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입고 제주서 죽은 큰바다사자, 표본으로 되살아났다

조홍섭 2013. 01. 06
조회수 28810 추천수 1

지난해 1월 제주서 발견 2주 뒤 사체로…국립생물자원관서 표본 일반 공개

몇달 전 콧등 골절상이 사인인 듯, "호흡 곤란과 먹이 섭취 어려움 때문"

 

lion3.jpg » 부상을 당해 머나먼 남쪽 바다까지 밀려온 암컷 큰바다사자는 표본으로나마 부활했다.

 

지난해 1월 제주 서해안의 작은 섬 비양도에서 큰바다사자 한 마리가 암초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그러나 두 주 뒤 이 해양포유동물이 다시 발견되었을 때는 안타깝게도 죽은 상태였다.

 

캄차카 반도 등 차가운 북극해 일대가 고향인 큰바다사자는 왜 무리를 떠나 수천㎞나 떨어진 제주 바다에 나타났을까. 또 왜 먼 길을 와서 곧 죽음에 이르렀을까. 이런 의문을 풀 실마리가 나왔다.

 

lion1.jpg » 제주 비양도에서 죽은 채 발견된 큰바다사자의 모습. 다른 해양생물로부터 공격당한 부위가 여기저기 보인다.

 

국립생물자원관은 6일 제주도에서 발견된 큰바다사자의 주검을 인수해 8개월 동안 박제로 만들어 살았을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한 디오라마 형태로 일반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표본제작팀은 작업과정 중 큰바다사자의 콧등에서 골절된 흔적과 가골이 형성된 것을 발견했다. 가골이란 부러진 뼈를 연결하는 구실을 하는 뼈 또는 연골성 물질로 몇 달이 지나면 다시 흡수되는데, 이로 미뤄 이 바다사자는 몇달 전 부상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생물자원관은 보도자료에서 "큰바다사자가 이미 오래 전 상처를 입은 채 제주도 해안까지 떠내려 왔고 이러한 외부의 물리적인 충격에 의한 호흡곤란과 먹이섭취에 어려움을 겪은 나머지 결국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밝혔다.

 

lion2.jpg » 국립생물자원관에 디오라마 형태로 전시되고 있는 큰바다사자. 일반인이 만지고 관찰할 수 있다.

 

큰바다사자는 물개, 독도바다사자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기록된 세 종의 바다사자 가운데 하나로 가장 몸집이 크다. 이번에 박제표본으로 제작된 큰 바다사자는 몸 길이가 2m가 넘고 무게는 300㎏에 이르렀다.

 

큰바다사자는  캄차카 반도와 베링해, 쿠릴열도 등 북극 근해에 서식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겨울에 드물게 동해안에 나타나지만 제주도에 출현하기는 처음이다. 정부는 이 종을 그동안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해 왔으나 서식지에서 멸종한 것으로 보고 최근 지정을 해제한 상태이다.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에는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생물자원관은 박제로 되살아난 큰바다사자 표본을 일반인이 직접 만져보고 부상 이후 입은 상처 등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국립생물자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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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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