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새끼 입양은 실수인가 전략인가

조홍섭 2013. 03. 30
조회수 17665 추천수 1

아프리카 나미비아 사자 빈번한 '외도'로 우두머리 바뀌었을 때 새끼 살해 막아

민물고기 시클리드도 위험 분산 위해 남의 둥지에 자기 새끼 옮겨

 

729px-Just_one_lion.jpg » 새로 우두머리가 된 수사자는 앞선 우두마리가 아비인 새끼를 모두 죽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나미비아의 사자는 꼭 그렇지 않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수컷 사자처럼 욕 많이 먹는 동물이 있을까? 그 큰 덩치로 좀 도와줘도 좋으련만, 암컷들이 힘든 사냥을 마친 뒤에야 어슬렁거리며 나타나 비키라고 호령한다. 게다가 새로 우두머리에 등극한 수컷들은 귀여운 새끼를 닥치는 대로 죽인다.
 

수컷의 이런 행동을 흔히 냉혹한 유전자의 논리로 설명한다. 재위기간이 보통 2년에 불과한데 암컷은 2년마다 임신한다. 따라서 새끼를 죽여 암컷이 다시 발정기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최선의 선택일 터이다. 이런 유아 살해 때문에 태어난 사자의 약 4분의 1이 1년도 살지 못하고 죽는다.
 

그러나 널리 알려진 이 논리를 궁지에 몰아넣는 것이 동물들의 ‘입양’ 행동이다. 자신과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새끼를 기르는 포유류와 조류가 적지 않다. 찰스 다윈도 이 현상을 설명하느라 골머리를 앓았고,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는 “입양은 실수”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입양은 너 자신의 번식 성공률을 낮출뿐더러 상대의 기회를 높이기 때문에 이중의 타격”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남의 유전자를 지닌 새끼를 받아들이는 게 일부 동물에게는 오히려 득이 될 수도 있음이 유전학적 연구로 밝혀지고 있다. 남아프리카 나미비아 에토샤 국립공원의 사자는 우리가 흔히 아는 동아프리카 세렝게티의 사자와는 많이 다르다. 세렝게티의 사자 무리는 두 마리 또는 그 이상의 수컷이 지배하며 다른 수컷은 무리 주변에 얼씬도 하지 못하게 한다. 살아 있는 새끼는 모두 우두머리 수컷들의 자손이다.
 

1024px-Namibie_Etosha_Lionceaux_01.jpg » 에토샤 국립공원의 새끼 사자들. 이들의 상당수는 외도의 결과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에토샤의 사자 무리는 수컷 1~3마리가 지배하지만 일부 무리는 수컷을 공유하기도 한다. 암컷들도 훨씬 융통성이 있어 주기적으로 무리 밖의 수컷과 밀회를 즐긴다. 최근의 한 유전학 연구에선 11개 무리의 새끼 34마리 가운데 14마리가 외도의 결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란함의 효과는 명백하다. 만일 새 우두머리가 등장했을 때 자신과 짝짓기했던 암컷의 새끼라면 죽이지 않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수컷이 한 마리밖에 없는 무리에서 암컷의 외도가 흔했다.
 

‘입양’이든 ‘외도’이든 이런 전략은 물고기와 사회성 곤충에게서도 나타난다. 남아프리카 탕가니카 호에 서식하는 시클리드라는 민물고기의 한 종은 호수 바닥에 둥지를 파고 번식하는데 알에서 깬 새끼를 입에 넣어 보호하는 습성이 있다.
 

오스트리아의 연구자들은 최근 이 물고기의 새끼 가운데 59%가 부모와는 유전적으로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밝혔다. 어미는 최고 42m나 떨어진 다른 둥지에 자신의 새끼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새끼를 남의 둥지에 입양시키면 포식자의 공격이나 환경파괴로 자기 둥지가 망가져 새끼를 통째로 잃는 위험을 분산시킨다.
 

그렇다면 남의 새끼를 받는 이유는 뭘까. 연구자는 이를 포식자에게 자기 새끼가 잡아먹힐 확률을 낮추는 ‘희석 효과’로 설명했다. 흥미롭게도 받아들이는 새끼는 자신의 새끼보다 크기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식자가 작은 것부터 공격하므로 자기 새끼를 보호하는 효과가 난다.
 

neolamprologus-caudopunctatus1.jpg » 아프리카 탕가니카 호에 서식하는 시클리드의 일종. 새끼를 입에 넣어 보호하는 습성이 있다.

 

타조도 자기 둥지에 찾아오는 다른 암컷의 알을 부지런히 받아들인다. 이는 타조가 멍청해서가 아니라 자기 알 주변에 남의 알을 배치해 포식자 공격을 완충하려는 전략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입양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으려나.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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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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