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모이통 설치하니 아파트로 자연이 찾아든다

윤순영 2011. 0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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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모이통

 4월8일 야산을 바라보고 있는 아파트2층  베란다  창틀에 가로20cm  세로20cm 크기의 프라스틱 반찬 그릇을 철사줄로 매달아 새 모이통을 걸어 놓았다.

집에서 흔히 구할 수있는 쌀, 좁쌀, 땅콩, 삶은 계란노른자, 계란껍질, 멸치를 모이로 주었다.

새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지만 새는 오지 않았다. 무관심해질 무렵 10여일이 지나서야 얼굴에 복면을 한 검은 머리, 검은 멱, 검은 목, 흰 뺨의 얼굴을 가진 박새가 처음으로 날아들었다.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마음이 설렌다. 드디어 성공했다고 마음속으로 박수를 쳤다.
어슬프게 만든  모이통으로 새를 부를 수 있을지 미심쩍어 하던  아내가 더 즐거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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횃대에 앉은 박새

손바닥 안에서 놀 수 있는 14cm의 아주 작은 박새지만 복면을 한 얼굴 무늬는 다른 새들이 무서워할 수 있는 방어수단 같다. 낮선 모이통과 베란다 주변이 익숙하지 않아 엄청나게 경계를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파르르, 파르르 날개를 떨며 모이통 안으로 들락 날락  거리며 놀고 있다.
좁쌀을 매우 좋아한다.
매일 이른 아침 제일 먼저 찾아와 찌쥬, 쥬르르르- 씨잇, 씨잇 하고 울어댄다.
잠자리에 누워 창가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상쾌한 아침을 약속하는 것 같다.

모이통에 직접 날아와 앉는 것이 불편해보여 나무가지를 사용해 길이50cm 지름 1cm~2cm 정도의 횃대를 만들어주었다.
횃대에 앉은 다음 먹이통으로 사뿐히 날아든다.
먹이를 줄 때마다 호잇, 호잇 휘파람을 불고  밥 먹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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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살피는직박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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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노른자를 먹는 직박구리

 5일 후..........
머리와 등에 푸른 회색과 배와 꼬리에 흰색반점을 띤 작박구리가 파도치는 모양으로 날며 삐잇-삐잇 시끄럽게 나타났다. 박새 보다 1배 정도가  크다. 새들 중에 유난히 떠들어 대고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괘나 번잡한 녀석이다.  다른 새들 혼을 다  빼놓는다. 박새 보다 경계심이 적다. 여유로운 모습으로 눈치를 살피며 삶은 계란 노른자만 골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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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치

다음날 어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와 얼굴이 적갈색 몸은 회색, 날개덮깃에 파랑색이 유난히 눈길을 끈다.
뺨 선의 검은색은 부리와 연결되어 콧수염을 기른 아저씨 같고
짓궂은 아이 처럼 다른 새 울음 흉내도 잘 낸다.
이놈은 땅콩은 좋아한다. 땅콩을 욕심 사납게 계속 물고 간다.
먹지도 않고 가져다 감춰두기에 더 바쁘다. 너무 많이 숨겨 잊어버리면서도  그들만에 특이한 습성인것 같다. 3 3cm 몸으로 모이통 안으로는 들어 갈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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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이젠 까치도 온다.
식욕이 왕성하고 텃세가 심해 까치 다른 새들이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왠지  썩내키지않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우려는 잘못된 생각이었다.  먹이를 먹으러 올 땐 서로가 마주치는 일들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들 나름대로 살아가는 질서가 있었다. 어째든 까치는  깡패 습성이 있는 것은 틀림없다. 

조직적으로 몰매를 주고 새들을 무척 괴롭혀 새들이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온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까치는 동네 어귀에서 그 지역의 환경을 잘 알고 자기의 영역으로 생각  낮선 사람이나 새로운 일에 대하여 매우 민감하게 반응 울어대며시위를 벌인다. 까치는 모이통에 넣어둔 모든 종류의 먹이를 싹 먹어 치운다. 아무래도 46cm의  몸길이가 있기 때문에 많이 먹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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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주기

어느 날 아내는 밥을 주며 부르면 새들이 대답하고 먹이통으로 날아든다 하였다.
믿기기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휘파람을 불고   밥먹어라를 반복하며   먹이를 주었던 결과인것 같다. 
아직도 사람을 경계한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태연히 있으면 머물지만 눈빛이 마주치면 금방 달아난다. 그들과 거리는  1.5m  경계선을 뛰어넘은 아주 가까운 거리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하는 것은 난생 처음이다.

50mm  표준렌즈와 100mm 준망원 사용하여  촬영을 할 수 있으니 이젠 친숙해질 시간이 필요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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횃대로  날아드는 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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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횃대에 앉은 참새 무엇을 먹을까 망설인다.

 30일째 참새가 짹 짹 하며 날아와 횃대에 앉는다. 도토리 키재기지만 박새 보다 1cm정도 아주 조금 크다.
두리 번, 두리 번 주변을 살피더니 날름 먹이통속으로 들어간다. 친구들도 부른다.
참새가 방앗간 지나쳐 못 간다는 말이 생각난다.
역시 쌀을 좋아한다.
통통 튀는 듯 작은 체구가 박력 넘치게 모이통과 횟대를 오가며 살판났다.

그렇게 흔했던 참새지만 막상 볼려하면 눈에 잘 띠지 않는다.
횃대 설치는 참 잘한 것 같다. 먹이통과 징검다리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박새, 쇠박새, 작박구리 ,어치, 까치, 참새 가족들이 늘어났다.

숲속에 소문이 금방 퍼졌다..
그 곳에 가면 작은 나눔이 있다고


 ★아파트나, 단독주택에서 나무가 있고  숲,공원이 있으면 누구나 설치하여 새들과 나눔을 즐길 수있다. 가능하면 먹이통은 나무 높이나  그 이하의 환경이 좋지만  나무보다 3m  이상의  높은 고층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시도해볼만하다. 먹이통과 물통을 함께 달아주면 좋다.  목욕을 즐길 수 있는게 찾아오는 새크기의 10배 정도 적당한 모래상자를 매달아 주는것도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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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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