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어디로 갔나, 레이더야 보여다오
2009년 10월5일 기상청 진도레이더에 잡힌 여름철새 ‘벌매’가 동남아시아로 줄지어 가고 있다.(왼쪽 작은 지도) 일반적인 강수입자(구름)와 달리 띠 모양을 하고 있다. |
[한겨레 토요판] 생명 / 조류 탐사의 진화
▶ 인간인 우리가 고래를 볼 수 있는 땐 바다 위로 도약하는 1초 안팎입니다. 하늘의 철새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거리 비행 중에 그들이 어떻게 길을 찾고 무슨 말을 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2010년 천안함 사건 때 새떼를 적기인 줄 알고 포격을 했다죠? 군사용으로 개발된 레이더가 자연의 친구를 아는 데 쓰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전쟁놀이를 하는 아이들에게 ‘받들어총’ 대신 ‘받들어꽃’을 하라고 가르친 어느 시인의 말이 생각납니다.2010년 천안함 사건 때 주변의 경비함이 레이더를 보고 격파 사격을 했으나 나중에 ‘새떼’로 판명된 적이 있었다. 생각을 뒤집어보자. 레이더로 철새를 연구할 수는 없을까?미국에서는 1940년대부터 조류 관측에 레이더를 쓰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레이더에 나타나는 물체 중에서 철새를 배제하는 기술이 쌓였고, 거꾸로 레이더에서 철새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파악하는 학문으로 발달했다. 하늘을 나는 새에 맞고 되돌아오는 레이더의 전파 신호를 분석해 새의 동선을 파악한다.국립공원관리공단 산하 국립공원연구원의 홍길표 연구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레이더 조류 관측을 연구하고 있다. 그가 일하는 전남 신안군 흑산도의 철새연구센터는 우리나라 여름철새 연구의 메카다.“여름철새는 따뜻한 동남아시아나 중국 남부에서 겨울을 보내고 여름이 되면 한반도나 일본으로 번식하러 올라와요. 먼바다를 비행해 처음 나오는 섬이 홍도, 흑산도, 가거도죠.”장거리를 날아온 새들은 오아시스 같은 섬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한다. 홍 연구원은 “참새목 철새의 몸무게는 15g 안팎”이라며 “탁구공 하나가 4g이니 탁구공 네 개가 바람에 맞서 바다를 건너오는 것”이라고 말했다.물론 새들은 하늘을 혼자 힘으로 날지 않는다. 작은 새일수록 바람을 잘 탄다. 새들은 45도 측면에서 불어오는 옆바람을 가장 좋아한다. 마치 요트가 옆바람을 타고 앞으로 나가듯이 말이다.홍 연구원은 레이더 조류 연구 대상으로 벌매와 붉은배새매를 선택했다. 날개를 펴면 1m가 되는 수리과인 두 새는 여름철새치곤 큰 편이다. 또한 500~1000m 상공에서 날기 때문에 전남 진도군 첨찰산 494m 지점에 세워진 진도 기상레이더에서 관측될 가능성이 컸다. 홍 연구원은 2005~11년 홍도에서 육안으로 관찰된 벌매와 붉은배새매 기록을 기상청 레이더연구센터에 넘겼다. 이 센터의 황인경 주무관이 말했다.참매에게 위성위치추적장치(GPS)를 달았다. |
바다직박구리의 다리에 가락지를 달아(아래) 철새의 이동 경로를 조사하는 방법도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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