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은 왜 틈만 나면 더듬이 다듬나
꼼꼼히 닦지 않으면 지방질 끼어 후각 감각 센털 뒤덮어 후각능력 감퇴
바퀴는 입으로 , 파리는 앞다리로, 검정목수개미는 앞다리·입으로 손질
» 입으로 더듬이 표면에 쌓이는 불순물을 정성껏 제거하는 이질바퀴. 사진=카탈린 뵈뢰치스키, 미국립과학원회보
고양이나 원숭이, 그리고 개미나 바퀴벌레 등 많은 동물이 짬만 나면 부지런히 털을 고르고 몸을 손질한다. 지저분한 오물을 털어내고 기생충을 잡으며 집단 구성원 사이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곤충을 보면, 특히 더듬이를 손질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주변에 먼지나 병균이 없는 깨끗한 곳에서도 더듬이를 꼼꼼히 닦는 까닭은 뭘까.
» 더듬이를 손질했을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비교. 오른쪽 끝은 용제로 표피 지방을 모두 제거했을 때의 모습이다. A~C는 더듬이 손질을 하지 않았을 때 후각 감각 센털이 피질로 덮이는 것을 보여준다. D~F는 페로몬 감각 센털이 더듬이 다듬기로 피질에 묻히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카탈린 뵈뢰치스키, 미국립과학원회보
미국의 동물행동학자 등은 왜 곤충이 더듬이를 정성껏 손질하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한 일련의 실험 결과를 5일 미국립과학원회보(PNAS)가 발표한 온라인판 논문으로 발표했다.
연구진은 더듬이 청소를 하지 못하게 만든 이질바퀴와 정상적인 손질을 하도록 한 바퀴의 더듬이 모습을 전자현미경으로 정밀하게 조사했다. 그랬더니 손질을 하지 않은 더듬이 표면이 곧 반짝이는 물질로 덮이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물질은 곤충 피부의 주성분인 큐티클 탄화수소로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한 기능을 한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더듬이 손질을 하지 않는 바퀴에는 이 물질이 더듬이에 나 있는 후각 감각 센털을 뒤덮는 것이었다. 정상적으로 더듬이 손질을 한 바퀴의 더듬이에서는 후각 감각 센털이 잘 드러나 있었다.
연구진은 더듬이 청소 여부에 따른 후각 능력을 비교하기 위해 이번엔 냄새 나는 일반물질과 성호르몬을 분비해 곤충이 얼마나 잘 알아채는 실험을 했더니 더듬이 청소를 잘 한 바퀴들이 뛰어난 냄새 감지 능력을 보였다.
» 곤충의 여러가지 형태 더듬이. 모양은 달라도 모두 후각세포를 간직해 꼼꼼히 관리하는 공통점이 있다. 사진=크리스 허,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런 실험은 이질바퀴뿐 아니라 바퀴, 집파리, 검정목수개미에도 했는데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바퀴는 더듬이를 입으로 손질하고, 파리는 앞다리로, 그리고 검정목수개미는 앞다리에 이어 입으로 불순물을 제거하는 등 저마다 방식은 달랐지만 냄새맡는 능력과 관련되어 있었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를 토대로 “더듬이 손질의 후각 증진 기능이 곤충 전반에 공통된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Insects groom their antennae to enhance olfactory acuity
Katalin Boroczky, Ayako Wada-Katsumata, Dale Batchelor, Marianna Zhukovskaya, and Coby Schal
www.pnas.org/cgi/doi/10.1073/pnas.1212466110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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