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북극곰의 ‘샛노란 앞발’…굶주림에 오리알 깨먹고 연명

조홍섭 2020.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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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수십 개 바다오리 둥지 털어, 대체식량으로 칼로리 부족

p1.jpg » 참솜깃오리의 둥지에서 알을 빼앗아 먹는 북극곰. 수많은 알을 깨뜨려 먹느라 노른자로 앞발의 털이 누렇게 물들었다. 패트릭 야기엘스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기후변화로 해빙이 일찍 녹아 물범 사냥이 힘들어진 북극곰이 바다오리 등 바닷새의 알을 포식하고 있다. 그러나 다량의 새알을 먹더라도 물범을 대체할 칼로리 원은 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북극곰은 물범 사냥에 특화한 전문 포식자이다. 봄에 해빙 위에서 태어난 물범 새끼를 잡아먹어 비축한 지방으로 한 해를 난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북극의 기온 상승이 지구평균의 2∼3배에 이르면서 해빙이 일찍 녹자 물범을 사냥할 수 있는 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북극곰은 해변에서 물범을 대신할 먹이를 찾아 헤매는데 유력한 대체식량이 이 시기 북극해 주변에 널린 바닷새 둥지이다.

p2.jpg » 해빙이 일찍 녹아 주 먹이인 물범 사냥이 불가능해지자 북극곰이 해변에 올라 바닷새의 알을 포식하고 있다. 에반 리처드슨 제공.

캐나다 윈저대 연구팀은 허드슨만 북쪽 북극해에서 여러 해에 걸쳐 북극곰이 바닷새 알을 먹는 행동을 연구해 왔다. 이 대학 코디 데이 박사는 2016년 과학저널 ‘지구 변화 생물학’에 실린 논문을 통해 바닷새 둥지가 북극곰에게 충분한 먹이가 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을 폈다.

그는 “북극곰은 봄에 해빙을 발판 삼아 물범 새끼를 사냥해 왔는데 근래 들어 해빙이 너무 일찍 녹아버리면서 어쩔 수 없이 바닷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해변에 오르게 됐다”며 “그 결과 북극곰들은 한 해에 수천 개의 바닷새 둥지를 털어 알을 먹고 있고 그 수는 기후변화에 따라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바다오리를 포함해 기러기, 갈매기 등 다양한 바닷새가 해안 절벽이나 섬 땅 위에 둥지를 트는데 북극곰이 헤엄쳐 와 둥지를 털면 속수무책으로 먹힐 수밖에 없다.

p3.jpg » 대형 바다오리인 참솜깃오리 수컷. 북미와 유럽, 시베리아 동부 등 북극해 주변에서 번식한다. 로스 엘리엇,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p4.jpg » 참솜깃오리 둥지와 알. 원주민은 알과 함께 암컷이 가슴의 솜털을 뽑아 둥지 재료로 쓴 ‘아이더다운’을 거둬 쓴다. 폴 기어체브스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몸 길이가 50∼71㎝의 대형 바다오리인 참솜깃오리는 해안 땅 위에 ㏊당 1000개의 둥지를 틀 정도로 밀집해 번식해 북극곰의 주요 표적이다. 96시간 동안 북극곰 한 마리가 206개의 참솜깃오리 둥지를 턴 사례도 보고됐다.

그러나 데이 박사는 “가장 풍부한 오리알을 먹는다 해도 칼로리 면에서 물범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전통적으로 이누이트 원주민은 바다오리를 고기와 알둥지의 털까지 요긴한 자원으로 활용했는데 오리가 북극곰을 피해 번식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타격을 입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대학 패트릭 야기엘스키 연구원 등은 드론을 활용해 북극곰이 참솜깃오리의 최대 번식지에서 북극곰이 둥지 속 알을 포식하는 행동을 정밀하게 조사했다. 과학저널 ‘동물 행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아무리 알이 풍부한 곳이라도 일찍 찾아온 일부 북극곰 만이 알을 통해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p5.jpg » 윈저대 연구팀이 드론을 이용해 북극곰의 바닷새 알 포식을 조사하는 모습. 에반 리처드슨 제공.

참솜깃오리 1700여 쌍이 번식하는 허드슨 만의 무인도인 미티비크 섬에서 11일 동안 드론으로 조사한 결과 북극곰 20마리가 모두 443개의 둥지를 털었다. 연구자들은 “하루 19개의 둥지를 털면 이 과정에 들인 만큼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밤에도 사냥을 계속하면 일부 비축도 가능하겠지만 그런 기회를 잡는 것은 먼저 섬을 찾은 곰 일부일 뿐”이라고 밝혔다.

조사는 곰들이 섬의 오리 둥지를 모두 털고서 중단됐다. 둥지를 습격당한 오리는 번식을 포기하거나 북극곰이 오지 않는 다른 곳을 찾아 떠난다. “쉽게 다량의 알을 포식할 수 있는 대규모 번식지는 사라지기 때문에 바닷새의 알이 북극곰의 대체식량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인용 논문: Animal Behaviour, DOI: 10.1016/j.anbehav.2020.11.00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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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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