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건설 전면 중단' 선언할 후보 없습니까?

김성만(채색) 2012. 11. 12
조회수 19664 추천수 1

18대 대선, 나는 초록에 투표하련다

4대강, 핵발전도 문제지만 금수강산 망치는 골프장 건설엔 왜 말 없나

 

사진1.jpg » 골목 상권 살리기 운동 전국 대표자 대회에서 나란히 선 세 후보. 이들은 어떤 환경정책을 펼쳐보일까? 나는 초록정책을 내는 후보, 초록에 투표할 것이다. 사진=문재인 후보 홈페이지


우리나라 18대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30여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최고의 지휘권을 가집니다. 대통령의 지휘에 따라서 우리나라가 좌지우지됩니다. '아름다운' 나라가 될 수도 있으며, '못난' 나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우리나라는 못나도 너무 못나게 변했습니다. 어떤 분야를 보아도 그토록 못날 수가 있는지. 개인적으로는 특히, 강산의 파괴가 가장 가슴이 아팠습니다. 어떻게 소수 사람들의 결정으로 그 넓고 아름다운 강산이 파괴되어야 하는지요. '금수강산'은 점점 더 옛말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최근 무척이나 강조되고 있는 환경 보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려 왔습니다. 물 부족이나 기후변화 문제를 언급하며 4대강 사업을 한다든지, 친환경 에너지 정책이라며 핵발전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4대강 사업은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강을 파괴했습니다. 공사중에 죽어나간 생명들은 말할 것도 없고, 들어선 댐(보)들이 물의 흐름을 막아 강 생태계를 변화시켜 '자연'을 없애고 있습니다. 

 

핵발전은 최근 일어난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를 보더라도 단 한번에 사고로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핵발전소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최근의 불미스러운 사고들로 밝혀지고 있구요.

 

4대강 사업이나 핵발전이 '반환경'사업임을 다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선 후보들도 '4대강에 설치된 16개 대형 보들을 철거하겠다'(안철수 후보)거나 '원자력에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맡기지 않겠다'(문재인 후보) 같은 발표를 합니다. 

 

미래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그런 입장을 밝혀야 하고, 당선 뒤 꼭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대선 후보들이 알려진 환경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음에도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4대강 사업'이나 '원자력 발전'같은 잘 알려진 문제가 아니라, 그 문제들과 맞먹는 '골프장 건설'문제도 꼭 대선 정책에 들어갔으면 하는 바람 때문입니다. 또한 단순히 정치적 입장 때문에 '반대'가 아니라 환경정책에 대한 진정성을 보고 싶은 것입니다.
 

사진2.png » 골프장 건설은 4대강 사업이나 핵발전 사업 못지않은 환경파괴사업이다. 합법적으로 필요한 만큼만 지어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무분별하게, 또한 불법적으로 골프장 건설이 횡행하고 있다. 다음 대통령은 이런 파괴를 멈추어야 한다. 사진=강원도 골프장 범대위

 

18홀짜리 골프장 한 곳이 건설되기 위해선 약 100만㎡의 땅이 필요합니다. 국제 규격의 축구장 넓이가 약 6000~7000㎡정도이니 골프장 한 곳당 축구장 140~170배의 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새로 만들어지는 골프장이 40곳이라면? 축구장 4000~5000배의 땅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천연림으로 가득한 강원도라면? 우리의 자연이 축구장 4000~5000배 만큼 사라져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안타깝게도 지금 강원도에서는 이것이 현실입니다. 지금까지 만들어져 운영하고 있는 골프장은 42곳이고,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골프장은 41개에 달합니다(전국에선 총 411개!). 

 

새로 건설되는 골프장 면적 합이 4376만 9652㎡에 이릅니다. 흔히 여의도 면적과 비교를 많이 하죠? 여의도 면적이 2.9㎢(국토부 발표)이니 새로 짓게되는 강원도 골프장은 여의도의 15배가 넘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골프장을 합한다면 30배가 넘는 면적입니다. 상상해보십시오. 여의도의 30배가 넘는 강원도의 숲이 골프장 때문에 사라진다는 사실을!

