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 폭포도 협곡도 생겼다

김성만(채색) 2011. 05. 24
조회수 401175 추천수 3

 

본류 삽질에 지천인 감천과 용호천 깎이고 무너져
봄철 100mm 비에도 이정도니 여름 장마철 ‘끔찍’

 

 

지난해 4대강 사업이 엄청난 생명을 학살한 해였다고 한다면, 올해는 자연이 4대강 사업에 반격하는 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은 파괴되었던 자신을 다시금 복구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인간의 몸속에 들어온 암세포를 없애기 위해 항체들이 싸우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 '나이아가라 폭포'(감천)와 닮은 꼴의 폭포가, 또 '그랜드 캐년'(용호천)과 비슷한 모양의 협곡을 만들었습니다. 

한 달 만에 다시 찾은 감천, 그곳엔 나이아가라 폭포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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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19일 낙동강 지류 감천의 하상유지공 건설공사장 일대. 임시교량에 놓은 파이프를 통해 강물이 흘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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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20일 같은 위치, 파이프에서 나온 강물이 멀리가지 못해 폭포가 되어 떨어지고 있다.

 

4월 19일에 이곳을 다녀갔을 때는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습니다. 우리 강들의 변화상을 확인하기 위해 혹시나 찍어두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한달 뒤에 찾은 같은 장소에서 이렇게 '희한한' 장면을 볼 거라고는…폭포의 폭은 20여m에 이르는 듯 보였고, 폭포에서 쏟아지는 모양새는 그야말로 '폭포' 그 자체였습니다. 규모가 작은 것만 빼면 정말 '나이아가라 폭포' 그것이었습니다. 떨어지는 물소리도 어찌나 큰지…

물살은 강바닥의 오래 되고 단단한 퇴적층까지 깎아내고 있었다. 


 

_MG_2164.JPG _MG_2195.JPG 보기만 해도 예사롭지 않은 검정색의 단단한 퇴적층. 수만년을 거쳐 다져졌을 것 같은 이 깊은 곳까지도 물은 거침없이 파 내고 있었다.

이 위치로부터 조금만 더 올라가 보면 이 강이 모래로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낙동강의 여느 지천처럼 모래의 비율이 굉장히 높았습니다. 또한 그 모래층은 굉장히 두껍죠. 내성천의 경우에는 최고 20여m에 이른다고 알고 있습니다. 감천은 원래 어떻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최소한 3~4m는 되었을 것입니다. 

본류의 준설을 약 5~6m 정도 하면서 이 지역의 바닥이 4m 이상 깎여나간 것입니다. 준설로 낮아진 본류에 지류가 높이를 맞추려고 하는 '자연적인 노력'이죠. 그 때문에 '하상유지공'을 만들어서 더는 깎여나가지 않도록 만듭니다. 하지만 하상유지공을 만들기도 전에 100㎜ 정도의 비가 쏟아졌고 이렇게 폭포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흔히 물머리에서 침식이 된다고 해서 '두부침식' 또는 물머리에서 상류로 거슬로 오르면서 침식이 된다 해서 '역행침식' 이라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지천의 경사는 낮아진 본류를 향해 매우 가팔라지게 되는 거죠. 당연하게도 유속은 기존의 몇 배가 되게 됩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에 따르면, 유속은 2배 이상 빨라졌는데, 유속이 2배 빨라지면 4배의 힘이 생긴다고 합니다. 좌우의 제방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조그맣던 용호천, 한 달 만에 '그랜드 캐년'을 만들었다.


110421_용호천_사촌교_009.jpg 2011년 4월 21일, 용호천 사촌교에서 바라본 모습. 이 때도 이미 침식은 진행되고 있었다.

_MG_2623.JPG 2011년 5월 20일 곧바르게 나가던 물살은 좌우로 굽이치며 제방을 깎아냈다.

