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 마리 물고기 하루만에 알아맞힌 ‘집단지성’

조홍섭 2011. 05. 17
조회수 27972 추천수 0

조사팀, 남미 정글 현지서 표본 사진 페이스북 올려

전 세계 어류학자들 종 분류 뜨거운 논쟁 끝에 합의

 

 

fish1.jpg

▲데빈 블룸이 남미 가이아나 쿠유니 강에서 채집한 물고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토론토대학 스카보로캠퍼스

 

남미 가이아나의 열대림에서 채집한 5000여 마리의 이름 모를 민물고기 이름을 하루 안에 모두 알아맞히는 방법이 있을까.
정답은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 스카보로 캠퍼스의 진화생물학자인 데빈 블룸은 페이스북의 열렬한 이용자는 아니다. 하지만 지난 1~2월 가이아나에서 물고기 조사를 하면서 소셜 네트워킹의 위력을 실감했다.
블룸 팀은 미국 스미소니언 연구소의 국립자연사박물관의 지원을 받아  쿠유니 강의 어류조사에 나섰다고 이 대학이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가이아나와 베네수엘라 국경의 빽빽한 정글을 흐르는 이 강은 최근 금광 개발 때문에 심각한 생태학적 압력을 받고 있다. 광산의 흙탕물과 수은이 강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이 강이 더 망가지기 전에 어떤 물고기가 사는지 시급히 조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fish2.jpg

▲전세계 어류학자에게 긴급 분류 요청을 한 어류 표본의 사진

 

조사팀은 2주일 동안 밤낮으로 여러 가지 그물을 이용해 어류를 채집해, 5000마리가 넘는 표본을 확보했다.

문제는 출국 수속을 하면서 빚어졌다. 표본을 가지고 나가려면 가이아나 정부에 어떤 종류의 물고기를 몇 마리 채집했는지를 정확히 보고해야 하는데, 연구진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다. 출국까지는 며칠 남지도 않았다.
블룸은 “어류학자는 모든 물고기를 다 알 것으로 흔히 알려져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며 “자기가 전공하는 분야의 어류만 정확히 종의 구분(동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 나온 아이디어가 페이스북을 이용해 보자는 것이었다. 조사팀은 물고기의 사진을 일일이 찍은 뒤 페이스북에 올렸다.
세계의 어류학자들이라야 숫자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남미에서 날아온 구조신호를 듣자 소셜 네트워크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종을 어떻게 분류해야 할지를 놓고 바다 건너 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고 차츰 합의에 도달했다. 블룸은 “마치 동료학자 평가(피어 리뷰)가  전 세계 차원에서 벌어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fish3.jpg

▲쿠유니 강에서 채집한 물고기의 표본 사진

 

놀랍게도 그 많은 물고기의 동정 작업은 하루만에 끝났다. 페이스북은 지난 3월30일치 ‘금주의 이야기’에 이 사례를 소개했고, 이 기사는 전 세계 9000명이 넘는 사람들로부터 “좋아합니다” 추천을 받았다.
이번 사례는 소셜 네트워킹이 생물학 연구에 쓰일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조사 자체의 결과는 어둡다. 블룸은 “어류의 다양성과 풍부도 모두 과거의 조사에 견줘 매우 낮았다”고 밝혔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개구리 사냥하는 거미, 나뭇잎 엮어 덫으로 사용개구리 사냥하는 거미, 나뭇잎 엮어 덫으로 사용

    조홍섭 | 2021. 01. 11

    농발거미 나뭇잎 2장 엮어 은신처 겸 덫으로…세계적으로도 개구리는 거미 단골 먹이 푹푹 찌는 열대우림에서 나뭇잎이 드리운 그늘은 나무 개구리에게 더위와 포식자를 피해 한숨 돌릴 매력적인 장소이다. 그러나 마다가스카르에서 크고 빠른 사냥꾼인...

  • 개 가축화, ‘단백질 중독’ 피하려 남는 살코기 주다 시작?개 가축화, ‘단백질 중독’ 피하려 남는 살코기 주다 시작?

    조홍섭 | 2021. 01. 08

    사냥감 살코기의 45%는 남아돌아…데려온 애완용 새끼 늑대 먹였을 것 .개는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일찍 가축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 어떻게 늑대가 가축이 됐는지는 오랜 논란거리다.개의 골격이 발견된 가장 오랜 구석기 유적은 1만4...

  • 새를 닮은 포유류, 오리너구리의 비밀새를 닮은 포유류, 오리너구리의 비밀

    조홍섭 | 2021. 01. 08

    젖샘 있으면서 알 노른자도 만들어…지금은 사라진 고대 포유류 흔적 1799년 영국 박물관 학예사 조지 쇼는 식민지였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보내온 이상한 동물 표본을 받았다. 오리 주둥이에 비버 꼬리와 수달의 발을 지닌 이 동물을 쇼는 진기한 ...

  • 말의 몸통 지닌 ‘키작은’ 기린 발견, 유전 다양성 감소 탓?말의 몸통 지닌 ‘키작은’ 기린 발견, 유전 다양성 감소 탓?

    조홍섭 | 2021. 01. 07

    우간다와 나미비아서 각 1마리 확인…동물원, 가축선 흔해도 야생 드물어 .아프리카 우간다와 나미비아에서 돌연변이로 인한 골격발육 이상으로 추정되는 왜소증 기린이 발견됐다. 일반적으로 왜소증은 근친교배가 이뤄지는 가축에서 흔히 발견되지만 야생...

  • 스타 동물 자이언트판다 그늘서 반달곰 운다스타 동물 자이언트판다 그늘서 반달곰 운다

    조홍섭 | 2021. 01. 06

    판다 좋아하는 고산 중심 보호구역…반달곰, 사향노루 보호 못 받아 급감 자이언트판다나 호랑이처럼 카리스마 있고 넓은 영역에서 사는 동물을 우산종 또는 깃대종이라고 한다. 이 동물만 보전하면 그 지역에 함께 사는 다른 많은 동물도 보전되는 ...

최근글

환경사진

인기글

최근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