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엄마와 아기를 위한 진혼제

최예용 2013. 0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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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기 맞은 가습기살균제 사망 산모와 태아 명복 빌어

"감기 걸리지 말라고 직접 넣어준 살균젠데…", 아들도 간질성 폐렴 후유증

 

유난히 눈이 많고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가 계속된 겨울이었지만 입춘과 설이 지난 2월 중순의 햇살은 어느덧 봄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충청북도 옥천군 청성면의 개명사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사찰을 찾아 산기슭의 골을 따라 올라가는데 왼쪽 경사면은 눈이 덮여 있고 햇살을 직접 쬐는 오른쪽은 눈이 사라져 조만간 봄꽃이 찾아올 것만 같다. 절 인근의 밭은 고추밭인 모양인지 가지를 곧추 세워주는 고추대들이 줄지어 앙상하게 꽂혀있다. ‘밝은 데로 인도해주는 곳’이라고 읽히는 개명사(開明寺) 바로 옆으로 겨우내 쌓인 계곡의 눈과 얼음이 녹아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었다.
 
차 안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봄을 느끼게 해주었지만 정작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다. 흙으로 지은 작은 암자의 처마에 줄지어 달아놓은 여러 장식들이 오늘 이곳에서 특별한 행사가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나무감로왕여래'(南無甘露王如來), '나무천백억화신석가모니불'(南無千百億化身釋迦牟 尼佛) 등 불교용어가 적힌 크고 작은 종이 스무장 정도가 가로로 길게 달려 세차게 불어대는 바람에 어지러이 나부낀다.

 

그 앞 땅바닥에 소반 두 개가 놓여 있는데, 한 곳에는 짚신 세 켤레와 종이로 만들어진 검은색 한복 세 벌이 가지런히 놓여있고, 다른 상에는 여성용과 남성용의 울긋불긋한 종이 한복 두 벌과 사과와 배, 감이 올려진 접시 하나 그리고 북어 한 마리를 올려놓은 접시 하나가 놓여 있다.

 

바닥에는 종이로 만든 버선 두 켤레가 놓여있다. 궁금한 얼굴을 하고 들여다보는 나에게 바쁘게 오가던 보살님이 말을 건넨다. “왼쪽의 한복 2벌은 돌아가신 아기 엄마와 죽은 태아를 뜻하고, 오른쪽의 검은 한복 3벌은 죽은 사람을 데리고 오가는 사자를 뜻해요.”
 
gas1.jpg » (왼쪽) 진혼제가 끝난 후 현주씨와 태아가 입고 떠날 종이 한복, (오른쪽) 성우씨가 아들 재상을 목마 태우고 제상을 바라보고 있다    

2년 전 오늘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아기 엄마 현주씨가 세상을 떠났다. 그가 7개월 동안 품고 있던 태아는 엄마보다 4일 먼저 떠났다 살아남은 그의 남편 성우씨와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재상 그리고 현주씨의 시댁과 친정 부모님이 오늘 이곳에 모여 그와 아기의 혼을 달래는 진혼제를 연다.

 

원통한 영혼이 이 땅을 떠나지 못하고 있을지 몰라 잘 달래어 하늘로 보내주려는 취지다. 영혼을 데리러 저승사자 3명이 왔고 같이 먼길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노잣밥을 넉넉히 준비했다고 말씀하시며 보살님이 밥과 국을 소반에 내려놓으신다.  
 
오늘 재(齋)는 성우씨가 주지스님께 특별히 부탁하여 진혼제를 잘 하신다는 스님 한 분과 바라춤을 추어줄 춤꾼 한 분을 모셔왔다. 참석자들은 먼저 가운데 부처님을 향해 몇 차례 절을 하고 이어 왼쪽에 차려진 제사상 위의 망자에게 절을 한다. 그리고 삼십 분여 동안 스님들의 독경이 이어졌다.

 

따분했던지 안에 있던 성우씨의 여섯살짜리 아들 재상이가 밖으로 나왔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 뭐 하는 거냐며 호기심을 보인다.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안에서 뭐 했느냐고 물으니 처음에는 모른다고 했다가 이내 할머니가 우신다고 말한다. 친할머니는 따로 ‘재상이 할머니’라고 부르는 걸 보니 재상이가 보았던 우시는 할머니는 현주씨의 친정엄마인 재상이의 외할머니를 말하나 보다.

 

재가 끝나고 점심을 차리면서 재상이 친할머니께서 말씀하시는데, 재상이도 뭔가를 기억하고 느끼는 모양이라면서 재를 시작하며 절을 할 때 재상이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란다. 외할머니의 눈물이 엄마에 대한 재상이의 기억을 자극했던 걸까.
 
진혼 독경이 끝나고 참석자들은 다시 한번 한 순배씩 절을 올렸다. 이때 재상이도 불려가서 절을 올렸다. 아빠는 재상이의 무릎을 꿇리고 엎드리게 해주었다. 재상이가 엎드린 머리맡의 상위에는 작은 액자 속에서 현주씨가 옅은 미소를 띠고 있다. 결혼 전에 찍은 사진이라고 했다.

