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을 사람 병원에서 치료하면 곤란한 이유

김영준 2013. 02. 19
조회수 16644 추천수 0

새 특성 무시한 시술로 새호리기 영구 장애…잘 감싸면 자연 치유 가능

제비 잡는 날쌘들이 새호리기, 전선에 충돌해 날개팔 골절 

 

새호리기는 우리나라에는 여름에 찾아오는 조류로서 보통 6월에 번식을 합니다. 황조롱이보다 약간 더 늦게 번식하는 소형 맹금류입니다. 주로 제비처럼 작은 새나 잠자리 등의 곤충을 공중에서 낚아채 비행하는 습성을 가진 조류죠.


공중사냥을 해야 하는 동물이기에 그 비행술이 현란하고 매우 빠릅니다. 그래야 제비를 잡을 수 있겠죠. 그래서 날개도 길고 그 끝이 뾰족합니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멸종위기 2급 동물로 법정 보호종입니다.


보통 체중은 170~200g 내외이고 일반적인 다른 맹금류처럼 암컷이 수컷보다 약간 더 큽니다. 어릴 때는 아랫배 색이 밝은 상아색을 보이다가 성조깃으로 갈아입으면 빨간 바지를 입는다고 표현하는데, 아랫배와 장단지 깃을 붉은 깃털로 갈게 됩니다.


이 새호리기는 2012년 7월13일 구조가 된 어른새인데, 전선 등에 충돌하여 척골(뒤아래팔뼈)의 원위부(날개끝 쪽 부위)가 골절된 개체입니다. 이렇게 골절되면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리지는데, 큰 문제가 없다면 잘 감싸 부러진 뼈가 저절로 붙기를 기다립니다.


보통은 1주에서 열흘 정도 감싸준 뒤 정기적으로 물리치료만 해주면 무난하게 회복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어느 방송국이 방영한 프로그램에서 사람을 수술하는 정형외과에서 새호리기를 수술한 것을 두고 인터넷 상에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습니다(날개 부상을 당한 새호리기를 일반 병원에서 치료해 주었으나 동물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시술로 인해 영구적인 장애를 일으킨 프로그램 속 내용을 가리킴. 물바람숲).

 

다른 수의사가 블로그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글 '매를 품은 소녀'를 참고하세요. 전문적 영역은 서로 존중해 줄 때 빛이 날 거라 믿습니다.

 

hori1.jpg » 새호리기 성조로서 아래꼬리덮깃 등이 붉은 색을 보이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hori2.jpg » 오른쪽 척골이 골절되었고, 피부가 찢어져서 출혈이 발생했습니다. 아마도 전선 등에 강하게 부딪혔을 수 있습니다.

 
hori3.jpg » 오른쪽 날개의 바깥쪽을 보면 골절로 인해 발생한 피하출혈이 낭포를 형성하여 삐져나온 것을 볼 수 있죠.


hori4-1.jpg » 방사선 촬영 결과 척골의 원위부, 끝족이 골절된 걸 볼 수 있습니다. 화살표가 골절 부위.  

 
hori5.jpg » 자세가 똑바르지 못합니다. 그냥 날개를 보기 위해 촬영한 거라 그렇습니다. 12일이 경과한 후 척골 주위 방사선 투과성이 감소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골 유합이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물리치료를 위해 이때는 이미 날개의 포대를 제거한 상태입니다.

 

hori6-1.jpg » 골절된 후 보존적 치료 17일 후 뼈가 서로 붙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해부학적 정복(완치)도 중요하지만 야생동물의 경우 기능이 오롯이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화살표는 뼈가 자연적으로 붙은 모습.
 

해부학적 정복과 기능학적 정복이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쉽게 말하자면 보기좋게 원 상태로 만드는 것 보다는 기능적으로 원활하게 움직이고 기능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멋보다 실용인 셈이죠.


의원성 상처라는 게 있습니다. 병원 등지에서 수술하는 과정에 입히는 상처를 말하죠. 쉽게 말해서 피부나 근육을 절개하는 등의 과정에서 입히는 상처겠죠. 이러한 새로운 상처보다 그 상처를 입히고서라도 치료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때 의원성 상처 혹은 부상을 감내하고 수술하는 겁니다.


하지만 의원성 상처가 본래의 목적을 넘어선다고 판단되면 수술을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저희 센터에 입원하고 나서 45일만에 비행하고 있는 새호리기입니다. 실제로는 55일 후에 다시 야생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번 논란을 지켜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이 항상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습니다. 이 시술을 실시한 의사분도 비용도 받지 않고 도와주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대상이 만약 사람이었다면 이건 민사소송 감입니다.


왜냐면 야생동물의 입장에서는 사형선고를 내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고민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글·사진 김영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전임수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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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원부장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의 공동저자, <천연기념물 야생동물의 구조 치료 및 관리>의 대표저자. 단순한 수의학적 지식보다 야생생물의 생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수의사로, '야생동물소모임'의 회원이다.
이메일 : ecove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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