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식물은 북과 남이 공존한다

조홍섭 2013. 02. 20
조회수 20504 추천수 1

추운 지방 식물과 따뜻한 지방 식물 모두 자라, 울릉도 능가하는 732종 분포

국립생물자원관 조사 결과 …강원도 석회암 지대와 함께 생물다양성 높아 주목

 

ba7.jpg » 청닭의난초

 

약 1만년 전 빙하기가 끝나고 기후가 갑자기 따뜻해지자 한반도의 식물 분포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추운 날씨를 좋아하는 식물은 따뜻한 날씨를 선호하는 식물에 자리를 내주고 도태하는 큰 격변이 일어났다.
 

이 과정은 단순하지 않았고 지역 여건에 따라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 북방계 식물의 일부가 끈질기게 버티고 있는 한편 남방계 선구자가 치고 들어와 공존하는 특이한 지역도 나타났다.
 

서해 최북단 섬인 백령도는 바로 그런 곳의 하나였다. 여름에도 30도가 넘지 않는 비교적 서늘한 기후와 북한 황해도와 가장 가까운 높은 위도가 북방계 식물이 잔존할 조건을 제공해 줬다.
 

반대로 서해 난류의 영향을 받는 해양성 기후 덕분에 같은 위도인 횡성, 평창, 정선보다 훨씬 따뜻한데다 중국에 가까운 지리적 조건 덕분에 남방계 식물도 자리를 잡았다.

ba1.jpg » 뇌성목  

 

북방계와 남방계 식물의 공존은 다양성을 낳았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해 백령도의 식물상을 조사했더니 무려 732종에 이르렀다. 한반도 자생식물 종 수의 약 17%에 해당하는 수이다. 이는 약 600종이 기록된 울릉도보다 많고 생물다양성이 높기로 유명한 가거도나 흑산도와 비슷한 수치이다.
 

이번 조사에서 남방계 희귀식물인 뇌성목이 백령도에 분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식물은 특이하게 내륙에는 없고 오로지 백령도와 대청도, 연평도에서만 자생하며 콩돌해변과 가을리 일대에서 100여 개체가 자생하고 있다.
 

ba3.jpg » 보춘화

 

ba6.jpg » 청닭의난초

 

또 상록성 식물인 보춘화, 보리밥나무, 줄사철나무를 포함해 나도밤나무, 말오줌때, 큰천남성 등 남방계 식물 15종이 백령도에 생육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령도는 이들 남방계 식물이 사는 북쪽 끄트머리에 해당해 학술적 가치가 높다.
 

북방계 식물로는 시베리아여뀌가 백령도에서만 자라는 희귀식물로 사곶해안 가장자리에서 수천 개체가 발견됐다. 또 이제까지 석회암 지대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방계 희귀식물인 청닭의난초도 자생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ba4.jpg » 시베리아여뀌

 

ba2.jpg » 매화마름

 

이번 조사에서는 또 멸종위기종 2급 식물인 매화마름이 묵논에서 발견됐고 서해 5도에서만 발견되는 희귀식물인 대청부채도 자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융기포 항 인근에서 10여 개체의 양박하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보고됐는데, 이는 유라시아에 널리 분포하는 허브 식물로 주민이 심어 기르다 번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국립생물자원관은 밝혔다.
 

ba5.jpg » 양박하

 

조사에 참여한 김진석 연구사는 “강원도 석회암 지대와 마찬가지로 서해 섬에서 북방계 식물과 남방계 식물이 모두 발견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석회암 지대는 매우 건조해 이를 견디는 북방계와 남방계 식물이 잔존할 수 있는데, 백령도 등 서해 도서에서도 환경 요인 때문에 그늘을 드리우는 큰 나무가 번성하지 못해 식생천이가 잘 이뤄지지 않아 다양한 식물이 자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서해 도서와 함께 생물다양성이 높은 풍혈지, 석회암지대, 석호 지대에 대한 생물자원 조사를 해나갈 계획이다.

 

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국립생물자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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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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