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숭어 킬러, 물수리의 '일타 쌍피'

김성호 2012.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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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 숭어 향해 내리꽂는 '천리안' 맹금류…'물 반 고기 반' 형산강 등서는 100% 성공률

두 발에 모두 숭어 걸렸을 때 '자원 관리' 특이 행동도 

  

osprey01.JPG » 사냥한 숭어를 알에 꿴 채 날아가는 물수리의 모습.  

 

일반적으로 맹금류는 곤충, 조류, 포유류 그리고 그들의 사체까지 다양한 먹이를 취합니다. 그런데 오로지 물고기 만을 사냥하는 맹금류가 있습니다. 물수리라는 친구입니다. 물고기를 잡는 매라 하여 한자 이름은 어응(魚鷹)이며, 언제나 ‘물고기 킬러’라는 별명이 따라 붙습니다.

 

실제로 물고기를 사냥하는 새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새들이 부리로 사냥을 하는 반면 물수리는 크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냥을 하기 때문에 훨씬 더 큰 물고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검독수리, 참수리, 흰꼬리수리 등도 발톱을 이용해 사냥을 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물 위에 떠있는 물고기 만을 사냥하는 것과 달리 물수리는 수심 1m까지 다이빙도 가능합니다.

 

수컷 약 54㎝, 암컷 약 64㎝로 크지도 작지도 않은 물수리는 현재 국제적 보호 조류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물수리는 대부분 시베리아에서 번식한 개체들이며, 10월 초순에 와서 한 달 남짓 머물다 11월 초순 기온이 뚝 떨어지면 더 남쪽으로 이동하는 나그네새이지만 간혹 겨울을 나는 개체도 있어 겨울철새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200m 밖에서 물속 투시, 가공할 시력

 

우리나라에서 단풍이 막 들기 시작하는 10월 초순이면 우리나라 전역의 연안, 하천, 그리고 간척호수 등지에서 숭어, 잉어, 붕어를 사냥하는 물수리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물수리가 가장 많이 모여드는 지역은 대체로 하천과 바다가 맞닿는 수심 50㎝ 내외의 기수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심이 얕아야 물고기의 사냥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물수리가 선호하는 것은 팔뚝 만한 숭어들이기 때문입니다. 가을은 바다와 민물을 오르내리는 회유성 어종인 숭어가 산란을 앞두고 가장 기름지고 살진 계절입니다.

 

어떤 수역이든 물수리는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부터 먹이사냥을 시작하여 해가 지기 직전에 활동을 멈춥니다. 머무는 시기가 가을이기 때문에 아침 6시 반에서 저녁 6시 반까지의 12 시간이 먹이활동 시간인 셈입니다. 정확히는 물고기가 보이기 시작하는 시간에서 더는 보이지 않은 시간까지라 할 수 있습니다.

 

물수리의 출현을 누구보다 먼저 인식하는 것은 물수리를 두려워하는 작은 새들입니다. 평화롭게 휴식을 취하던 오리 종류나 갈매기 종류가 느닷없이 날아오른다면 그것은 이미 물수리가 떴다는 뜻입니다.

 

물수리는 부드러운 날갯짓으로 상공을 선회하면서 먹잇감을 탐색합니다. 때로 정지비행을 하며 탐색할 때도 있습니다. 눈동자와 목 전체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말입니다. 200m가 넘는 상공에서조차 물색과 거의 비슷한 물고기를 정확히 감별하는 것을 보면 물수리의 시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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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prey03.JPG » 먼동을 배경으로 먹이 사냥에 나선 물수리.

 

일단 먹잇감을 포착하면 바로 날개를 접고 목표물을 향해 쏜살같이 돌진합니다. 그야말로 ‘내리꽂는’다는 표현이 딱 어울립니다. 내리꽂는 순간의 속도는 무려 시속 1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때, 물수리는 항상 부는 바람을 가슴에 안고 먹잇감에 접근합니다. 바람을 등지면 바람에 밀려 목표 지점을 정확히 타격하여 낚아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내리꽂음이 언제나 입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매섭게 내리 꽂다가도 먹잇감의 상황이 바뀌면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날개를 다시 펴고 방향을 바꿔 아주 부드럽게 상공으로 떠오릅니다. 헛된 입수는 철저히 자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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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prey05.JPG » 선회를 하다 먹잇감을 포착하고 날개를 접은 채 무서운 속도로 돌진하는 모습. 