 

환경정책이라면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 자연이 자연답게 유지될 수 있는 '환경', 그 둘이 서로 어우러지고 아름답게 유지되게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것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 자신이 밟고 있는 땅과 가까워져야 합니다. 지역과 기후에 맞는 먹거리를 먹고, 가까운 곳에서 가져온 재료로 집을 지으며, 가까운 곳에서 '친환경'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골프장 건설은 그런 환경정책에 완전히 배치되는 사업입니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없도록 할 뿐만 아니라 자연이 자연 답게 유지될 수도 없게 만듭니다. 지난해 운영중인 골프장 411곳에서 사용한 농약은 공식적으로 39만 7574㎏에 달하고 ㏊당 최고 66.06㎏의 농약을 사용한 반면(평균16.94㎏, 국립환경과학원)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농사에서는 ㏊당 평균 10.6㎏를 사용했습니다(농림수산식품부). 일반적인 농토의 1.6배에서 최고 6배의 농약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런 농약은 토양과 하천을 즉각적으로 오염시키고, 이는 고스란히 직간접적으로 사람에게, 자연에게 큰 피해를 줍니다. 정부에서 유기농 농사를 장려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단순히 '안전한 먹을거리'가 아니라 농약을 덜 쓰면 수질도 개선시킬 뿐더러 땅 속의 생태계도 살릴 수 있고 게다가 사람들의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골프장은 '유기농'이 거의 없습니다. '새파란'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농약을 써야만 합니다. 

 

사진3.jpg » 얼마전 개봉한 007 스카이폴 영화 스틸 사진. 주인공 뒤로 초지가 펼쳐져 있다. 이곳은 골프가 유래한 스코틀랜드 지역으로 초지가 넓게 분포한다. 골프는 이런 땅에 맞는 운동이다. 우리나라 같은 숲이 발달한 지역에선 파괴가 불가피하다. 사진=다음 영화


즉, 자연상태로는 골프장 같은 넓은 초지가 유지될 수 없다는 말이며, 이는 곧 '자연 상태'의 자연을 없앤 뒤 건설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지형이나 기후에 골프장은 애초 맞지 않는 시설입니다.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서라면 무조건 숲을 파괴해야만 합니다.

 

그렇다고 골프가 무조건 안 좋다는 말이 아닙니다. 골프를 치는 동안 걷는 것만으로도 큰 운동이 되고, 인간관계를 돈독히 다질 수 있다는 것 모르는 바 아닙니다. 묵직한 골프채를 휘둘러 골프공을 타격해 아주 먼 홀까지 보내는 그 묘미야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골프장을 건설하는 데에는 '맞는 땅'과 '맞지 않는 땅'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위키백과에서는 골프의 유력한 유래지로 스코틀랜드를 꼽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는 어떤 곳입니까? 얼마전 개봉한 영화 '007 스카이폴'에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액션 씬을 바로 그곳 스코틀랜드에서 찍었습니다. 주인공의 고향으로 나오죠. 침엽수림과 넓은 초지가 반복해서 펼쳐집니다. 그런 곳이라면 자연상태에서도 곧바로 골프를 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 땅을 보면 절로 골프같은 운동이 연상됩니다. 이런 곳은 골프에 어울리는 곳이죠.

 

우리나라의 이 땅은 숲과 강이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합니다. 예로부터 금수강산이라고 부르지 않았습니까? 어디를 가더라도 산천이 다 아름답습니다(아니, 아름다웠습니다.) 북유럽의 척박한 땅처럼 수목이 자라지 않은 땅이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기름지고 기후가 좋다는 뜻입니다. 그 덕에 숲 속에는 야생동물들도 풍부하게 살아남아 자연의 한 부분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나라는 결코 골프와 어울리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이런 숲을 없애는 것은 자연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정책에 반대되는 것이죠. 숲을 없애는 것은 단순히 나무를 잘라내는 것이 아닙니다. 나무와 어울려 살던 동물들은 물론 숲을 구성하는 수많은 들풀들도 포함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자연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개체가 서로 어울려 살며 또한 많은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갑니다. 사람이라고 다를 건 없습니다. 주변의 자연이 사라질수록 사람들 역시 덜 영향을 받고 발전적인 변화도 적어질 것입니다.

