀 부케'라고 이름을 지었지요.  

6.jpg » 먹이에 곧바로 반응을 보이는 어린 고라니들입니다.  
7.jpg » 센터의 장기 자원봉사자인 허은주님과 박지은님입니다. 고라니 우유를 배합하고 데우고 있군요.   

8.jpg » 고라니 풀 먹이 판입니다. 기본구조는 100㎜ 나사와 너트, 워셔 등을 이용하여 합판에 조립한 것입니다.  

9.jpg » 물론 야소모 회원인 박춘성님께서 만들어 주셨습니다. 감사….    

10.jpg » 소문 듣고 모여든 새끼 고라니들입니다. 서로 한 입이라도 더 먹으려고 입을 재게 놀립니다.   

11.jpg » 말끔해진 풀 부케입니다. 이리 잘 먹기도 하고, 잔량 확인이 용이해서 좋습니다.   

12.jpg » 새끼 고라니 젖 먹이는 이혜림님. 

 

자원봉사라고 하면 어쩌면 하찮게 생각하시는 분도 있고, 나는 하지 못할 거룩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희 센터는 많은 분들께 열려 있고 정말 다양한 분들이 방문해 많은 일들을 해주십니다.

 

설겆이, 먹이 준비, 청소, 사무실 정리에 물품 기부, 먹이 다듬기, 먹이 주기, 먹이 구해 오기, 그림 그리기, 기념물 제작하기, 서류 정리하기, 기록지  정리하기, 골격 표본 만들기, 목공 일에 예초 작업, 계류장 청소, 시멘트 작업, 동물 훈련, 계류장 설치, 건물 보수, 진료 보조 등등…도와주실 일의 목록은 끝이 없답니다.

 

2-1.jpg » 업무를 마감하는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저 멀리 벽시계가 보이시나요? 1시 20분이 넘었습니다. 

 

친한 친구, 선후배가 놀러와도 결국은 삽이나 빗자루를 들고 청소라도 해 주시고 가지요. 하다못해 늦게 방문하시는 분들은 먹을거리를 잔뜩 사오시기도 합니다. 밤 늦에 일하는 직원들에게는 참 힘이 되는 일들이지요.

 

야소모 회원들이 정기강좌 겸 자원봉사를 오셨는데, 이때 고라니 새끼들을 운동시키다가 몇 마리가 도망가서 애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운동장을 설치했습니다. 마침 이때 만들어둔 풀 먹이 판의 리필을 위해서 풀 채취도 필요한 상태였구요.

 

고라니 7~8마리를 한꺼번에 데리고 나가 운동시킬 수 있는 둘레 약 40m의 운동장을 간단하게 만들었습니다. 높이가 60㎝ 정도이니 큰 녀석들에게는 어울리지 읺고 작고 약한 녀석들 위주로 운동시키고 있죠.

 

운동을 해야만 근골격계가 건강해지고, 내장기관이 튼튼해져 설사도 없어지고 성장속도가 빨라집니다. 나아가 야생 풀을 일부라도 먹을 수 있게 해주니 좋은 일이죠.

 

새끼들에게 반 강제로 운동을 시킨 후에는 일반적으로 풀을 먹기 시작하므로, 이때에는 지켜보던 사람들이 풀을 뜯으러 다닙니다. 보통은 고들빼기류나 민들레, 씀바귀나 쑥 등을 뜯어 크게 둥치쪽을 뭉쳐 케이블타이로 다발을 만들어 둡니다. 결혼식 때 사용하는 부케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러한 작업을 한 후 다시 와서 운동시키고, 풀 뜯으면 사람들도 또 풀 뜯으러 다니고 그렇지요.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학생 두분이 각각 3, 4주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이 분들께서 도와주시는 일들은 센터에 큰 도움이 되며, 고맙기 그지 없습니다.


2-2.jpg » 운동장에 나와 뛰어 노는 고라니들입니다. 야생성이 많아 그냥 두면 도망가 버리지요. 어두워서 손전등을 비췄더니 홍채 모양이 나타나죠? 사슴이나 소는 홍채가 직사각형에 가깝습니다. 사람이나 조류는 동그란데 말이죠.    

2-3.jpg » 눈에서 레이저를 내뿜는 새끼 고라니들입니다. 경계 자세이며, 여차하면 다른 곳으로 튈 자세죠.  

2-4.jpg » 이녀석들을 먹이기 위해 풀을 뜯고 있습니다.   

2-5.jpg » 날이 더우니 쿨 토시까지 공수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문신이 아닙니다.  
2-6.jpg » 주로 씀바귀, 고들빼기 등을 채취하는데 손은 풀에서 나온 진액으로 검게 염색이 되어 버렸지요.    

2-7.jpg » 바로 이런 '풀 부케'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2-8.jpg » 이곳에 운동 나온 녀석들은 여기서 많이들 먹고 올라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2-9.jpg » 먹기도 하고 누워 쉬기도 하고…. 고라니 팔자가 상팔자입니다.  
2-10.jpg » 둘레 40m라서 그리 넓지는 않습니다만, 간단하고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글·사진 김영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전임수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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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원부장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의 공동저자, <천연기념물 야생동물의 구조 치료 및 관리>의 대표저자. 단순한 수의학적 지식보다 야생생물의 생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수의사로, '야생동물소모임'의 회원이다.
이메일 : ecove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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