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규제도 제 식구끼리…국회가 제도개선 나선다

조홍섭 2012. 09. 18
조회수 12203 추천수 0

32명 현역의원 참여 ‘탈핵 의원 모임’ 토론회서 10대 입법과제 발표
원전 의존 넘어설 탈핵기본법, 지자체 권한 강화도 추진

 

김태형_4278469_P_0.jpg » 탈핵을 향한 입법활동이 본격화하고 있다. 고리1호기의 모습. 사진=김태형 기자
 

전기요금에서 꼬박꼬박 떼어내 조성한 기금으로 ‘전력사업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증진시킨다’면서 왜 원자력 홍보비로만 해마다 100억원 넘게 써야 하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 안전을 독립적으로 지키겠다며 만든 장관급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왜 원자력 계 인사들만 모여있지?”


이런 의문을 품고 있던 이라면 곧 국회에서 벌어질 탈핵 입법활동을 눈여겨볼 만하다.
 

현역 국회의원 32명으로 구성된 ‘탈핵-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이 녹색당, 진보신당과 함께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탈핵 원년을 위한 19대 국회와 대선 과제’ 토론회에서 탈핵 사회를 위한 10대 입법 과제를 발표하며 본격 활동에 나섰다.
 

이에 따라 원전 의존에서 벗어나자는 탈핵 운동이 시민·환경단체나 소수정당의 운동을 넘어 국회 안 입법활동으로도 활성화할 전망이다.

신소영_04233207_P_0.jpg » 후쿠시마 사고 1주년을 맞아 환경단체가 연 기자회견 모습. 사진=신소영 기자

 

우원식 의원은 이날 주제발표에서 에너지 전환과 원자력 안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각각 5개 분야씩 10대 분야에서 추진할 입법과제를 밝혔다. 먼저 탈핵기본법은 원전 의존형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고 새 원전 건설 중단, 노후 원전 폐쇄 등을 뼈대로 한다. 원전의 빈자리를 적극적인 수요관리, 재생에너지 확대로 메우고 지역분산형 에너지 공급 체계를 이룩하자는 취지도 명시했다.
 

하승수 녹색당 사무처장도 ‘탈핵 및 에너지전환 기본법(안)’을 공개하면서 이 법에 핵발전소를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할 것을 명시하고, 추진 기구로 대통령 직속의 ‘탈핵 및 에너지전환 관리위원회’를 두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탈핵 기본법은 원전 탈피의 원칙을 밝힌 모법으로 상징성이 크지만 실제 입법까지엔 많은 논의와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원전 일변도 정책 때문에 불공정하고 비합리적인 기존 법을 개정하는 작업도 중요한 입법과제이다.
 

박종식_04249734_P_0.jpg » 고리1호기 사고를 설명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 강창순 위원장. 사진=박종식 기자

 

우 의원은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원자력 홍보사업을 벌이고 있는 원자력문화재단을 없애고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자연에너지 재단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토론에 나선 김영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는 “정부는 전기요금의 3.7%를 떼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조성하고 이 가운데 해마다 약 100억여원을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홍보사업에 지원하고 있다”며 “전력사업에는 재생에너지 사업도 있는데도 원자력만을 홍보하는데 쓰고 있으며 게다가 이 재단의 운영자금으로 상당액이 쓰여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구성이 독립성을 확보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 위원회 위원과 위원장은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자격 요건이 “원자력 안전에 관한 식견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 두루뭉술하게 돼 있어 전문성과 중립성을 지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자력안전위원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을 임명할 때처럼 전공과 경력 등 전문성의 요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고,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3년 안에 연 50만엔 이상의 기부금이나 연구비를 받을 사람을 제외하도록 해 전력회사와의 관계가 적은 사람을 뽑도록 한 것을 해야 한다고 김 변호사는 강조했다. 강창순 원자력위원회 위원장은 원자력산업회의 부회장을 지낸 원자력계 내부 사람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우 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진정한 규제기관으로 재정립하기 위해 위원의 결격사유를 강화하고 원자력 비판세력 등 다양한 인사가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정우_04212166_P_0.jpg » 지난 2월16일 출범식을 하는 탈핵 에너지전환을 위한 전·현직 국회의원 모임. 사진=이정우 기자

 

탈핵 의원 모임은 이밖에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폐지된 발전차액 지원제도를 부활하고 에너지 정책을 지식경제부에서 가칭 환경에너지부로 이관하며, 원자력 손해배상 책임한도를 현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늘리고, 원전 관련 시설의 건설, 가동, 수명연장 등에 지자체장의 동의나 협의권을 줄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개정해 나가기로 했다.
 

탈핵 의원 모임에는 현재 유인태 대표의원과 우원식 책임연구의원 외에 김기식, 김상희, 김성곤, 김영주, 김영환, 남윤인순, 노희찬, 류지영, 박홍근, 백재현, 서기호, 서영교, 설훈, 심재권, 원혜영, 유기홍, 유승희, 윤관석, 은수미, 이목희, 이미경, 이학영, 인재근, 장하나, 정성호, 정진후, 조경태, 한명숙, 홍의락, 홍종학 의원 등 32명이 참가하고 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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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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