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의 하루 물 소모량 욕조 2개, 기후변화 취약
여름엔 하루 400∼500ℓ 체온 냉각 등에 써…주 서식지 건조·온난화 가속

건조한 사바나에 사는 아프리카코끼리가 더운 날 하루에 잃는 물의 양은 몸 수분함량의 10%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욕조 2개를 가득 채울 분량으로 육상 동물에서 이제껏 기록된 것 가운데 가장 많다. 코끼리의 이런 생리적 특징은 기후변화로 갈수록 덥고 건조해지는 남아프리카에서 야생 코끼리의 생존을 더욱 위협할 전망이다.
코린 켄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동물원 보전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왕립학회 공개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을 통해 이 동물원에서 기르는 아프리카코끼리 5마리를 대상으로 3년 동안 조사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는 해롭지 않은 안정 동위원소인 중수소를 빵에 섞어 먹인 뒤 일정 기간 뒤 혈액 속 함량을 측정해 코끼리가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을 잃었는지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코끼리가 잃는 물의 양은 덩치만큼이나 막대했다. 기온이 6∼14도로 선선할 때 평균 체중 5.6t인 코끼리 수컷은 하루 325ℓ의 물을 소모했다. 욕조(160ℓ) 2개를 채울 분량이다.
그러나 기온이 23∼24도로 올라가면 그 양은 427ℓ로 늘어났다. 하루 물 소모량이 516ℓ에 이르기도 했다. 말과 사람은 체중의 5∼6%인 각각 하루 40ℓ와 3∼5ℓ의 물을 쓴다.

코끼리는 왜 이처럼 많은 물이 필요할까. 아프리카코끼리(사바나코끼리)의 주요 서식지인 남아프리카 기온은 종종 코끼리의 체온을 웃돈다.
마이클 몰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대 동물학자 등이 야생 코끼리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코끼리는 기온이 30도가 넘으면 그늘을 찾거나 물웅덩이로 가 코로 물을 뿌려 피부를 적시는 행동을 많이 했다. 그 결과 “물과 그늘, 먹이만 주어진다면 아프리카코끼리는 40도가 넘는 고온에서도 일정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온에서 체온을 낮추는 핵심은 피부를 통한 수분 증발이다. 코끼리는 땀샘이 없기 때문에 피부에서 수분을 증발시켜 증발열을 방출하는 방식으로 체온을 낮춘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수분을 잃는다.

연구자들은 이런 이유에서 아프리카코끼리는 물구덩이를 중심으로 하루 8∼12㎞를 이동하는 ‘물 의존 동물’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코끼리 서식지인 사바나가 기후변화로 더 건조하고 더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물 부족으로 인한 수분 스트레스는 코끼리의 모유 감소, 번식률 저하, 탈수 사망 증가 등을 낳는다.
연구자들은 “체중의 10%에 해당하는 물을 잃으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야생에서 코끼리는 적어도 2∼3일에 한 번은 물을 마셔야 한다”며 “수분 스트레스로 야생 코끼리가 물을 찾아 이동 경로를 바꾸면 축산농과 마찰을 빚어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끼리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목록에 취약종으로 올라 있다.
인용 논문: Royal Society Open Science, DOI: 10.1098/rsos.20115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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