 

그 옆에는 '망 부인청주곽씨현주'(亡 夫人淸州郭氏賢珠)라고 쓰인 제문이 세로로 붙었다. 이 세상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여주지 못했던 재상이 동생은 사진도 이름도 없다. '망 순흥안씨낙태영가'(亡 順興安氏落胎靈駕)라고 쓰인 제문만이 한 생명이 이 땅에 잠시 왔다 갔음을 말해줄 뿐. 아기의 제문은 엄마와 손을 잡고 있는 듯 현주씨 제문과 나란하다.

 

밖에 내내 서있던 황망한 표정의 현주씨 친정아버지가 잠시 절당에 들어가 먼저 부처님 앞에 한 번 그리고 딸의 제상 앞에서 두 번 절을 올린다.
 
“몇째 따님이세요?” “막내에요, 자식이 모두 여섯인데 첫째 언니도 먼저 갔어요” “무슨 팔자인지….”
 

gasu2.jpg » 2012년 2월5일 오전 11시경 충북 옥천의 작은 사찰에서 진행된 가습기살균제 희생자 현주씨와 태아를 기리는 진혼제 행사의 일환인 바라춤.
           
바라춤은 두 번에 걸쳐 진행됐다. 처음엔 고깔모자를 쓰고 양손에 심벌즈 비슷한데 반쯤 크기의 자바라를 들고 챙챙 소리를 내면서 부처님 앞에서 추었다. 춤꾼이 복장을 바꾸느라 잠시 쉬는 사이 참가자들이 제상에 절을 했고, 이어 두 번째는 하얀 소복만으로 이번엔 제상 앞에서 추었다.

 

제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좁은 절당 한쪽으로 옮겨 앉고 앳된 여성 춤꾼은 제상 앞에서 천천히 슬픈 바라를 춘다. 바라춤은 불교의식의 하나로 재(齋)를 올릴 때 추는데 죽은 이의 명복을 비는 뜻도 있어 현주씨와 아기의 진혼제에 초대되었다.

 

출가한 비구니가 바라를 추었다면 ‘승무’라고 불렀을 것이다. 사찰 주변으로 울려 퍼지는 독경소리, 바람에 나부끼는 종이소리, 바라춤 음악소리, 춤꾼의 소복이 스치며 내는 소리 그리고 남은 식구들의 울음소리와 한숨소리…. 그 소리 사이로 서러운 현주씨의 영혼이 그리고 가여운 아기의 영혼이 가만이 달래졌을 것이다.
 
진혼제가 모두 끝났다. 목탁을 든 스님이 먼저 절당을 나서고 이어 성우씨가 제문을 들고 뒤를 따랐다. 처마에 매달았던 비품들도 모두 마당 한쪽에 모아졌다. 그리고 모두 불에 태워졌다. 불길이 치솟으면서 스님의 목탁소리도 점점 커지는 듯했고 불이 사그라지면서 목탁소리도 잦아드는 듯했다. 보살님은 서둘러 밥과 반찬 그리고 과일을 담아서 절간 입구에 갖다 놓았다. 저승으로 떠나는 먼 길에 싸가라는 뜻일 게다.
 
gasu3.jpg » 가습기 살균제 세퓨를 사용하다 아내와 아기를 잃은 안성우씨가 2013년 1월22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피해자들의 사진을 들고 피해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여하고 있다.  
 
현주씨는 2년 전인 2011년 2월8일(음력으로 1월6일) 세상을 떠났다. 4일전인 2월4일 26주차였던 뱃속의 아이가 죽어서 나왔다. 2008년 3월1일 결혼하여 그 해 9월 아들을 두었고 얼마 후면 결혼 3주년을 맞아 둘째를 낳고 오순도순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갈 34세 생일을 앞둔 대한민국의 평범한 주부였던 현주씨는 그렇게 운명을 달리했다.

 

성우씨는 임신한 상태였던 아내 현주씨에게 이상이 생긴 날을 2011년 1월17일로 기억하고 있다. 현주씨는 ‘배가 자주 뭉치고 몸이 붓는다’고 했다. 기침, 가래, 호흡곤란, 열 그리고 가슴통증을 호소했다고 한국환경보건학회의 방문조사에서 답했다.

 

그날 바로 다니던 산부인과로 갔는데 ‘별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약 2주일이 지난 2월1일 오후. 갑자기 숨이 차다고 하여 119 구급차를 불렀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현주씨는 다시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2월3일 저녁 현주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환자 면회가 안되는 곳이라 밖에서 대기하는 보호자를 위해 산모 뱃속의 아기 박동소리를 스피커로 들려줬는데 2월4일 갑자기 박동소리가 희미해졌다. 급히 제왕절개를 시술했지만 아기는 죽어서 나왔다. 엄마의 폐기능이 크게 떨어져 태아가 가사(假死)상태에 처한 것이라고 의료진이 설명해주었다.

 

엄마 현주씨의 상태는 더욱 나빠졌다. 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 강제로 산소를 주입하여 혈액을 순환시켜 호흡하게 하는 기계인 에크모가 두 번 가동됐다. 마지막에는 에크모를 24시간 계속 돌렸다.