달성댐 바로 하류 부분에 용호천이라는 작은 하천이 낙동강에 합수됩니다. 정말 작아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던 저도 지나칠뻔 했었습니다. 그런 하천이 고작 100㎜의 비에 엄청난 힘을 발휘해서 좌우의 제방을 다 깎아냈습니다. 또한 교량 바로 왼쪽의 콘크리트로 된 교량보호시설도 망가뜨려서 포크레인이 들어가 복구하고 있었습니다. 

물살은 교량을 보호하기 위한 콘크리트 시설도 절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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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교량 시설. 콘크리트 단면이 드러나 있고, 에이치빔으로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

교량 바로 아래의 시설입니다. 교량과 제방이 한 몸이 되어 물살의 충격을 최소화시키는 시설인 듯합니다. 조금 오래 돼 보이지만 그래도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번 비는 이런 시설도 가만두지 않았습니다. 4대강 사업 전에는 쭉~ 괜찮았습니다만 이번 비에 우르르 무너져 버렸습니다. 

이 교량은 5번 국도의 일부로서 만약 무너진다면 대형 피해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것 역시 '설마 그렇게까지야...' 라고 생각되지만, 남한강도 낙동강도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터지고 있습니다. 규모 면에서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랜드 캐년이 된 용호천

 


_MG_2610.JPG 사진을 찍은 위치를 찾을 수도 없을만큼 심하게 깎여나가 있었다.

남부 지방에는 겨우내 큰 비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4월의 용호천도 아주 많이 깎여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100㎜ 정도의 비에 '그랜드 캐년'을 만들었습니다. 사람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이 높이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나무는 뽑히고 꽃들은 쓸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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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모습을 묻지 않아도 얼마나 많이 깎여나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제방에 자라면서 제방을 보호하던 나무들과 꽃들은 다 사라져 버렸습니다. 지난 달에 이곳을 왔을 때는 유채꽃이 아름답게 피어있었는데 흔적도 없습니다. 이제는 가까이 가지도 못 할만큼 약해져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비가 온다면 여기까지가 아니라 더 깊이까지 침식될 것입니다. 

역행침식은 강 바닥 뿐만 아니라 제방까지 무너뜨린다.


_MG_2585 (1).jpg 제방 안쪽 논두렁까지 다 깎여나갔다.

 

역행침식(두부침식)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는 하상유지공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간과한 게 있습니다. 앞서 설명 드렸듯이 하상차는 바닥을 침식할 뿐만 아니라 제방도 침식합니다. 왜냐하면 하천의 유속이 빨라지면서 좌우 제방에 보통 때보다 2~4배에 달하는 힘을 가하기 때문입니다. 

강이 깊어진만큼 그 깊이에 맞는 강폭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지류는 위 사진처럼 변하고 있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우리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류 뿐만 아니라 본류에도 같은 피해가 생깁니다. 더 깊어지고 더 큰 낙차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더 빨라졌습니다. 좌우의 제방에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을 가할 것이고 멀쩡하던 제방이 무너지고, 수해가 없던 마을이 물에 잠겨버릴 수도 있습니다. 

댐(보)에 가둬두는데 물살이 왠말이냐구요? 홍수기 때는 가동보를 열어두게 되고 그대로 흘려보내게 됩니다. 오히려 댐에 갇혀있던 물들이 일시에 빠져나가 더 큰 피해를 불러옵니다. 지금은 100㎜의 비에 지천들이 이렇게 변하게 됐지만 장마철 200~300㎜의 비에 본류에서도 이런 모습이 나타날지 모릅니다. 

이번 여름이 무서워지네요.

 

김성만/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녹색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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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만(채색) 생태활동가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4대강 현장팀에서 활동했었다. 파괴를 막는 방법은 살리는 일을 하는 것이라 믿고 2012년 3월부터 '생태적인 삶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행을 떠난다. 중국 상하이에서 포르투갈의 리스본까지 자전거로 여행하고 <달려라 자전거>를 냈고, 녹색연합에서 진행한 <서울성곽 걷기여행>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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