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바다녹화 현장…해적동물 득실 사막에 바다숲 일군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남해 마안도 해중림 조성사업 한창
불가사리, 성게 걷어내고 모자반, 감태 심고…'조림 성공' 바다서 못 하랴
겨울바다는 한가하다. 혹자는 겨울바다는 낭만이라 하지만, 사실 춥고 바람부는 한어기라 바다에 인적조차 없으니 한가할 수밖에.
그런데, 남쪽나라 남해에는 겨울이라도 따뜻한 햇볕이 있고, 풍광이 좋아 겨울바다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또한 바다에 있는 해조류는 김과 미역이 그러하듯 수온이 낮은 겨울이 제철이다.
남쪽 바다에 있어 행정구역상 남해군인 남해도는 봄에 가천 다랭이논과 지족 죽방렴, 한여름엔 상주 해수욕장과 물건 어부림, 가을엔 물건 독일마을이 유명하다면, 겨울에는 축구선수들이 전지 훈련하는 남면 스포츠파크가 있어 바다가 있는 섬인데도 일년 사시사철 사람이 끝이지 않는다.
» 남해대교
» 가천 다랭이논. 사진=곽윤섭 기자
» 조류를 이용한 전통어법인 남해 죽방렴
» 상주해수욕장과 그 뒤를 활처럼 싸안은 상주 어부림.
» 물건 요트학교
» 가까이서 본 물건 어부림.
» 물건 독일마을.
남해 마안도
물건리 독일마을 가까이 남해도의 동쪽으로 돌아가면 송정리에 말의 안장을 닮은 섬 하나가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노구(옛 이름 갈금이) 마을 지선에 있다.
마을 뒤 산길로 소위 신작로가 생기기 전인 50여년 전만 해도 읍내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객선이었단다. 어찌 보면 고립되고 외진 곳이다. 보통 우리나라 바다를 끼고 있는 시골마을은 대부분 논밭이 있어 반농반어촌의 형태를 띤다. 그러나 이 노구마을은 산자락이 바다로 뚝 떨어지는 지형학적 위치에 놓여있다 보니, 오로지 바다에 의존하여 살 수밖에 없는 마을이다.
다행이 배로 10분도 걸리지 않는 바로 앞에 마안도라는 섬이 있고, 이곳 마안도 주변 바닷속에는 볼락, 문어, 붕장어, 멸치, 멍게, 홍합, 해삼이 많이 잡혀 어업활동만으로 부촌을 이루고 있다.
» 말안장을 닮은 마안도 전경.
» 미조면 송정리 노구마을 모습.
해중림 조성사업
언젠가부터 그렇게 많던 물고기가 사라지고, 그물 속에는 성게, 불가사리, 고둥류만이 걸려 올라왔다. 뿐만 아니라 맑은 물 아래로 훤히 비추던 해조류(바닷말)도 눈에 띠지 않았다.
남획과 환경변화는 바닷속 해양생태계를 바꿔놓은 것이다. 물고기가 없어지고 해양환경이 변하니, 소위 조식동물(해조류를 먹고사는 해적동물)이 득세하여 바닷말을 먹어치웠다.
일부 무절석회조류가 암반을 희게 덮어 사막화된 백화현상(갯녹음)이 진행되었다. 산란장, 보육장, 섭이장, 서식장으로 이용되던 터전이 없어지니 물고기가 떠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이에 남해군(정현태 군수)과 노구어촌계(김충선 어촌계장)은 경남도의 지원을 받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남해지사(양금철 지사장)에 해결책을 구하였다. 여러 전문가들이 달라붙어 고심한 끝에 우선 해중림(바다숲)을 살리기에 힘을 모았다.
필자는 남해군 마안도 해중림 조성사업의 책임을 맡고 있다. 사업기간을 연장하면서까지 일년여 기간 동안 바닷속에 들고 나길 수십 차례, 이제 그 씨앗을 뿌렸다.
먼저 바닷속 상태를 조사하여 해양생태계를 진단한다. 예상했던 대로 보라성게, 별불가사리, 아무르불가사리와 석회조류만이 이 해역에 우세하고 그 많던 엽상 해조류(잎파리가 널은 바닷말)를 거의 보이지 않아 심각하게 황폐화되었다.
» 마치 사막이 펼쳐진 것 같은 남해 밑바닥은 현실, 보이는 건 해적동물뿐이다.
우선 해적동물부터 잡아내기 시작했다. 이를 일명 조식동물 구제작업이라고 한다.
» 성게
» 건져올린 각종 불가사리. 위 사진들은 조식동물 구제작업을 보여준다.
