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들에게 약 먹였습니까?

조홍섭 2013. 0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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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량 불안장애 약 성분도 민물 농어 큰 행동변화 불러, <사이언스> 논문

폐의약품, 화장품 등 화학물질 수천종 일상적으로 하천 유입…PCPPs 새로운 오염문제 떠올라 

 

Danielle Duhe_Fish_pharmaceutical_illustration.png » 우리가 먹은 약물 또는 내버린 약 성분은 결국 수생태계로 들어간다. 그림=다니엘 두헤, 위키미디어 코먼스

  
상쾌한 아침 샤워가 심각한 수질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샴푸의 세제 성분이나 물 낭비를 말하는 게 아니다. 몸을 단장하는 데 쓴 화장품이 강으로 씻겨 들어가 새로운 환경오염을 부른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사향노루는 멸종위기여서 보기도 힘들지만 합성 사향은 화장품과 세제, 비누 등에 널리 쓰여 세계적으로 해마다 수천톤이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이 사향 성분은 물에 녹아 수생생물의 지방조직에 축적되는 성질을 갖고 있다. 사향 자체야 유독물질도 오염물질도 아니다. 하지만 합성 사향을 장기간 몸속에 축적한 물고기를 먹어도 괜찮을까? 그 사람이 임신부라면? 또 합성 사향과 함께 물속에 들어간 수많은 다른 화학물질이 예상치 못한 상승효과를 일으킨다면?
 

‘약물과 개인용품(PCPPs)’에 의한 새로운 환경오염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큰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이 건강을 위해 먹는 약이나 몸을 단장하려고 쓰는 화장품 등에 들어 있던 화학물질은 결국 환경으로 들어간다.

pic.jpg » 약물 및 개인용품(PPcPs)의 화학물질이 어떤 경로를 통해 토양과 수생태계로 가는지를 보여준다. 그림=알리스테어 복살 외,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 • volume 120 number 9, September 2012

 

우리가 쓰는 약만 해도 4000종이 넘는다. 약은 우리 몸에서 모두 분해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배설되고 또 생물활성이 늘어난 대사물질로 바뀌기도 한다.

 

약 성분은 하수처리장에서도 잘 분해되지 않아 한강에서도 10여종의 약 성분이 검출되고 있다. 2010년 신종플루가 대유행했을 때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의 성분이 전국의 모든 주요하천에서 검출된 것은 우리 몸에 들어간 약 성분이 결국 환경으로 향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약물 말고도 향수, 샴푸, 햇빛차단제, 살충제, 식품첨가물, 커피의 카페인, 니코틴 등 우리가 내보내는 화학물질은 수천가지가 넘는다. 여기에 축산농장에서 다량의 항생제와 스테로이드를 쓰고 제약회사 공장에서도 배출물이 나온다.
 

물론, 환경에서 이들 물질의 농도는 매우 낮다. 그렇지만 워낙 환경에 유입되는 양이 많고 하수처리장에서 효과적으로 제거하지 못하는데다 환경과 인체에 장기적으로 끼칠 영향이 불확실해 세계적으로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항생제 성분이 내성균을 부르고 경구피임약 성분이 수컷 물고기에게 암컷 성징이 나타나게 하는 알려진 문제 말고도 불길한 조짐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항우울제 성분이 조개의 산란행동을 교란하고, 어떤 심장병 약 성분은 수생동물이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능을 가로막는다.
 

perch.jpg » 스웨덴 우메아 대학 연구진이 옥사제팜 성분에 의한 행동변화를 연구한 민물 농어. 적은 양의 약 성분에도 큰 행동변화가 나타났다. 사진=브로딘 외, <사이언스>  

 

특히, 평생 물속에서 살아야 하고 화학물질 세례를 피할 수 없는 물속 동물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는 큰 관심거리이다. 최근 스웨덴 연구진은 긴장과 불안장애 처방약 성분인 옥사제팜이 미량이라도 물고기의 행동에 큰 변화를 부른다는 실험 결과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민물 농어를 길러 행동변화를 관찰했는데, 보통 조심스럽고 무리지어 먹이활동을 하는 이 물고기가 도심 하천 수준의 약물이 포함된 물속에서는 대담해지고 먹이를 빨리 먹으며 사회성이 떨어져 홀로 사냥하는 행동을 보였다. 옥사제팜은 농어에게 사람과 비슷한 효과를 냈던 것이다.
 

이런 행동변화는 하천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다. 먹이 섭취량이 늘어나면 동물플랑크톤이 줄어들어 식물플랑크톤이 번창하는 사태를 불러올 수 있고, 반대로 조심성이 떨어지면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확률이 늘어난다. 게다가 옥사제팜 말고 다른 미량 화학물질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우리의 하천은 점점 ‘화학물질 수프’처럼 바뀌고 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하천생태계와 인간의 건강에 끼칠 영향이다. 하지만 현재 전문가들의 일치된 답변은 ‘모른다’는 것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Dilute Concentrations of a Psychiatric Drug Alter Behavior of Fish from Natural Populations
T. Brodin, J. Fick, M. Jonsson, J. Klaminder
10.1126/science.1226850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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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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