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도 빈부차, 필리핀 담수어 몰락 유럽들소 복원

조홍섭 2020. 12. 11
조회수 6032 추천수 0
IUCN 평가 결과…모든 강 돌고래, 참나무 3분의 1 멸종위기

i0.jpg » 유럽들소는 한때 야생에서 절멸했지만 보전 노력에 힘입어 멸종위험에서 벗어났다. 라팔 코발치크 박사 제공.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11일 올해 3번째로 세계 야생 동·식물의 멸종위험도를 평가한 결과 아마존 돌고래 등이 새롭게 멸종위기종에 포함돼 ‘적색 목록’에 오른 종은 모두 3만5765종이 됐다고 밝혔다. 이 연맹이 평가한 13만종 가까운 생물 가운데 약 4분의 1이 멸종 위협에 놓인 셈이다.

연맹은 이번 평가에서 필리핀 민다나오 섬의 고유종 민물고기 17종을 포함해 중남미 개구리, 동남아 상어 등 31종에 대해 멸종을 선언했다. 이번에 처음 보전상태를 종합 평가한 참나무의 31%도 멸종위험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유럽들소 등 26종은 보전 노력에 힘입어 멸종위험이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브루노 오벌러 연맹 사무총장은 “유럽들소와 다른 25종의 회복은 보전의 힘을 증명한다”면서도 “길어지는 멸종위기종 목록은 보전 노력이 시급하게 강화돼야 함을 보여준다”고 연맹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멸종을 부르는 지구적 위협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은 어업, 농지 개발, 침입종을 꼽았다. 


'진화 폭발' 라나오 호 민물고기

i1.jpg » 라나오 호의 고유 담수어(a∼c). 어시장에서 비닐에 담겨 판매되는 모습(d). 글라디스 이스마일 외 (2014) ‘어류 환경 생물학’ 제공.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 있는 라나오 호는 500만년 이상 된 고대 호수로 세계에서 이곳에만 사는 잉어과 어류 18종이 ‘폭발적 진화’를 이뤄 주목되는 곳이다.

그러나 도입한 외래종 틸라피아가 급증한 데다 주민이 자망 등의 어구로 토착 어류를 남획하는 바람에 이 호수의 고유종 담수어는 진화의 비밀이 밝혀지기도 전에 대부분 사라졌다. 연맹은 평가 결과 이곳의 잉어과 고유종 15종에 대해 멸종을 선언하고 2종에 대해서는 위급(멸종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추가 확인 필요) 판정을 내렸다.

i2.jpg » 라나오 호 어민이 잡은 물고기는 대부분 외래종 틸라피아이고 고유종은 찾기 힘들다. 아르미 토레스 제공.

동남아의 얕은 해안에 서식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무태상어의 일종은 지난해 학계에 보고돼 ‘카르카리누스 오브솔레루스’란 학명을 얻었지만 이번에 ‘위급’(사실상 멸종) 등급에 올랐다. 연맹은 “이 상어가 1934년 이후 채집 기록이 없는 데다 서식해역이 어획 강도가 매우 높아 이미 멸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i3.jpg » 아마존 강에 서식하는 강 돌고래 투쿠시. 이번에 멸종위기종에 올랐다. 페르난도 트루히유 제공.

아마존 강에 서식하던 민물 돌고래 투쿠시는 ‘정보 부족’ 종이었지만 이번에 ‘멸종위기’ 종으로 등급이 올랐다. 이로써 전 세계의 민물 돌고래 종은 모두 멸종위기종에 포함되게 됐다. 연맹은 “투쿠시가 어망에 의한 부수 어획, 댐 건설, 수질오염 등으로 심각하게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 감염병인 항아리곰팡이로 인한 피해도 이어져 중미의 개구리 3종이 멸종 판정을 받았고 중·남미의 다른 개구리 22종은 위급(사실상 멸종) 판정을 받았다.

'보전의 힘' 보인 유럽들소 복원

i4.jpg » 유럽들소는 초원이 원래 서식지이지만 주로 산림에 복원해 겨울에 먹이가 떨어지면 농경지로 나와 농민과 갈등을 일으킨다. 라팔 코발치크 박사 제공.

유럽 최대 육상 포유동물인 유럽들소는 멸종사태 속에서도 ‘취약’에서 ‘위협 근접’으로 등급이 완화됐다. 유럽들소는 야생에서 절멸되고 동물원에서 기르던 개체를 1950년대 자연에 복원했다.

이후 보전 노력이 성과를 거두면서 2003년 1800마리에서 지난해 6200마리로 불어 폴란드, 러시아 등에서 47개 무리가 서식하고 있다. 평가에 참여한 라팔 코발치크 연맹 들소 전문가 그룹 박사는 “들소를 주로 복원한 산림엔 겨울 동안 먹이가 부족해 숲을 벗어나 농민과 충돌을 일으킨다. 이들이 안심하고 풀을 뜯을 초원을 포함한 보호구역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멕시코의 오아자카 청개구리도 지역주민의 보전활동 덕분에 위급 종에서 위협 근접 종으로 완화됐다고 연맹은 밝혔다.

참나무 3분의 1 ‘위험’

i5.jpg » 멸종위기종 참나무 ‘쿠에르쿠스 인시그니스’의 거대한 도토리. 디에고 알레한드로 고메스 호요스 제공.

참나무 430종에 대한 첫 포괄적인 평가 결과 31%인 113종이 멸종위험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에서 9종의 참나무가 사실상 멸종 상태로 평가받았다. 가장 많은 멸종위기 참나무가 분포하는 곳은 중국과 멕시코이고 베트남, 미국, 말레이시아가 뒤를 이었다.

연맹은 중국, 멕시코, 동남아에서 농경지 개발과 벌목이 희귀 참나무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밝혔다. 폴 스미스 국제 식물원 보전 연맹(BGCI) 사무총장은 “참나무는 분포지를 떠받치는 핵심종으로 가장 카리스마 있는 나무”라며 “영국만 해도 자생 참나무에서 먹이와 은신처를 얻는 종은 새, 이끼, 균류, 곤충, 지의류, 포유류 등 2300종이 넘는다”고 말했다.

또 남반구에 분포하는 프로테아과 식물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 결과 1464종 가운데 45%인 637종이 멸종위험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는 견과류인 마카다미아 야생종 3종이 포함돼 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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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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