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이야, 곤충이야?
고대 배연재 교수팀 대암산 용늪에만 사는 신종 뱀잠자리 발견
날카로운 큰 턱 있지만 먹지 않고 1~2주 짝짓기에 전념한 뒤 생 마감
» 대암산 용늪에서 발견된 신종 뱀잠자리 한국좀뱀자리. 둥근 머리와 긴 앞가슴이 마치 머리를 곧추세운 뱀의 형상을 떠올리게 한다.
강원도 인제군 대암산의 용늪은 대표적인 고산습지로, 해발 1100m의 고도에 연평균 기온이 4.4도일 만큼 추운 곳이다. 이곳엔 여름 동안 미처 썩지 못한 식물이 토탄이 되어 바닥에 쌓여있는 독특한 습지 생태계를 이루며 각종 희귀 동·식물이 분포해 천연보호구역이자 람사르습지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곳이다.
세계적으로 용늪에서만 사는 곤충이 발견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1일 용늪에서 유충 기간을 보내는 좀뱀잠자리의 일종을 학계에 신종으로 보고하고 이름을 한국좀뱀자리(학명 시알리스 코리아나)로 지었다고 밝혔다.
» 대암산 용늪의 모습. 바닥에 토탄층이 깔려있으며 사초과 식물이 주로 자란다.
이 곤충은 배연재 고려대학교 교수팀이 지난해 3월 국립생물자원관의 자생생물 조사 과정에서 채집했다.
뱀잠자리는 세계적으로 300여 종이 밝혀져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8종이 보고돼 있다. 이번에 발견된 좀뱀자리속에는 세계적으로 54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932년 북한에서 시베리아좀뱀자리 한 종만이 기록돼 있다.
» 신종으로 기록된 용늪의 한국좀뱀자리.
뱀잠자리는 길고 둥근 머리와 긴 앞가슴 모양이 마치 머리를 곧추세우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이번에 발견된 한국좀뱀자리는 크기가 1~2㎝로 비교적 작으며, 날카로운 큰 턱을 가졌지만 전혀 먹이를 먹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좀뱀자리의 성충은 3월말에서 6월초까지 용늪 부근 숲에 나타나는데, 1~2주 동안만 살면서 그 동안 짝짓기를 해 용늪에 알을 낳고 생을 마친다. 알에서 깨어난 유충은 수서동물을 먹으면서 겨울을 난다.
» 한국좀뱀자리를 위에서 본 모습.
또 한국좀뱀자리는 매우 깨끗하고 온도 변화와 인위적인 환경변화에 예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용늪에서만 서식할 수 있었다고 생물자원관은 밝혔다.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국립생물자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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