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의 적’도 지켜주는 커피나무 개미의 더불어삶

조홍섭 2012. 08. 16
조회수 26482 추천수 0

커피농장 곤충의 물고 물리는 공생과 기생 관계

'익충, 해충' 자연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Jens Buurgaard Nielsen_640px-Aphids_with_honeydew_and_ants.jpg » 진딧물을 돌본 대가로 꽁무니에서 감로를 빠는 개미. 개미는 해충일까. 사진=옌스 부르가드 닐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비는 해충을 잡아먹어 이로운 동물이고 참새는 나락을 먹으니 나쁘고….” 어릴 때 배운 이런 생물 ‘지식’은 동·식물을 먹을 수 있는 종과 못 먹는 종으로 나누는 오랜 습성 못지않게 자연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방해가 된다.
 

예를 들어, 개미는 식물에 낀 진딧물을 돌봐주는 대가로 꽁무니에서 당분을 얻어먹는 공생을 한다. 진딧물의 천적인 무당벌레가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하는데, 그러면 개미는 해충일까. 개미를 모두 없애면 진딧물도 사라지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누구나 자연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는 걸 직감으로 안다.
 

그저 당하고만 있을 것 같은 식물만 해도 가시나 털을 이용하거나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을 만들어 먹지 못하게 만드는 직접적 수단 말고도 여러 교묘한 방어책을 구사한다. 적의 적을 유인하는 것은 아주 일반적인 수법이다. 초식성 곤충이 공격을 시작하면 휘발성 물질을 발산해 포식곤충을 끌어들인다. 달콤한 진액을 식물체에서 분비해 개미나 말벌을 불러들이기도 한다.
 

Jim Conrad_Sweetgum-domatia.jpg » 풍나무 잎에 난 응애의 집인 '도마티아'. 주맥과 지맥이 만나는 곳마다 형성돼 있다. 사진=짐 콘라드, 위키미디어 코먼스

 

식물 잎 뒷면에 곤충을 잡아먹는 응애가 살 수 있는 작은 집을 마련해 주는 식물도 광범하다. 김갑대 상지대 산림과학과 교수의 조사에선 산분꽃나무 잎 하나에 그런 집이 평균 24개나 발견되기도 했다.
 

동물 세계에서는 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혀를 내두를 책략이 동원된다. 멕시코 치아파스의 한 커피농장에서 미국과 멕시코 연구진이 최근 밝혀낸 내용을 알아보자.
 

s_ants5.jpg » 커피나무 개미 아스테카가 깍지벌레의 천적인 무당벌레를 쫓아내고 있다. 사진=이베트 페르펙토

 

일부 커피나무에는 아스테카 개미가 사는데, 이들은 커피나무의 심각한 해충인 깍지벌레와 공생관계를 맺고 있다. 깍지벌레는 왁스 질 껍질로 비늘이나 굴 껍질처럼 보이는데 나무에 들러붙어 진딧물처럼 진액을 빨아먹는다.
 

이 깍지벌레의 천적은 무당벌레인데, 당연히 개미는 이들의 접근을 철저히 차단한다. 무당벌레 성충이 나무에 있는 것을 보면 물어서 쫓아내거나 아예 죽이기도 한다. 나무를 꼼꼼히 조사해 무당벌레가 낳은 알을 말끔히 제거하기도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커피농장에선 개미가 있는 나무에 무당벌레가 많다. 먹이인 깍지벌레가 기승을 부리니 당연한 일인 것 같지만 어떻게 개미의 등쌀을 이길까.
 

연구진은 개미의 특이한 행동을 관찰했다. 이 개미는 벼룩파리과의 작은 기생파리를 끔찍하게 무서워한다. 이 파리는 개미의 머리에 알을 낳아 애벌레가 개미의 머리를 잘라낸다(■ 관련기사=개미 머리 잘라내는 세계 최소형 파리 발견). 기생파리는 가까운 거리에서 개미의 움직임을 감지해 공격한다.
 

따라서 기생파리를 출현하면 개미는 갑자기 얼어붙는다. 동시에 동료에게 이를 경고하는 미량의 화학물질인 페로몬을 방출한다. 개미 무리의 전체 활동은 50% 이상 감소하며 그 기간은 최고 2시간이나 지속되기도 한다.
 

무당벌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깍지벌레의 배 밑에 알을 낳는다. 끈적해 개미가 어쩌지 못하는 무당벌레 애벌레의 탈피 껍질에도 알을 낳는다. 이런 페로몬 감지 능력은 무당벌레 암컷, 특히 임신한 개체에서 뛰어났다.
 

s_ants1.jpg » 무당벌레 애벌레를 공격하는 개미. 왁스 질의 섬모로 둘러싸여 있어 쉽게 공격을 피한다. 사진=이베트 페르렉토

 

s_ants2.jpg » 깍지벌레를 돌보는 개미. 개미는 감로를 얻는 대신 깍지벌레를 돌본다. 사진=이베트 페르펙토  

 

결국 개미는 친구인 깍지벌레뿐 아니라 뜻하지 않게 그 천적인 무당벌레의 애벌레까지 지켜주는 셈이다.
 

흥미로운 건, 이곳의 커피나무가 아프리카에서 들여온 종이어서 이런 복잡한 관계가 형성된 것이 불과 300년 안쪽이란 사실이다. 이런 종류의 상호관계가 자연계에 상당히 흔할 것이라고 추정하게끔 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실질적으로 커피 농장에서 깍지벌레 피해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연구진은 개미가 없는 나무에서 무당벌레의 애벌레는 대부분 다른 기생 포식자 때문에 희생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개미가 사는 나무는 무당벌레에겐 피난처인 셈이다.

 

s_ants4.jpg » 연구지인 멕시코 치아파스의 커피 농장. 사진=이베트 페르펙토

 

개미가 사는 커피나무가 전체의 3~5%밖에 안 되지만 무당벌레가 증식하는 보육장 구실을 해 전체 농장에 무당벌레 성충을 공급한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간다면, 적어도 멕시코 커피 농장에선 깍지벌레 피해를 줄이려면 개미를 박멸할 것이 아니라 보전해야 한다는 것이 답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Cascading trait-mediated interactions induced by ant pheromones
Hsun-Yi Hsieh, Heidi Liere, Estelı´ J. Soto & Ivette Perfecto
Ecology and Evolution
doi: 10.1002/ece3.32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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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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