 

결국 2월8일 현주씨의 호흡이 멈췄다. 신장 165㎝, 몸무게 75㎏, 술담배도 전혀 안하고 건강했던 그녀가 살았던 마지막 일주일은 그렇게 참혹했다.
 
gasu4.jpg  
 
성우씨는 아내 현주씨도 함께 알고 지냈던 한 스님이 계신 충북 옥천의 작은 사찰 개명사에 현주씨와 아기의 위패를 모셨다. 힘들어하는 성우씨에게 스님은 개명사 근처 마을의 빈집을 소개했고 그는 자주 그곳에 머물며 현주씨를 찾았다.

 

현주씨가 떠난 지 6개월이 지난 2011년 8월31일.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질병관리본부는 원인미상 폐손상으로 산모들이 사망한 사건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고 밝혔다. 뉴스를 접한 성우씨는 망연자실했다. 세상에, 감기에 걸리지 말라고, 아파트 공기 좋지 않다고 성우씨가 직접 인터넷에서 찾아 구입했고 손수 가습기 물통에 넣어주곤 했던 ‘세퓨’라는 이름의 덴마크산이라던 그 수입제품이 아내와 아기를 죽게 했단 말인가.
 
경기도 화성에 살던 성우씨는 아들 재상이를 부산 친가에 맡겼다. 2012년 1월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의뢰로 한국환경보건학회 의료진이 성우씨네를 찾아 방문조사를 진행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가족단위로 이루어졌지만 대개 가장 위독한 가족구성원의 치료와 처지에 매달려 상대적으로 경증인 다른 가족구성원을 살펴볼 겨를이 없는 경우가 많다. 성우씨네도 그랬다.

 

학회 의료진은 성우씨와 아들 재상의 상태를 물었다. 성우씨도 기침을 자주 하는 편이고 재상이가 기침감기를 달고 살아 부산에서 동네병원에 다닌다고 했다. 의료진은 빨리 재상이를 대학병원에서 진단해 보라고 권했고, 2012년 3월14일 재상이는 서울아산병원에서 ‘간질성 폐렴’이라는 진단서를 받았다.

 

그 병원에서 몇 년 동안 수 십명의 산모와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가며 ‘원인미상’이란 말이 붙었던 바로 그 질병이었다. 아산병원의 진단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2010년 9월부터 2011년 2월까지 가습기살균제를 꾸준히 사용한 환아로 2011년 2월경 급성 호흡부전으로 모친 사망하였습니다. 환아는 흉부 CT검사상 상기진단(기타 명시된 간질성 폐질환)이 의심되고 있는 환자로서, 현재는 증상 없으나 정기적 외래 경과관찰 필요한 상태입니다.”    


2011년 11월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대회’가 열린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4층 강당 입구. 한 노인이 다가와 피해자 기록지에 적었다. “우리 며느리를 누가 죽였노.” 부산에서 올라온 그 노인은 현주씨의 시아버지였다. 가을비가 제법 내리던 그날, 현주씨의 시아버지는 광화문 네거리로 자리를 옮겨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내내 현주씨의 영정을 들고서 계셨다.       

gasu5.jpg » (왼쪽) 2013년 2월15일 현주씨가 세상을 떠난 지 2주기 되는 날 열린 진혼제에서 친정아버지가 그녀의 명복을 빌고 있다. (오른쪽) 2011년 11월30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대회’에서 부산에서 올라온 현주씨의 시아버지가 그녀의 영정을 들고 있다. 시아버지는 사진 앞의 빈 영정에 ‘우리 며느리를 누가 죽였노’라고 썼다.    

글·사진 최예용/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가습기 사망자 112명, 영유아가 절반 넘어

질병관리본부 자료, 전체 피해자는 357명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는 모두 357명으로 이 가운데 112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3명 중 1명꼴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또 사망자 중 7세 미만의 영·유아는 64명으로 57%를 차지했다. 

 

이런 사실은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장하나 의원(민주통합당)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입수해 발표한 자료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 의심사례 접수현황'에 따른 것이다.


이 자료를 보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와 사망자가 영유아와 20∙30대에 집중돼, 357명의 피해자 중 영유아는 134명, 20∙30대는 82명으로 이들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또 112명의 사망자 중 영유아는 64명, 20∙30대는 18명으로 73%가 이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이는 아이를 둔 젊은 부부층이 가습기 살균제를 많이 사용하였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 자료에서는 또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영유아와 고령층이 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영유아 피해자 총 134명 중 64명이 사망했고, 60세 이상의 고령층도 피해자 총 27명 중 10명이 사망했다.

 
이날 장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현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중 중증환자들은 1억 9000만원에 달하는 폐이식 수술과 매달 350여 만원 등 천문학적 치료비를 부담하며 경제적 고통과 가정의 붕괴 등 감당하기 어려운 이중 삼중의 고통에 처해있다. 피해대책에 대해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면, 이제 국회가 나서야 할 때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 대책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발의하겠다“라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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