 

만약 우리나라에 골프장이 필요하다면 꼭 필요한 만큼만 적절한 장소에 건설하면 됩니다.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건설된다면 그 누가 딴지를 걸겠습니까(물론 법이 잘못되었다면 법을 바꾸어야 하겠지만요!). 

 

하지만 골프장 업자들이 허가를 받기 위해 작성한 사전 환경성 검토서나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잘못된 내용이 많았다고 합니다. 일례로 강원도 홍천 구만리 골프장 예정지에는 보호 야생동식물이 일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으나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조사결과 삵, 하늘다람쥐, 산작약 등 멸종위기에 몰려 법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는 동식물들이 대거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분명한 불법사항입니다.


사진4.png » 홍천 갈마곡리 하이츠 골프장 예정지에서 촬영한 까막딱따구리. 천연기념물 242호로 지정되어 법적으로 보호받게 되어 있다. 하지만 사업자는 이들의 발견을 숨기고 사업을 강행하려 했다. 분명한 불법이다. 사진=강원도 골프장 범대위

 

또한 산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산림 조사서'를 작성해 지자체에 제출해야 하는데, 조사서에 들어가는 '나무 숫자', '높이', '그루 수' 등을 축소왜곡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법적으로는 결코 개발할 수 없는 곳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도 분명한 불법이죠. 합법적으로만 한다면 대부분의 사업은 실행할 수 없습니다. 법적으로는 지켜져야 할 자연이 토건업자들의 로비에, 담당 공무원들의 무능에 무너지고 있는 셈입니다.

 

대통령 후보로 나와 있는 분들 중 가장 유력한 문재인, 안철수, 박근혜 후보께 묻습니다. 우리나라의 금수강산을 지키시렵니까? 파괴하시렵니까? 각 후보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안철수 후보 이외에는 환경정책을 내놓은 후보가 아직 없어 보입니다. 환경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같은 사람은 후보를 선택할 때 환경정책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4대강, 핵발전, 강정 등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사업뿐만 아니라 골프장 사업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고 정책방향도 확실히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렸듯 골프장 건설 문제는 단순히 '주민 민원'이 아닙니다. 환경정책의 큰 핵심인 '사람을 건강하게', '자연을 자연스럽게'하는데 중요한 부분입니다. 

 

골프장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강원도지사나 각 군수의 힘만으로도 이 일을 해결하기에 부족합니다. 국가정책 전체를 총괄하는 대통령의 힘이 필요합니다.

 

저는 지난 총선 때 'VOTE FOR GREEN'이라는 영상을 만들며 '초록에 투표하자'고 했습니다. 아쉽게도 제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저는 초록에 투표할 것을 밝히는 바입니다. 그 후보가 좀 더 민주적이고, 정직하며, 다른 정책들도 훌륭히 펼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할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강원도의 자연을 지킬 수 있도록, 금수강산의 명성을 지킬 수 있도록 골프장 사업을 전면 중단을 선언하는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선언합니다.
여러분들도 이 선언에 동참하실 수 있습니다.

 

"나는 초록에 투표합니다. vote4green.org".

 

김성만(필명 채색)/ 생태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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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만(채색) 생태활동가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4대강 현장팀에서 활동했었다. 파괴를 막는 방법은 살리는 일을 하는 것이라 믿고 2012년 3월부터 '생태적인 삶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행을 떠난다. 중국 상하이에서 포르투갈의 리스본까지 자전거로 여행하고 <달려라 자전거>를 냈고, 녹색연합에서 진행한 <서울성곽 걷기여행>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메일 : sungxxx@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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