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짝퉁 부품’ 대책도 ‘짝퉁’ 될라

곽현 2012. 11.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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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검증서 위조 걸러내는 시스템 먹통, 안전 원천적 구멍

한수원, 단기간 표본조사만으로 문제 없다는 말만 되풀이


q1.jpg » ‘위조 부품’ 사용으로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면서 영광원전 3·4호기도 추가로 가동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5일부터 가동을 중단한 전남 영광군 홍농읍 영광원전 5·6호기의 모습. 영광/뉴시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운영하는 원전에 납품비리에 이어, 짝퉁 부품이 10여 년이 넘게 사용되었다는 발표가 있었다. 원전 부품을 납품하는 8개 업체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해외 품질검증기관의 품질검증서 60건을 위조했고, 짝퉁 부품은 총 237개 품목, 7682개 제품, 8억2천만 원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짝퉁 부품은 고리, 월성, 울진, 영광 등 4개 원전본부에 모두 납품되었으나, 실제 사용된 원전은 영광 3,4,5,6, 울진 3호기 등 5곳이며, 원전별 비중은 영광 5,6호기가 98.4%, 영광 3,4호기 및 울진 3호기에 일부 사용되었다고 한다.

 

10년 넘게 지속 됐던 부품 품질검증서 위조가 자체시스템에 의해서 걸러진 게 아니라, 외부제보에서 시작되었다는 것도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한수원 내부나 한국원자력기술원,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검증 시스템 어디에도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점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원전 안전에 원천적으로 구멍이 뚫린 것이다.

  

더욱 문제는 한수원과 지경부의 반복되는 태도다.

 

kwak_20121106.jpg » 출처=한겨레신문

 

한수원은 이번에 문제가 된 미검증품이 고장 날 경우에도 방사능 누출과 같은 원전 사고의 위험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문제는 한수원의 자체조사가 샘플조사에 의한 결과라는 점이다. 해외 품질검증서를 전수조사할 경우 사태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결코 안전을 장담할 수 없음에도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수원이 발표한 보도자료에도 “금번 문제가 된 해외 검증기관 검증서 외 다른 해외검증기관에서 발급한 품질검증서에 대한 샘플조사 결과 추가적 위조 사례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나, 앞으로 전체 해외 품질 검증서를 전수조사해 추가 위조 사례가 발견될 경우 즉각 검찰에 수사을 요청할 계획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즉 표본 조사를 벌였을 뿐, 전수조사를 실시하지 않아 짝퉁 부품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을 고백하고 있다.

  

영광 5,6호기의 경우 미검증품이 원전에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철저한 안전점검이 필요하고, 현재 충분한 부품이 확보되지 않아 부품 교체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교체작업을 하려면 발전 정지가 필요한 부품이 있는 점을 고려하여 가동을 정지할 계획이라고 하나, 영광 3,4호기 및 울진 3호기는 일부만 사용하고 있어 가동하면서 교체하겠다고 한다.

  

10년 동안 벌어진 일을 이렇게 단기간에 부분적인 조사 결과만으로 결론을 내는 것을 용감하다고 해야 하나.

  

어찌되었든 이로 인해 원전 2기의 장기간 정지는 불가피하다.  정부는 원전 중단에 따라 사상 유례없는 전력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초고강도 전력수급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11월 중순경 조기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력수급비상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가동에 착수하였다고 한다.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원전 가동 중단으로 사상 유례가 없는 전력난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너무 많은 부분을 원전에 의존해 살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대책도 단기간의 전력수급 대처 문제로 미봉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의 에너지정책을 불안한 원전에 맡기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

  

원전은 사용후 핵연료 문제뿐만 아니라 수백만 개의 부품이 쓰이고 있고, 치명적인 사고는 인간이라는 변수까지 포함해서 언제든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

원전에 의존할수록 문제는 복잡해지고, 그 충격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의 원전르네상스 정책이 위험한 발상인 것도 우리 사회를 점점 더 원전 의존형 국가로 만들고, 그 때문에 파생하는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안전에 구멍이 뚫린 부분은 그것대로 해결해야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원전에서 벗어나는 에너지정책의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이번 짝퉁 부품 사건을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진정한 결론이다.

 

곽현/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우원식 의원실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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