 

내리꽂음이 입수까지 이어진다면 수면에 닿기 직전 취하는 동작이 있습니다. 먹잇감을 낚아채기 직전의 동작입니다. 날개를 다시 쫙 폄과 동시에 발톱을 최대한 날카롭게 펼친 채로 발을 뒤로 한껏 뺐다가 다시 앞으로 쭉 뻗으며 먹잇감을 훌치며 움켜쥡니다.

 

더군다나 발톱 밑에는 날카로운 가시들까지 있어서 한 번 움켜쥐면 물수리의 의지가 아니고서는 그 먹잇감이 다시 물로 돌아갈 길은 없습니다. 이를 흉내 낸 것이 숭어를 잡는 훌치기 낚시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수리의 사냥 성공 확률은 30%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사냥 성공 확률은 사냥터의 형편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형산강처럼 하천이 바다로 유입하기 직전에 보가 가로막고 있어 숭어 떼가 보에 막혀 그야말로 물보다 숭어가 더 많은 곳이라면 사냥 성공 확률은 100%에 가깝습니다.

 

물수리의 숭어 사냥 연속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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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잇감을 훌치며 움켜쥐기 때문에 숭어 무리를 공격할 때는 양발에 하나씩 두 마리를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일타 쌍피’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일타 쌍피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면 계속 웃지만은 못할 놀라운 점이 있습니다. 둘 중 하나는 놓아줍니다. 물론 놓아주는 쪽은 둘 중 작은 쪽입니다. 큰 것 한 마리만 챙기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놓아주는 하나는 반드시 물에 놔줍니다. 땅에 떨어뜨리고 가는 법은 없습니다. 저들은 철저히 자원을 관리할 줄도 압니다. 다만 한 발에 두 마리를 잡았을 때는 놓아주지 않습니다. 애써 잡은 먹이를 모두 놓아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더 놀라운 일도 있습니다. 한 발에 두 마리, 다른 발에 한 마리를 잡았다 하더라도 두 마리가 한 마리의 무게만 못하면 두 마리를 놓아줍니다. 다만, 어린 물수리는 사냥술이 서툰데다 큰 물고기를 잡지도 못하므로 놓아주는 미덕까지 베풀지는 못합니다.

 

'일타 쌍피'로 잡은 두 마리의 숭어 가운데 하나만 챙기는 일련의 동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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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물수리의 먹이사냥 간격은 평균 두 시간 정도이며, 완전히 성숙한 물수리들은 큰 물고기를 노려 공격하기 때문에 3 ~ 4 시간의 간격으로 먹이사냥에 나섭니다.

 

물론 유조이든 성조이든 사냥한 먹이의 크기에 따라 사냥 간격은 유동적입니다. 한 유역에 서너 마리의 물수리가 함께 생활할 때가 있습니다. 가족은 대체로 먹이활동시 함께 나타납니다. 가족이 네 마리라면 네 마리가 갑자기 그것도 동시에 상공에 나타나는 식입니다.

 

하지만 각 개체마다 먹이활동 영역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부모 새는 어린 새의 사냥터로 먹잇감이 가장 풍부한 곳으로 배정합니다. 쉽게 먹이도 구하면서 사냥술을 익히도록 배려하는 것입니다.

 

먹이를 먹는 장소는 한적한 곳입니다. 간섭이 거의 없다면 먹이를 잡은 곳에서 그리 멀리 가지 않고 편하게 뜯어먹습니다. 하지만 간섭이 발생하면 수㎞까지 먼 산속으로 이동합니다.

 

주위에 산이 없다면 한참 떨어진 전봇대 꼭대기로 올라갑니다. 간섭은 까치, 까마귀, 갈매기, 그리고 안타깝게도 나를 포함한 인간입니다.

 

글·사진 김성호/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서남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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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
서남대 생명과학과 교수. <큰오색딱따구리 육아일기><동고비와 함께한 80일><까막딱따구리의 숲>의 저자로서 새가 둥지를 틀고 어린 새들을 키워내는 번식일정 전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인내로 세세히 기록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지리산과 섬진강에서 만난 생명들의 20년 이야기를 담은 생태에세이 <나의 생명수업>을 펴냈다.
이메일 : genexp@chol.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phil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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