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오리 어디 갔나 했더니…삽교호서 32만마리 확인

윤순영 2013. 04.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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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객 기다리던 천수만 건너뛰어 남해로 직행…`실종' 논란 일어

지난 4~11일 삽교호서 집결 무리 확인, 먹이와 기후변화 영향 받아 

 

크기변환_SY3_0503.jpg » 가창오리 무리. 얼굴 무늬를 따 태극 오리라고도 부른다.

 

해질 무렵 가창오리가 펼치는 환상적인 군무를 볼 수 있는 곳은 세계에서 단 한 곳, 우리나라뿐이다. 전 세계 가창오리의 95%가 한국에서 겨울을 난다. 그 중요성과 가치를 잊어버린다면 가창오리가 빚어내는 장관을 더는 볼 수 없을지 모른다.

 

크기변환_SY2_6369.jpg » 삽교호에 큰 산을 만든 가창오리 떼.



가창오리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인데도 우리 정부는 한반도에 도래하는 개체수가 많다며 최근 멸종위기종에서 제외했다. 많고 적다는 걸 무슨 기준으로 판단했을까. 또 소중한 것과 가치 없는 것은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이 지구상에 있는 35만여 마리의 가창오리가 과연 많은 것일까? 해제의 타당성이 무척 궁금하다. 다른 조류와 달리 군집성이 강한 가창오리의 습성때문에 전염병이나 독극물에 노출될 경우 한 번에 절멸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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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30일 탐조가인 김신환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의장은 페이스북에 ‘가창오리를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여기저기서 가창오리에 대한 화제가 만발했다. 가창오리가 우리나라에 오지 않았다거나 가창오리 수가 줄었다는 등의 보도가 잇따랐고, 가창오리에 대한 위기감까지 조성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천수만에 머물지 않고 그곳에서 관찰되지 않았다고 실종된 것은 아니다.

 

크기변환_SY2_7544.jpg » 늦은 저녁 삽교호 위를 먹구름처럼 덮고 있는 것이 가창오리 무리이다.

 

크기변환_SY2_8004.jpg » 구름 띠처럼 보이는 가창오리 무리.

 

천수만에서 새를 관찰하는 사람들은 천수만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예전에도 가창오리가 천수만과 금강을 버리고 남해안으로 향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올해는 바로 해남까지 내려간 것이다. 가창오리의 이동은 기후변화와 특히 먹이 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

 

몹시 추운 해에는 철새들이 시베리아에서 우리나라에 일찍 도래하곤 한다. 철새의 월동을 알리는 첫 손님 기러기가 그런 예이다. 야생동물들은 사람이 갖고 있지 못한 자연변화에 대한 예측 능력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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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을 비롯해 삽교호, 남양호 등에 머물던 가창오리는 11월 말~12월 초 남쪽인 충남 서천과 전북 군산의 금강하굿둑 주변으로 터전을 옮기는 것이 보통이다. 기온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좀 더 따뜻하고 먹이가 있는 곳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더 남쪽으로 전북 고창의 동림저수지, 전남 영암의 영암호, 해남의 고천암호, 경남 창원의 주남저수지에서 1~2월까지 머무르다가 번식지 시베리아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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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철새들은 중북부 지방에서 보름에서 한 달 정도 머물다 남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북상할 때는 내려갔던 길을 되짚어 그 장소마다 징검다리 식으로 들르며 10여 일씩 머물다 간다.

 

이때는 경계심도 적고 인가 근처의 농경지에서 남아있는 낱알을 먹는 습성을 보인다. 조류의 이동 경로 변화는 벼를 베는 시기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고 먹이와 지역 기온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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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_SY2_7656.jpg » 수면에서 날아 오르는 가창오리 떼.

 

우리나라의 중북부와 산간 지역은 이른 벼(조생종)를 일찍 모내기하고, 남부로 내려갈수록 늦은 벼(만생종)를 늦게 모내기하므로 지역적으로는 중북부 및 산간 지역은 일찍 벼를 수확하고 남부지역으로 갈수록 벼를 늦게 수확한다.


평균적으로 벼 베기 적기는 품종에 따라 다른데, 이른 벼는 9월12~20일 사이, 늦은 벼는10월5일~30일 사이에 수확한다. 특히 강원도 산간 지역이나 철원은 기후 관계로 이른 벼를 심고 9월에 벼를 베기 시작한다. 쇠기러기는 이 시기를 맞춰 도래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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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로는 농촌일손 부족과 수확용 장비 일정에 따라 이보다 늦게 수확하는 농가도 많이 있다. 농기계가 부족하던 시절에는 11월 하순까지 벼를 베는 농가도 종종 있었다. 철새들이 먹이 터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벼 재배 일정이나 방식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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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나 벼 베는 시기의 변화는 한반도를 찾아오는 철새들에게 매우 중요한 이동경로나 서식지 변화를 언제든지 가져올 수 있다. 물론 먹이 터 감소와 주변 환경변화로 인한 영향도 있다.

 

과연 가창오리 수가 줄어들었는지, 북상 이동경로가 바뀌는지 지켜보았다.

 

크기변환_SY2_7996.jpg » 삽교호 다리 위를 먹구름처럼 지나가는 가창오리 무리.

 

지난 3월3일 천수만을 거쳐, 3월4일부터 11일까지 8일 동안 삽교호에서 가창오리를 관찰하였다. 그 결과 관찰된 가창오리의 개체수는 3월4일 15만 마리, 3월6일 18만 마리, 3월9일 25만 마리, 3월10일 28만 마리로 점차 늘다가, 마침내 3월11일에는 32만여 마리로 최대를 기록했다.

 

북상 이동경로는 예전처럼 경남, 전남에서 전북을 거처 충북 삽교호에 북상 중 집결한 것이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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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오리를 둘러싼 이번 혼란은 추정을 단정적으로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민감한 조류의 생태는 지속적인 생태 관찰을 통해서만 정화한 변화를 판단할 수 있다. 철새들의 이동경로와 증감을 파악하는 분석 기법이 새롭게 마련되었으면 한다 .

 

평야에는 비닐하우스, 볏짚 수확, 소여물로 쓰는 볏짚 말이, 논갈이 등 철새도래를 저해하는 요인들이 널려있다. 이들은 좀 더 넓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조류가 환경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는 것은 환경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먹이 사슬에 상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기변환_SY1_1330.jpg » 가창오리의 군무가 새 모양을 이뤘다.

 

인간 중심의 판단보다는 새들의 본능과 행동을 세밀하게 살펴본 바탕에서의 판단이 요구된다. 특히 환경문제를 다루는 방송과 신문은 정확성에 좀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한다. 화제가 되면 앞다투어 보도하는 행태가 오류를 낳는다. 오류가 사실이 되고 사실이 오류가 되는 혼란을 막아 주었으면 한다.

 

글·사진 윤순영/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관련 기사: 수만마리 군무,가창오리는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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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김포의 재두루미 지킴이. 한강 하구 일대의 자연보전을 위해 발로 뛰는 현장 활동가이자 뛰어난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이메일 : crane517@hanmail.net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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