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는 입으로 소변 본다

조홍섭 2012. 10. 12
조회수 32451 추천수 1

단백질 분해하고 생긴 노폐물 요소의 90% 이상을 콩팥 아닌 입으로 배출 드러나

목의 특수기관 이용해 배설과 함께 산소 섭취도…염수 적응 위해 진화한 듯

 

772px-8_pazdziernika_2005_gliwice_062.jpg » 자라의 머리. 목에는 요소를 배설하고 산소를 흡수하는 구인강이 있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자라는 중국, 한국, 대만 등 아시아에 널리 분포하며 식용으로 인기가 높아 대량으로 양식되는 대중적 파충류이다. 하지만 이런 대중적인 동물이라고 우리가 그 동물을 잘 이해한다는 뜻은 아니다.
 

최근 싱가포르 연구자들이 자라의 생리에 관한 놀라운 발견을 했다. 바로 자라는 콩팥이 아니라 주로 입을 통해 요소를 배출한다는 것이다.
 

입 유엔 등 싱가포르 생물학자들은 가뭄으로 말라버린 습지에서 자라가 물웅덩이에 한동안 머리를 처박고 있는 모습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자라의 목에는 ‘구인강’(buccopharyngeal cavity)이라는 아가미 비슷하게 생긴 특이한 기관이 있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동물이 먹은 탄수화물은 이산화탄소로 분해되지만 단백질은 질소가 들어있어 암모니아가 노폐물로 생긴다. 그런데 암모니아는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포유류는 콩팥에서 암모니아를 요소로 바꾼 뒤 물에 녹여 배설한다. 오줌이 그것이다.
 

무거운 오줌을 뱃속에 담고 다닐 수 없는 새나 사막 또는 고산지대에 사는 뱀은 질소를 오줌 대신 요산 형태로 저장했다 배설한다. 물고기는 물에 잘 녹는 암모니아를 아가미에서 바로 배출하는데, 일부는 요소 형태로 배출하기도 한다.
 

 800_16869.jpg » 물속에 잠수하고 있는 자라. 허파 말고 물속의 산소를 흡수할 수 있어 장기간 잠수가 가능하다. 사진=오픈 케이지

 

연구자들은 자라가 입으로 요소를 배출하는지 알아보려고 자라를 6일 동안 수조에 집어넣고 수질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했다. 배설강에서 나오는 오줌은 따로 채취했다. 그랬더니 이 기간 동안 자라가 배출한 요소 가운데 6%만이 콩팥을 통해 배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요소가 어떻게 배설됐는지 알아보려고 이번엔 자라를 밖으로 끄집어낸 뒤 머리만 잠글 수 있을 정도로 얕은 물탱크 옆에 두었다. 자라는 가끔 머리를 물속에 잠갔는데, 그 시간이 거의 질식에 이를 수 있는 20~100분에 이르렀다. 물속에서는 배설기관을 통해 나온 것보다 50배나 많은 요소가 검출됐다.
 

자라는 물속에 머리를 처박고 무얼 했을까. 연구자들은 자라가 물속에서 인두를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동작이 물을 빨아들였다 뱉어내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물속에 녹은 산소를 흡수하는 동시에 침을 통해 다량의 요소를 물 밖으로 내보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이 요소를 자라 몸속에 주입하고 농도를 측정했더니 혈액에서보다 침 속 요소 농도가 250배나 높은 것은 그 증거였다. 자라는 입으로 요소의 대부분을 배출한 것이다. 또 구인강에서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를 흡수해 장시간 잠수 때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00_11603.jpg » 자라. 등딱지의 중앙만 딱딱하고 주변은 부드러워 영명은 '부드러운 등딱지 거북'이다. 사진=오픈 케이지

 

그렇다면 왜 입으로 요소를 배출하게 됐을까. 논문은 자라가 담수에서 기수역과 해수역으로 서식지를 넓히면서 소금물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이런 기능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기수역에선 다량의 담수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오줌 형태로 배설해 물을 낭비할 수가 없다. 입으로 배설하면, 주변 염수로 입을 가셔내기만 하면 끝이다.
 

연구자들은 일부 반추동물이나 박쥐가 침을 통해 요소를 배출하는데 이것이 자라의 요소 배출과 유전적으로 연결됐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들 동물은 침과 섞인 요소를 삼켜 위에서 미생물이 분해해 단백질을 합성하는데 쓴다.

 

이 논문은 국제학술지 <실험생물학> 최근호에 실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he Chinese soft-shelled turtle, Pelodiscus sinensis, excretes urea mainly through the mouth instead of the kidney
Yuen K. Ip, Ai M. Loong, Serene M. L. Lee, Jasmine L. Y. Ong, Wai P. Wong and Shit F. Chew
doi: 10.1242/?jeb.068916 November 1, 2012  J. Exp. Biol. 215, 3723-3733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해변 모래 알갱이 하나에 속초시 인구 세균 산다해변 모래 알갱이 하나에 속초시 인구 세균 산다

    조홍섭 | 2017. 12. 15

    알려진 것보다 수백 배 많아수천종 분포, 오염물질 정화모래 해변은 수없이 많은 모래 알갱이로 이뤄진다. 모래 알갱이 하나하나는 다시 수많은 세균이 모여 사는 도시이다. 최신의 분석기술을 이용해 과학자들이 모래 알갱이 하나를 터 잡아 사는...

  • 멧돼지도 죽은 동료 슬퍼할까?멧돼지도 죽은 동료 슬퍼할까?

    조홍섭 | 2017. 12. 14

    페커리 ‘애도’ 추정 행동 첫 관찰…코로 비비고, 일으켜 세우며 떠나지 않아두 마리는 곁에서 자고 코요테 쫓아내기도, 애도나 슬픔 때문인지는 아직 몰라미국 애리조나주 교외에 사는 8살 난 단테 드 코르트는 지난 1월 동네 산에서 놀다 목도...

  • 참진드기 1억년 전에도 깃털공룡 피 빨았다참진드기 1억년 전에도 깃털공룡 피 빨았다

    조홍섭 | 2017. 12. 13

    호박 화석속 깃털과 함께 발견진드기 공룡 기생 첫 직접 증거중생대 백악기에 깃털이 달린 공룡의 피부에 참진드기가 들러붙어 피를 빨고 있었다. 나뭇가지에 앉은 공룡이 가려운 피부를 긁으면서 깃털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깃털 위에 나...

  • 무게 2t 개복치, 경골어류 기록 바뀐다무게 2t 개복치, 경골어류 기록 바뀐다

    조홍섭 | 2017. 12. 11

    길이 3m, 머리만 자른 괴상한 모습일본 해안서 거대어 잇따라 포획바다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크고 괴상한 모습의 경골어류를 꼽는다면 개복치일 것이다. 길이 3m, 무게 2t에 이르는 이 물고기는 연골어류인 상어와 가오리 일부를 빼고는 바다 ...

  • ‘상어 공포’가 산호초 생태계 바꾼다‘상어 공포’가 산호초 생태계 바꾼다

    조홍섭 | 2017. 12. 08

    피지서 초식 어류 꺼리는 해조류 피난처 생겨인류 이전 최상위 포식자는 자연에 광범한 영향호랑이가 출몰하던 시절은 사람들은 깊은 산속이나 한밤중 출입을 삼갔다. 요즘도 상어가 나타나면 해수욕장 출입을 금지한다. 사람이 압도적인 영향을 끼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