다음엔 해조류를 이식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가장 먼저 해조류를 부착한 바다 숲 조성용 인공어초(일명 해중림초)를 제작 시설한다. 날개부를 가진어초, 터널형 어초 그리고 육각패널 H빔 어초에 모자반과 감태를 붙여 바닷속에 시설한다.
조경된 물고기 아파트를 짓는 셈이다. 여기에 모자반을 주머니에 담아 어초에 걸어두어 포자 방출을 유도하는 모조주머니를 달아 걸어두었다. 시간이 지나자 감태, 모자반이 자리를 잡고 어초 사이로 어린 볼락이 모여들었다. 이제 아파트에 입주가 시작되었다.
» 바다숲 조성용 인공어초 설치 작업
» 해조류 감태를 주머니에 매달아 포자 방출을 유도하는 시설.
» 조성한 모자반 숲
» 해조류를 매단 인공어초에 몰려든 볼락 새끼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번엔 해조류가 살 수 있는 단단한 기저부가 없는 모래밭에 해조류 부착판인 패널을 보도불럭처럼 깔아 암반지역을 확장하고, 여기에 모자반을 옮겨 심었다. 일종의 확장공사이다.
» 모래 바닥에 해조류가 부착할 토대가 되는 패널 설치 공사. 사진=신춘수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남해지사
아직 안심할 수가 없다. 어린 해조류를 이식하고 나니, 이를 먹이로 하는 조식동물들이 침범한다. 울타리를 쳐서 막을 수도 없다. 그런데 묘책이 있다. 물속에 시설된 해중림초 주변에 밧줄로 울타리를 둘러치고 조식동물이 좋아하는 다시마를 붙였다. 다시마 포자방출을 유도하는 한편, 이식된 어린 해조류가 먹이가 되지 않도록 미끼로 유인하여 시간을 버는 계책이다.
» 조식동물을 유인하기 위해 바닷속에 늘어뜨린 다시마.
수산자원 고갈과 회복
이제 현대인들은 맛있는 먹거리와 함께 몸에도 좋은 건강식품을 찾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기호에 딱 들어맞는 식품이 수산물이다. 육류 중심의 비만에서 탈피하고, 심지어 머리가 좋아지는 물질까지 섭취할 수 있다니 웰빙식품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수산물이 고갈되었다는 소식은 이제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다. 누구든지 먼저 나가 많이 잡아오는 자가 승리하는 올림픽 방식의 어업형태 때문에 과도하게 어획하는 남획이 그 첫 번째 원인이요, 다음으로 육지 중심의 개발로 연안이 축소되고 바다가 오염된 것이 두 번째요, 전 지구적인 기후변동이 그 세 번째 이유일 것이다.
이제 고전적이고 소극적인 수산자원 관리에만 의존할 때가 지났다. 인위적이더라도 보다 적극적인 자원조성이 필요할 때이다. 수산자원을 증대시키기 위해 수산생물의 종묘를 방류하고, 이보다 앞서 수산생물들이 살 수 있는 서식장을 조성하여 건강한 해양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바다에 해조류를 심자
바다숲이란 바닷속에 다시마, 미역 등의 포자식물인 엽상 해조류(바닷말)이나 거머리말 등의 종자식물인 해초류(잘피라 부르는 바닷풀)가 무리지어 사는 군락을 말한다. 바다숲은 물고기에는 알을 낳고 기르는 산란장과 보육장이 되고, 자라면서 먹이를 섭취하고 사는 섭이장과 서식장이 되어준다.
매년 5월 10일은 ‘바다 식목일’이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이사장 양태선)은 바닷속 황폐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바다 숲 조성의 필요성을 국민에게 홍보하여 해양생태계의 복원과 수산자원을 회복하고자 2012년 2월 22일 세계 최초로 법제화(수산자원관리법 3조의 2)하였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산림녹화 성공국가이다. 민둥산을 푸른 숲으로 가꾸었듯이 황폐화된 바다를 풍요로운 바다 숲으로 되돌려놓을 수 있길 기대한다.
미래의 트렌드는 해양생태관광
현대인은 힐링이 필요하다. 먹고사는데, 성공하고 출세하는데 너무 내몰리다 보니 이젠 좀 쉼이 필요하다. 도시민들은 술집에서, 노래방에서, 오락장에서, 놀이기구 타고 놀아봤지만 이젠 그것조차 만족스럽지 않다.
제주 올레길 걷고, 산사에서 템플스테이 하듯 바다 바라보며 건강한 수산물 먹으며 그냥 쉬고 싶다. 어업인들도 경쟁적인 어업활동에서 수산자원을 보전하면서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해답을 해양생태관광에서 찾아보자.
글·사진 황선도/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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