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이 짝짓기 직전 소리지르는 이유, 엿듣는 다른 암컷 때문

조홍섭 2012. 12. 27
조회수 48159 추천수 0

거대한 장식 깃털과 함께 수수께끼이던 짝짓기 직전 울음 이유 밝혀져

자칼 등 천적에 알려지는 위험보다 다른 암컷 확보하는 이득 커

 

Tony Hisgett_640px-Peacock_(6964635758).jpg » 수컷 공작은 화려한 의상뿐 아니라 목소리로도 암컷을 유혹한다. 사진=토니 히스겟, 위키미디어 코먼스

 

공작 수컷이 화려하고 거창한 깃털을 가진 이유는 널리 알려져 있다. 자신의 건강과, 그런 거추장스러운 몸으로도 너끈히 천적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암컷에게 과시하는 것이다. 마치 고급 승용차로 여성을 유혹하려는 남성처럼.
 

수컷 공작에게는 또 다른 수수께끼 행동이 있다. 짝짓기 직전에 독특한 소리로 크게 우는 것이다. 미국 듀크대 과학자가 이 의문을 풀기 위해 나섰다.
 

수컷은 암컷의 환심을 사기 위해 활짝 편 꼬리 깃털을 꼿꼿하게 세우고 가볍게 흔들면서 환상적인 짝짓기 구애 행동을 한다. 암컷의 마음을 얻은 수컷은 몸을 낮춰 받아들일 준비가 된 암컷 등 위에 올라가기 직전 두 음절의 특이한 소리로 크게 운다.

 

수컷 공작의 짝짓기 직전 울음 유뷰트 동영상(자료=듀크대)
 

 

국제학술지 <행동>에 이 행동에 관한 연구논문을 낸 제시카 요르진스키 인지신경학센터 박사는 이 대학이 최근 낸 보도자료에서 “이 단계에서 암컷은 이미 수컷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짝짓기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수컷이 또 다른 신호를 보낼 필요를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언듯 불필요해 보이는 이 신호는 공작 서식지인 인도 정글의 자칼, 호랑이, 매 등 천적을 불러들이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 “말하자면, 짝짓기하는 공작들은 정신을 다른 데 팔고 있으며 취약한 상태라는 사실을 광고하는 셈이지요.” 요르진스키 박사는 말했다.
 

연구진은 짝짓기 직전 수컷이 내는 울음소리를 녹음해 인도의 공작 자생지에서 틀어놓았더니 그 스피커 주위에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은 스피커보다 암컷 공작이 더 가까이 오래 머물렀다. 사육하는 공작 우리에서 까마귀 울음소리와 짝짓기 소리를 들려준 실험에서도 수컷이 내는 짝짓기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640px-Indian_Peafowl_(Pavo_cristatus)_(2855058812).jpg » 풀밭을 거니는 인도공작.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india002-2_med.jpg » 인도의 공작 자생지에서 수컷 공작이 꼬리를 펴고 있으나 거의 보이지 않는다. 사진=제시카 요르진스키

 

다시 말해 수컷 공작은 암컷과 짝짓기를 하면서 멀리 떨어진 다른 암컷에게 ‘나는 이 암컷으로부터 선택 받았다’는 사실을 광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수컷 공작이 아무리 날개를 펴고 뽐내며 걸어도 잘 눈에 띄지 않는 인도 정글 서식지에서 이런 울음은 꽤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다. 어쨌든 천적에게 울음소리가 들려 입을 위험보다 더 많은 암컷을 차지하는 이득이 컸기 때문에 이런 행동이 진화의 선택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암컷은 왜 이런 수컷에 끌리는 걸까. 요르진스키의 설명을 들어 보자. “누군가 이 수컷을 보증했다는 거지요. 한 암컷에서 그럴듯한 수컷이라면 다른 암컷에게도 괜찮겠지요.”
 

실제로 자연계에는 이런 짝짓기 노하우가 널리 퍼져 있다. 수컷의 자질을 힘들게 따지기보다 다른 암컷이 고른 수컷에 무임승차하는 것이다. 인기 있는 수컷 주변에 암컷이 몰려든다.
 

male_peacock_roosting_india.jpg » 인도 서식지에서 잠자리에 들기 위해 나무에 오른 공작 수컷. 사진=제시카 요르진스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수컷은 암컷의 선택을 받은 뒤에 짝짓기 울음을 울 것이 아니라 암컷 없이 거짓으로 우는 편이 쉬울 것이다. 요르진스키는 “드물지만 그런 거짓을 하는 수컷이 있어요. 그런데 그게 왜 흔하지 않은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Yorzinski, J. and K. Anoop (2013). “Peacock copulation calls attract distant females.” Behaviour DOI:10.1163/1568539X-00003037.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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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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