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무당거미, 박쥐 사냥한다

조홍섭 2013. 03. 20
조회수 30721 추천수 0

남극 뺀 모든 대륙서 52건 사례 분석…지름 1.5m 초강력 겹그물 못 빠져나와

타란튤라 등은 직접 사냥…생태계 영향은 제한적, 모처럼의 횡재

 

vat0.jpg » 박쥐를 잡아먹는 거미는 알려진 것보다 널리 분포한다. 일본 남쪽 아마미 오시마 섬에서 박쥐를 잡아먹는 필리페스 무당거미 암컷. 사진=야스노리 마에조노, 교토대

 

나는 능력은 진화의 역사에서 탁월한 선택이다. 1만 종을 헤아리는 새는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종이 다양하다. 박쥐도 1200여 종이나 되는데, 포유류의 약 5분의 1에 해당한다.
 

박쥐는 천적도 별로 없어, 올빼미나 매, 뱀 등이 꼽힌다. 그런데 무척추동물 가운데 박쥐를 공격하는 게 종종 있다. 베네수엘라 동굴에서 왕지네가 박쥐를 잡아먹는 것이 관찰된 적이 있으며, 바퀴가 동굴 바닥에 떨어진 어린 박쥐를 먹는 모습이 보고되기도 했다. 또 거미줄에 걸려있는 박쥐가 목격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사례는 우연일까, 아니면 거미가 사냥한 걸까.
 

vat3.jpg » 호주 퀸즐랜드에서 암컷 필리페스 무당거미가 박쥐를 잡아먹고 있는 모습. 사진=카르멘 파브로

 

스위스와 독일 생태학자는 지난 100년 동안 박쥐가 거미줄에 걸렸거나 거미가 박쥐를 먹고 있는 것을 보고한 사례 52건을 분석한 논문을 온라인 공개 학술지 <플로스 원>13일치에 발표했다.
 

분석 결과 거미의 박쥐 사냥은 남극을 뺀 모든 대륙에서 보고됐으며, 대부분 적도에서 위도 30도 안쪽의 더운 지역에서 일어났다. 중남미 열대지역, 동남아, 호주와 파푸아뉴기니 등이 대표적인 사례 지역이다. 아시아에선 중국과 일본, 동남아 열대지역에서 보고되었으며, 홍콩의 공원과 숲에서 다수의 사례가 나왔다.
 

journal.pone.0058120.g001[1].jpg » 거미의 박쥐 사냥이 보고된 지역(붉은 점). 그림=마틴 니펠러 외, <플로스 원>

 

대표적인 박쥐 킬러는 몸길이가 10~15㎝에 이르는 대형 무당거미 종류로, 지상 1~6m 공중에 펼친 지름 1.5m의 강력한 거미줄에 박쥐가 걸려든다. 특히, 이런 그물 여러 개가 겹쳐있는 곳에선 수 ㎡의 거미줄 그물이 형성되어 한 거미줄에서 빠져나가더라도 다른 그물에 걸려들게 된다. 왕거미도 덩치가 크고 넓고 강한 거미줄로 박쥐를 잡는다.
 

거미줄에 걸리는 박쥐는 대개 애기박쥐과와 주머니날개박쥐과의 몸집이 작은 박쥐로 곤충을 잡아먹는 종으로 나타났다. 거미줄에 걸린 박쥐는 거미가 직접 물어 죽이기도 하지만 탈진과 굶주림, 탈진, 저체온증으로 죽는다.
 

그렇더라도 걸리는 박쥐의 무게 3~8g에 견주면 거미는 0.5~7g에 지나지 않는다. 거미줄의 탄력이 사냥에 큰 구실을 하지만, 거미는 종종 자기 몸보다 큰 먹이를 사냥하기도 한다. 무당거미가 30g이 넘는 새와 100g짜리 메뚜기를 잡았다는 관찰도 있다.
 

큰 그물을 치지 않고 동굴 벽이나 바닥 등을 어슬렁거리며 박쥐를 잡아먹는 대형 사냥 거미도 있다. 타란튤라, 늑대 거미, 농발거미 등이 그런 사냥꾼이다.
 

vat1.jpg » 타란튤라의 일종인 페루비안 핑크 토가 페루의 야자나무 옆에서 박쥐를 잡아먹는 모습. 사진=마틴 니펠러 외, <플로스 원>

 

그렇지만 거미가 적극적으로 박쥐를 잡아먹지 않고 그물에 걸린 채 방치한 사례도 적지 않다. 박쥐가 감당하기에 쉽지 않고 위험한 먹이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거미의 박쥐 사냥이 알려진 것보다 광범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드러났지만 그것이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영국에서 해마다 올빼미나 솔개가 잡아먹는 박쥐만도 20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거미줄의 지름은 0.002~0.005㎜로 박쥐가 초음파로 감지할 수 있는 한계보다 가늘다. 하지만 여러 개의 거미줄로 엮인 거미줄은 쉽게 포착한다. 그런데도 박쥐가 거미줄에 걸리는 이유는 뭘까.
 

연구진은 박쥐가 익숙한 잠자리 근처에서는 초음파를 이용한 관측을 하지 않고 기억에 의존한 비행을 하며, 어리거나 경험이 적은 박쥐가 주로 걸리고, 또는 거미줄에 걸린 곤충을 노리다가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커다란 거미라도 수많은 작은 곤충이 주식이다. 이들에게 가끔 걸리는 작은 새나 박쥐는 횡재가 아닐 수 없다.
 

vat2.jpg » 카리브 해에 면한 중미 나라인 벨리즈에서 왕거미의 거미줄에 박쥐가 죽은 채 걸려 있다. 사진=마틴 니펠러 외, <플로스 원>

 

절지동물인 거미가 척추동물인 박쥐를 잡아먹는다는 게 신기해 보일지 몰라도 비슷한 사례는 많다. 어떤 거미는 물고기와 개구리를 잡아먹고, 늑대거미과의 다른 거미와 타란튤라는 개구리와 도마뱀을 사냥한다.

 

타란튤라와 점박이꼬마거미는 뱀과 쥐를 잡아먹는다는 관찰 결과도 있다. 게다가 거미를 거미줄에서 낚아채 먹는 박쥐도 있다. 자연의 구석구석을 우리가 모를 뿐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기사가 인용한 원문 논문 정보
Nyffeler M, Knornschild M (2013) Bat Predation by Spiders. PLoS ONE 8(3): e58120. doi:10.1371/journal.pone.0058120
http://www.plosone.org/article/info%3Adoi%2F10.1371%2Fjournal.pone.0058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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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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